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먹고 놀기

이탈리아여행의 어쩌면 진짜 목적이었던 파스타와 아이스크림.
하지만 로마에 도착해서 '오리지날' 파스타와 아이스크림을 먹어 본 소감은
'요즘은 우리나라 파스타랑 아이스크림도 맛있구나'싶게 인상깊지가 않았었다.
그런데 웬걸, 로마를 벗어나니 이렇게 맛있을 수가.
음식은 역시나 이탈리아도 남부가 강세.
어쨌거나 내겐 로마를 제외한 모든 곳이 다 맛있었다.

콘스탄티노(브라케트 호스텔에 물어보면 알려줌/포지타노)
콘스탄티노 야경



빈대떡 같은 파스타(카넬로니라고 부른다고)속에 고기와 치즈를 넣어 만든 음식

포지타노에 단 하나뿐인 호스텔에는 놀랍게도 한글로 된 안내판이 있었다.
먼저 다녀간 한국인의 친절한 흔적이라고나 할까. 거기에 식당하나가 추천되어 있는데
그게 바로 콘스탄티노.
가는 길은 호스텔 뒷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죽 올라가다가
도로가 나오면 따라서 오른쪽으로 쭉-한 15분 정도 가려나.
가깝지는 않지만 다니다 보면 가깝게 느껴진다.
첫날 무난한 음식들을 시켜 놓고 기다리는데
주인아저씨가 대뜸 왜 와인은 안 마시냐고 묻는다.
작은 게 없어서 그렇다니까 와인을 먹어봐야 한다면서 테이블에 놓고 갔다.
그런데 와- 정말 맛있었다.
뭘 몰라서 어리버리할 때 저렇게 자신감에 차서 강력하게 권해주는 거 좋아한다.
동행이 있어서 세 가지를 먹어봤는데 다 만족스러웠고,
그 맛있었던 와인은 250ml에 2유로.
두 번째 찾아갔을 때는 주저 없이 권해주는 음식을 시켰다.
처음 먹어보는 빈대떡스타일의 파스타. 파스타도 직접 만든다는데 자부심이 대단했다.
포지타노를 떠나던 날에는 어떻게 하면 콘스탄티노에서 한번을 더 먹어볼까 궁리했을 지경.
좋은 숙소 옆에 좋은 식당이 있으면 떠나기가 더더욱 아쉬워 진다.
 
Pizza Margherita(살레르노-영수증 잃어버림여행안내소에서 맛집골목 문의바람)
스파게티 봉골레
시칠리아로 가는 기차 때문에 7시간을 보내야 했던 곳이라
밥이나 한 끼 잘 먹자고 결심했는데
부둣가를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맛있어 보이는 식당.
내가 들어간 시간이 7시쯤 이었는데 주인들이 밥 먹고 있는 것 같았다.
8시에 오란다.
이럴땐 아무 때나 먹고 싶은 거 먹을 수 있는 우리나라가 좋아.
결국 1시간을 배회하다가 8시 10분쯤 갔는데
대로변에 있는 이웃집은 아직 사람이 없는 반면
살짝 뒤쪽에 있는 이 집은 벌써 자리가 많이 차 있었다.
원래 메뉴 말고 오늘의 추천메뉴 같아 보이는 작은 메뉴가 하나 더 있었다.
이런 집에서는 좀 특이한 걸 한 번 시도해 봐야 하는 건데
국수귀신을 못 이겨서 또 봉골레.
이탈리아 봉골레는 다 바지락인데 왜 우리나라 봉골레는 모시조개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Mamma Rosa(via Naumachie N.10/타오르미나) 스파게티 마레
나에게는 이탈리아 최고의 음식이었던 홍합파스타.
시칠리아스타일은 아닌 것 같았지만 이탈리아에서 먹은 베스트 파스타.

Osteria Al Ferro Di Cavallo(via Venezia 20/팔레르모) 파스타+해산물모듬튀김
아래로 내려올수록 면을 더 오래 익혀먹는 지
저렴한 현지식당들은 대부분 다 익혀놓은 파스타를 데워서 팔기도 하고
금방 해준 것도 먹어보면 면이 많이 익혀져 있었다.
처음엔 로마식 날면에 뜨악했는데 나름 꼬들면에 좀 익숙해지고 나니
푹 익은 것보다 그게 나은 것도 같고.
그러고 보니 아프리카 파스타들이 국적불명의 퓨전이 아니라 팔레르모식이었나 봐.
호텔아줌마의 도움으로 이탈리아에 와서 처음으로 프리모, 세콘도를 제대로 먹어봤다.
생선파스타와 모듬해산물. 생꼴뚜기튀김이 특이했다.
하우스와인 한잔 포함 전체 가격 12유로. 가격이 더 아름답긴 하지~

팔레르모 밀자(milza)

포르타 누오보 근처에 가면허파를 버터에 끓여서 햄버거로 만들어주는 가게가 있다.
milza라는 이름인데 반드시 코카콜라와 함께 시도해야 하지만
속 든든하고 나 같은 내장파에게는 너무너무 반가운 음식.

팔레르모 맛집골목 Via Alessandro

프란체스코 그릴로와 Les Amis

프란체스코 그릴로의 점심세트 메뉴.
멋모르고 세트라 시켜봤는데 양이 장난 아니었다.
파스타는 미리 조리된 것을 데워주기 때문에 그닥 특별한 맛이 아니었지만
다양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는 기회.
한 쪽에서는 밀자도 판다.


어두워서 벌겋게 나왔지만 실은 초록색이었던 Les Amis의 스파게티.
밀자를 먹으러 프란체스코 그릴로를 갔는데 문을 닫았길래 옆집으로 들어갔다.
모험심을 가지고 새로운 메뉴를 문의했더니 할아버지왈 스파게티와 생선이란다.
다 아는 재료라 편안하게 주문했는데
멸치에 허브를 잔뜩 넣은 스파게티가 나왔다-으하하...너무 너무 특이한 맛.
하지만 맛있게 싹싹 다 먹었다.

핏자(맛집 골목을 찾아가시오/나폴리) 
나를 감동시킨 Sorbillo

내가 굳이 '피자'가 아닌 '핏자'라고 쓴 이유는 발음기호 때문이 아니라
정말 이 두 가지의 맛이란 게 너무도 다름을 느꼈기 때문이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대충정리한 나의 기준으로는 와인과 함께 먹을 수 있으면 '핏자',
콜라가 없이는 소화시킬 수 없으면 '피자'라는 거다.
물론 이탈리아 내에도 피자가 많이 있다^^
워낙에 치안도 안좋다고 하고 호러블 테러블이라길래 그냥 건너뛰려했던 나폴리를 간 건 90%가 이 '핏자' 때문.
먹어본 뒤에는 매일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나폴리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머지 세 집은 테이크아웃집인데 줄들이 장난 아니었다
-소르빌로 근처에 있음

Trattoria Mario(중앙시장에서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식당/피렌체) 로스트비프
늦어서 비행기 놓치고 페리도 놓칠뻔한 나지만
3시반까지만 연다는 마리오의 점심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열심히 뛰었다--;;
다행이 3시 10분 경 입실성공!
마리오는 맛도 그렇지만 저렴한 가격으로도 유명한 곳인데
파스타가 4유로 정도, 고기요리는 7유로, 와인은 1잔에 1유로 정도 한다.
아마 더 저렴한 곳도 있을 것이고 더 맛있는 곳도 있겠지만
찾기 쉬운 시장통에 가격과 맛의 조화가 환상적인 곳으로는 단연 최고였다.


여기는 그날의 메뉴를 벽에 붙여놓고 파는데 재료가 떨어지면 밑줄 쫙.
그래서 늦게 가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걸 주문해야 한다,
그것도 점심에만 가능.
원래 로스트비프가 그렇게 맛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마리오의 로스트비프는 정말 입에서 살살 녹았다!

바 체리(밀라노 두오모 근처)
다진 고기 속에 달걀, 치즈, 야채말이가 들어있는.

명품쇼핑가라는 에마뉴엘비토리오 거리 구석에 있는 작은 식당.
우연히 지나치다가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가길래 따라 들어갔는데
음식종류도 많고 셀프서비스라서 다른 식당들 보다 좀 저렴했다.
한번은 밀라노 전철역에서 스테이크를 샀는데
직원이 주문을 잘못 알아들어서 내게 3개나 포장해 줬었다.
그런데 스테이크 세 개의 값이 무려 5유로!
나머지 두개 반품(^^)하고 먹을 데가 없어서 앉아서 먹으려니까 2유로를 더 내라고 한다.
즉, 스테이크 값은 2유로가 채 안되지만 자릿세 및 서비스요금의 가격은 어마어마하다는 것.
가게이름은 잊었지만 시라쿠사에서 먹었던 티라미수아이스크림,
코모의 화이트핫초콜렛, 환상적인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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