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

이태준의 청춘무성에서 원치원은 탄광으로 벼락부자가 된 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꿔준다. 
당연히 100% 상환률은 아니다. 
그래도 원치원은 그 방법을 바꾸지 않는다.   
원하면 본전 생각 없이 아무에게나 돈을 꿔주는 부자
-이거야말로 최고의 부자美^^
현실에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있었다, 진주에.
벼락부자가 아니었는데도.

사람의 사람됨을 한 뼘 높여주는 어른, 김장하.
사람의 역사는 이런 꿈을 실현하는 사람들이 있어 상하지 않고 이어지는 모양이다.
보고 나면 기억나는 귀여운 종종 걸음 ㅋㅋ

2023/07/03

YB: infinity|고양


공연 전 
오랜만에 긴 여행에 심쿵하고 있었는데 
무려 첫 곡이 혈액형
깃발 엔딩까지 너무 좋았다. 
처음 듣는 흑화 뽀로로에 신비아파트 신나고 
19는 바로 플레이 리스트에 추가.
메탈 신보를 준비 중이라니
YB 살아있네! 
오랜만의 YB공연이었지만 
놀랍게도 가사를 다 기억하고 있던 나도 
살아있었고 ㅋㅋㅋ
요즘 무한반복 중인 이클립스의 노래를 들으며 갔다가
YB를 들으며 돌아왔다.
신나!!!

특이점: 오늘 노래 부르신 관객 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에서 노래 부르는 꿈을 이루신 걸까요ㅋㅋㅋ
박수가 당연한 명창이었다.   

케네스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유니버설발레단


생기 넘치던 줄리엣이 로미오의 어깨 위에서 힘 없이 흘러 내릴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춤으로 이렇게 슬픔을 전하는구나. 
가볍고 여유 있게 근육결 대로 접고 펴고 날던 동작도 멋있었지만
서희는 유난히 발등이 눈에 자꾸 들어왔다. 

내 취향에는 케네스 맥밀란 버전이 내가 기대했던 바로 그 로미오와 줄리엣의 느낌.
한 잠도 못 잔 상태라 포기할 판 이었으나
예전 차이코프스키의 삶과 죽음-인가..?-를 놓쳤던 쓴 경험으로 무리했는데
뒤로 갈수록 눈꺼풀에 힘이 생기는 기적 체험.
잘 봤고 보길 잘했다.
국립발레단원들 구경도 많이 하고.



얼굴을 날리는 것은 아이폰의 기술인가 나의 기술인가 ㅋㅋㅋ

파묘|Exhuma|2024

처음 귀신이 등장하는 순간 
영화의 홍보 문구를 그대로 구현하려는 것 같아 기대가 좀 식었고 
정령이 등장할 땐
괴물의 CG를 생각나게 하면서  
기이함을 풍기던 이야기는 
전설의 고향이 되어버렸지만
재밌었다. 

김고은의 굿은 정말 압도적이었고
김고은과 이도현이 보여주는 
신당 밖 젊은 무당들의 모습도 재밌다. 
의심이 놀라움으로 바뀌는 순간의 전율을 즐기는 직업이 
무당 하나는 아니겠지만
생각해보면 현실 속의 초능력자들인 이 사람들이
결혼식 사진 속 모르는 사람들로 마주칠 만큼
전보다 오히려 가까이 있으며
그 힘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니.

문제를 피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하려던 전문가의 자세와 
힘들수록 같이 하려던 신뢰의 관계는 좋았지만
노력하던 사람, 친절한 사람의 희생은 슬프다.

발레 심청|유니버설발레단





다들 잘 아는 얘기이다 보니
항상 청이 아부지 눈 뜨는 장면에선 잔치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데
오늘은 심봉사s 다 눈을 뜨고 춤추는 장면이 유난히 코믹했다.
-전에도 다 눈을 떴던가...가물가물하다...
용궁이 더 화려해졌지만 용왕의 운명은 화려해지지 못했다.
-볼 때마다 좀 짠하고 멋진 용왕
오늘 왕과 심청의 2인무는 더 아름다웠는데
아름다운 사이 어쩌다가 왕의 노동이 보였다^^
자기 춤도 추면서 이렇게 박자 맞춰 들어 올리기-새삼 대단하다. 
언제나 귀여운 어린 심청들도 여전하고.
4년 만의 공연이었다니 벌써 그렇게 됐나 싶긴 한데
내년이 40주년이라니
뭔가 더 특별할 심청이 벌써 기대된다.
그리고...출산 후 복귀해서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해버리는 강미선 멋지다!
공연이 끝나고 우연히 문훈숙 단장이 출연한 유튜브를 발견했다.
심청의 긴 역사와 뒷이야기 재미있었는데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분명한데도
바뀌었으면 하는 장면은 왜 바뀌지 않고 있는지.
심청이와 선원들이 같이 나오는 장면들 너무 폭력적.

PITTA강형호 콘서트 Be Free 0430

 




스탠딩 생각보다 괜찮았는데 
힘들거라 생각해서 맨 뒤를 자처한 건 너 무 나 도 팔랑귀의 선택이었다.  
어울려 놀려면 역시 뒤보다는 중간-다음엔 제 시간에 줄 서서 가기로.
맨 뒤를 전전했기에 갑자기 벌떡 나타나준 가수조차
가까이서 보지 못했지만 
암튼 다 비현실적인 그림이었고
꿈에 그리던 댄들라이온 라이브와
Be free, Smog 너무 좋았다. 
들려줬던 Smog 데모 버전 좋은데 음원으로 나오면 좋겠다. 
듣기 편해서 전체 반복이었던 1집이었는데
이번 앨범은 Be free, Smog 반복 중.
처음 Carpe Diem 싱글만 발표됐을땐
1집 Not Alone이랑 비슷한 분위기로 가나 보다 하면서 크게 기대가 되지는 않았는데
Be free와 Smog를 듣고는 콰과광---
감상곡 분위기의 Universe가 어느새 확신의 떼창곡이 된 건
공연의 재미-언젠가는 Universe 부르러 공연 오는 팬도 생기고야 말듯^^
  
포레스텔라의 긴 공연시간 비교하지 말고 
짧게(근데 그것도 짧은 건 아님) 끝나도 괜찮아요.

돌아오는 길에 갑자기 비옴. 
혼자서도 비를 부르는구나.

송영민 리사이틀 0419

 

늦을 것 같아서 곡 순서가 바뀌었으면 하고 바라면서 갔는데 
바라던 대로 이루어져서 하이든의 곡을 놓치지 않고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람회의 그림을 들으러 갔지만 
남은 것은 헝가리안 랩소디의 압도적 분위기.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