오른쪽 주머니에서 나온 이야기|카렐 차페크|정찬영|모비딕|2014
"...당신이 재판을 하셔야하는 게 아닌가요? 왜냐하면...왜냐하면"
"왜냐하면 내가 신이기 때문이라는 건가?" 신이 그의 말을 맺어주었다. "하지만 바로 그 점이 문제야. 모르겠나? 나는 모든 걸 알고 있기때문에 재판을 할 수 없다네. 절대 그렇게는 안되네...."
..."하지만 진짜 왜 당신이...당신이 직접 재판을 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쿠글러가 수심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 재판관이 모든 것을...그야말로 완변하게 모든 것을 안다면 말일세, 그는 재판을 할 수가 없네. 모든 사정을 이해하면 무척이나 가습이 아프다네. 그러니 어떻게 재판을 할 수 있겠나? 자네를 재판하려면 오직 자네의 범죄에 대해서만 알아야 하네. 하지만 나는 자네의 모든 걸 알고 있지. 말 그대로 모든 걸 말일세, 쿠글러. 그래서 내가 자네를 심판할 수 없다는 거야."
"하지만, 저 재판관들도 저와 같은 사람이잖습니까? 왜 그들이 저를 심판하나요?......여기 저승에서조차 말입니다."
"그건 사람들 일은 사람들끼리 해결해야하기 때문이지.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그저 증인에 불과하네. 언제나 판결을 내리는 것은 사람이지. 여기 저승에서도 그러하네. 내 말을 믿게, 쿠글러. 그게 순리야. 인간에게는 인간이 심판을 내려야 하는 법이네(예전 번역: 사람들에게 의미가 있는 심판은 사람들의 심판 뿐이라네)." -[최후의 심판] 중-
"젊은 친구들, 내 나이쯤 되면 승리의 월계관이나 환호의 갈채, 혹은 가슴끓는 사랑 가튼, 모든 덧없는 것들은 더 이상 개의치 않게 됩니다. 그것들이 먼 과거의 추억이라면 더욱 그러합니다. 물론 젊은 때에는 이 모든 걸 맘껏 누려봐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다면 어리석은 겁니다. 물론 젊음의 유일한 문제는 즐길 돈이 없다는 겁니다. 사실, 인생은 거꾸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인생의 전반부는 노년기이어야 합니다. 늙은이로 살면서 가치있는 일들을 한껏 하는 겁니다. 늙어서는 일 말고는 할 것이 없으니까요. 그러다가 인생의 후반부인 청년기에 이르면 그동안 열심히 일한 과실을 맘껏 향유하며 즐겁게 사는 겁니다....-[셀빈사건] 중-
꽤 오래 전 '단지 조금 이상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합쳐져 편집출판 되었던 카렐 차페크의 소설이 두 권으로 다시 출판되었다.
엘러리 퀸과 카프카의 만남이라는 어마어마한 찬사도, 카렐 차페크라는 소설가가 그렇게 거장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일본에 아사다 지로가 있다면 체코에는 카렐 차페크가 있구나 감탄했던 이야기꾼의 이야기가 원작 모두를 담은 새 책으로 나온 것은 기쁘다.
신기한 건 좀 어색한 것 같은 예전 번역이 더 좋은 느낌인 구절도 있다는 것.
덕분에 잠깐 예전판과 비교하며 다시 봤다.
Labels:
책
피드 구독하기:
댓글 (Atom)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