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2021

 

다 되게 특이한 사람들인데 왜 친근하지 ㅋㅋㅋ

할 수 있는데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라 혐의선상에서 멀리 있고
나름 사고로 꾸며 다음을 기약하는 두뇌와 
죽일만한 사람들을 처리한다는 나름의 철학.
갑자기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이 생각나면서 
케이를 만나면 잘 통할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아마도 라스콜리니코프는 이 발랄한 살인자의 즐거움에 
기겁을 할 것 같다. 

시선을 압도하던 인물들. 

발군의 김혜준.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지 싶은 천진난만한 살인마.
저 몸으로 연쇄살인을 한다고?
싶었지만 그걸 에너지로 상쇄한다. 
제대로 돌면 못할 게 없을 것 같은 젊은 또라이의 호랑이 기운이랄까. 
어딘가 고현정 같은 느낌인데 
김혜준은 거기에 또 묘한 에너지가 더 있다.
이미 보여주고 있지만 앞으로 더 기대주.

어머니 상으로 잘 알려졌지만 
이럴 때 더 빛이 나는 김혜숙.
진짜 한 장면 한 장면 소름이다. 
특히 목욕탕에서 구경이를 처음 만나던 장면이랑
보리밥집 장면 진짜 더더 소름. 

한 마디 한 마디가 귀에 때려 박히는데 
표정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던 곽선영은 
놀라운 초면. 

비슷한 분위기의 역할들을 하는 것 같지만
이번에 특히 오밀조밀했던 조현철은 귀여움 폭발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돌아온 이영애.
사실 초반 구경이는 인물로 환복 중인 장면을 보는 것처럼 어색했었는데
결말 쯤 되어서는 정말 구경이로 보였지만 역시 스타는 화장을 포기 못해-아쉽다.
그래도 옛날 드라마 시절 이영애로 돌아온 느낌이라 반가웠다. 

그런데.
드라마의 여운으로 보기 시작한 메이킹에서 오히려 아쉬움을 많이 봤다. 
안전장치도 변변치 않게 위험한 옥상 씬을 찍는 젊은 배우
-와이어를 달아야 한다며 엄청 챙기는 척한 걸 보면 
바닥 안전장치는 없었던 게 분명한데 
결국 뒷모습 장면은 와이어가 없었으니 보는 내가 다 아찔-에 이어
지저분은 했겠지만 별 위험해 보이지 않던 쓰레기장 장면에서 마마님 호위를 한다던가
업고 가느라 고생한 배우를 두고
업히느라 생긴 멍을 걱정하던 연출자를 보는데 
내가 다 빈정이 상했다. 
이렇게 알아서 기어주는 차별적인 분위기에서 
그런 열연들을 했다니 정말 대단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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