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우연의 장난|마리보

귀족 오르공의 딸 실비아는 결혼상대자인 도랑트를 믿을 수 없어 하녀인 리제트와 역할을 바꿔 어떤 사람인 지 알아본 후 결혼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데, 결혼상대자인 도랑트 역시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하인인 아를르캥과 차림새를 바꾼 채 실비아를 찾아온다. 

도랑트의 아버지가 이미 오르공에게 아들의 계획을 귀띔해주었지만 오르공은 실비아의 오빠이자 아들인 마리오에게만 일러줄 뿐, 실비아의 선택을 기다려준다. 

바뀐 역할에도 불구하고 실비아와 도랑트, 리제트와 아를르캥은 제 짝을 찾아 사랑에 빠진다는 이 코미디는 기시감이 가득한데 1730년에 씌어졌다니 모든 '남의 역할 해주다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들'의 조상인듯 하다. 

귀족 행세를 하며 귀족인 줄 알았던 리제트와의 사랑에 신분상승의 야심을 슬쩍 비치던 아를르 캥이나, 하인 행색의 도랑트가 약혼자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오빠까지 동원해 끝까지 도랑트의 사랑을 시험해보는 꼼꼼한 실비아-마리보의 장기라는 섬세함까지는 느낄 수 없었지만 300년 전 연애극의 짜임새 구경.

읽고 싶었던 마리안의 일생은 구할수도 없는 모양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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