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Voice of Silence|2020

 


태인은 가족이 있지만 어린 동생을 생존유지 수준으로 키우고 있었고  
무려 두 가지 일을(^^) 같이 하는 믿을만한 동료가 있지만
달걀 하나에도 인색하면서 일을 미루기도 하니 딱히 대접 받는 처지는 아니었던 데다,
그리 적극적이거나 열정적으로 일하진 않는 편. 
심부름 친절에 대한 과한 감사에는 정직하게 반응하고,
동네 수상한 일이 생긴다고 해서 바로 경찰의 의심을 사는 처지도 아니었지만,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더라도
살고 있던 무너진 집처럼 온전하지 않았다. 

초희가 이 집에 오면서 
생존만 유지되던 문주는 얼굴을 되찾기도 하고 
사회화를 배우기도 하지만 
초희의 맘 붙일 곳이 되어주면서  
오빠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태인.
매사에 딱히 적극적이지 않던 태인은 
후회하고 
원망하고 
달린다, 초희 때문에. 
 
범죄에 대한 독특한 처벌.
최선을 다한 순간 차갑게 버려지는 것이 정의가 되다니
이보다 철저한 단죄가 있을까.
지켜보는 사이 태인에게서 초희로 스르륵 이루어진 힘의 이전까지-
신선하다. 
소리도 없이-라는 제목은 태인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관계가 어느새 바뀌어 있는 상황 같기도 하고.
범상치 않은 솜씨의 홍의정 감독-기억해 둬야지.  

최연소 팜므파탈이 아닐까 싶은데
총명한 눈빛 뒤에 우물 하나쯤 숨어있을 것 같은 초희, 대단했고
외로움에 잠식 당하지 않기 위해 꼭 말이 필요한 건 아니구나 싶게 
천진함이 자연스럽던 문주도 귀여웠다.
그리고 유아인. 
몸만들기부터 일단 반했지만 
소리는 없었어도 대사가 없는 것 같지 않을 정도로 
그 속에서 눈빛의 표정이 더 살아났다.

그리고 김자영-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재미있었던 상궁님께서
친근한 아줌마의 탈을 쓴 전문인신매매범으로 천연덕스럽게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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