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호질.양반전.허생전|박지원


선비란 자기를 알아주는 이에게는 뜻을 펼 수 있겠으나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뜻을 펴지 못하는 법이다.

덕만 있고 재주가 없으면 덕이란 빈그릇이 될 것이며, 
재주만 있고 덕이 없으면 재주를 담을 곳이 없을 뿐더러 
그 그릇이 얇으면 넘기가 쉬운 법이다. 
사람이 천지에 참가하여 삼재(하늘과 땅과 사람)가 되었으므로, 
귀신이 재주라면 
천지는 커다란 그릇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저 지나치게 조촐한 자에게는 복이 붙을 곳이 없으며, 
남의 정상(情狀)을 잘 엿보는 자에겐 사람이 잘 붙지 않는 법이다. 
문장이란 천하의 지보(至寶)로서 조화의 기틀을 발견한다. 
숨은 진리를 찾아 형체도 없는 곳을 더듬어 음양을 누설하면 귀신이 분노할 것이다. 
대체로 나무가 재(材)가 될 만하면 사람은 벨 생각을 하고, 
조개가 재가 되면 사람은 빼앗고자 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재`자의 글자됨이 안으로 삐쳤을 망정 바깥으로 들날리진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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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끔 산속에서 평생을 살며 공부만 하고 산 선비들이
세상이치에 공정하고 대단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지 이해가 된다.
온전한 생각을 지키자면 세상과 섞여사는 것은 정말 불가능한 일일까?
선비정신의 폐해를 생각하면 참 비겁한 계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선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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