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뇽과의 전쟁|카렐 차페크|김선형 옮김|열린책들

실제로 도롱뇽들에게 허락된 공민 시설과 혜택을 적어도 몇 가지는 열거할 수 있다. 모든 도롱뇽은 고용지에서 도롱뇽 대장에 등록되었다. 도롱뇽 들은 공식적인 영주권을 소지해야 했다. 도롱뇽 두세(頭說)도 납부했는데, 이는 사실상 고용주가 지불하고 식량에서 공제했다(도롱뇽들은 급여를 현금으로 받지 않았다). 이와 마찬가지로 도롱뇽들은 거주하는 해안에 대한 임대료, 공공요금, 나무 울타리 건설 공사비, 공납금, 기타 공공 관세를 납부하게 되었다. 그러니 모든 면에서 도롱뇽들은 다른 시민들과 똑같이 취급되었다고, 아주 솔직히 터 놓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도 일종의 평등한 권리라 할 수 있다.

도롱뇽 동지들이여!
자본주의 체제는 마지막 희생자를 찾아냈다. 계급 의식으로 각성한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약진으로 마침내 그 폭압이 무너지기 시작할 무렵, 케케묵은 자본주의는 그대들, 심해의 노동자들을 부르주아 문명으로 옭아매어 영적인 노예로 만들고, 그들의 계급 법제에 복속시키고, 그대들의 제반 자유를 박탈하여 야만적으로 뻔뻔스럽게 그대들을 착취하는 데 온 힘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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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도롱뇽들이여! 그대들이 묶여 살아가는 노예제의 짐을 마침내 깨달을 시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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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계급으로서 국가로서 그대들의 당당한 권리를 주장하게 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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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이 취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라! 노동 위원회를 설립하고, 대표자를 선출하고, 파업 자금을 마련하라! 정치적으로 각성한 노동 계급은 그대들의 정당한 투쟁을 홀로 버려두지 않고 그대들과 손을 맞잡고 최후의 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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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억압 치하의 혁명 도롱뇽들이여, 단결하라! 최후의 전투가 임박했다!!
(서명) 몰로코프

23 우리는 포본드라 씨의 소장 자료를 살피던 중, 이 경축할 만한 사건에 대한 언론의 다소 피상적인 묘사가 보관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불행하게도 절반만 남아 있으며, 후반부는 소실되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은둔 철학자 볼트  마이네르트로 하여금 기념비적인 저서 <Untergang der Menschheit:
인류의 몰락>을 집필하게 한 영감의 원천은......열에 달뜬 기획과 기술적 발전에 눈이 멀어서는 안된다. 그것은 이미 죽음의 표식이 선명한 유기체의 뺨에 붙인 해열제 패치에 불과하다. 인류는 오늘날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절정의 삶을 누리고 있다. 그러나 내게 행복한 사람을 한사람이라도 데려와 달라. 만족한 계급을 하나라도 보여달라. 아니면 존재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국가를 하나라도 찾아달라! 이 모든 문명의 선물들 속에서, 영적, 물질적 가치가 크로이소스처럼 충성하게 쏟아지는 와중에도, 우리 모두는 점점 더 불가항력적으로 덮쳐오는 불확실성과 불안, 초조에 시달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사람 여러분!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인간에 대한 적의는 전혀 없으니까요. 다만 우리가 살 물과 해안 모래톱이 더 많이 필요할 뿐이니까요….여러분이 우리를 원했습니다. 여러분은 우리를 지구 전체에 퍼뜨렸습니다. 이제 이렇게 우리가 있습니다. 
……사람 여러분. 이만하면 당신네 허튼 짓은 참을만큼 참았습니다….자, 이제, 다시 한 번 여러분의 녹음곡 중에서 최신 히트곡을 틀어드리겠습니다. <Triton Trott 트리톤 트로트!>

인간이 망쳐 놓은 걸 왜 자연이 나서서 고쳐 놔야 하지? 그것 봐. 자네도 이젠 인간이 자력으로 스스로를 구제할 수 없다고 생각하잖아. 결국 인류의 구원이 누군가 다른 사람, 뭔가 다른 것에 의존해 이루어졌으면 싶겠지! 이거 하나만 물어보자. 유럽 대륙의 5분의 1이 침수된 이 상황에서, 아직도 도롱뇽들한테 고성능 폭발물과 어뢰와 드릴을 지급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밤낮으로 실험실에 처박혀서, 세상을 날려 버릴 더 효율적인 기계와 물질을 찾아내려고 열띤 작업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누구겠냐고? 도롱뇽들한테 누가 자금을 대출해 주는지, 이 세계의 종말, 새로운 대홍수를 일으킬 돈을 누가 대주는지 알고 있기나 해?
「알아. 세계의 모든 공장. 모든 은행. 모든 국가.」
그래, 바로 그거야. 단순히 도롱뇽 대 인간의 문제라면 아마 뭔가 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사람 대 사람 - 이건 도저히 말릴 수가 없다고.

옛날 선장 하면 떠올릴만한 인물로 묘사되는 반 토흐 선장이
타나마사라는 섬에서 교환을 이해하는 도롱뇽들을 발견하고
진주잡이로 쓰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반 토흐는 나름 도롱뇽에 대한 우정과 신뢰를 가진 인간이었지만
거기에 자본을 끌어들인 것도 그 였다.
기능적으로 다른 신체를 가져 서로에게 윈-윈인 것 같던 관계는
본디라는 자본가의 사업이 결합되면서
도롱뇽들 역사의 한 장이 인류의 역사의 한 장을 접는,
기괴해 보였지만 그럴듯한^^이야기로 펼쳐졌다.

카렐 차페크의 시각은 
철학자 볼트  마이네르트의 저서에 적극적으로 등장하는데
도롱뇽들의 힘을 인간과 정 반대라는 종의 전체성에서 찾고 있다. 
이미 인종, 민족, 국가 등으로 분열된 인류는 
무한한 공간 없이는 분열할 수 밖에 없지만
아직 종전체로 하나인 도롱뇽들은 가지고 있는 기술과 습득한 교육을 
일산분란하게 생존을 위해 쓸 수 있기에 
인간보다 월등한 번식력으로 지구 접수가 가능하다 것. 
이야기는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끝나지만 
미래의 도롱뇽들을 인간들처럼 분열시킬 씨앗을 밝혀두며 마무리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자본과 권력에 대한 경계심을 
물과 육지를 오가는 도롱뇽들을 등장시켜 
빅토르 위고 같은 구라력^^으로 펼쳐 낸 카렐 차페크의 (내가 읽은) 첫 장편.
로봇과도 연결되는 것 같은 인간 노동의 대체재 도롱뇽은 다시 
지금의 노동상황을 생각하게 한다. 

재미있었음에도 책장을 참 오래 넘겼던 건
편집 때문이었다. 
카렐 차페크도 '자료유실'이라는 발칙한 핑계를 대며 재미있는 대목까지 넣어 둔 마당에 
다양한 형태의 글들을 알록달록 주제에 맞게 편집한 게 
보기에 좋고, 아마 카렐 차페크도 즐거워했을 것 같음에도, 
밤독서에는 참 가독성 떨어져서 힘들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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