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봤다, 하데스타운
2022.01.09 일 19:00
애초에 하데스타운을 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건
박강현의 미성과 인물 소개의 오르페우스가 너무 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었지만
워낙 다양한 캐스팅 조합에
여러 번 볼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고심 끝에 내 기준 믿보배들 공연일로 선택했다.
공연일을 기다리며 소식을 가끔 찾아보던 중
하데스타운 배우들 라이브를 봤는데
그 배우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약간 갈등을 겪었지만
결국 처음 결정대로 갔는데...
공연을 보면서 이미 예감했다,
이 공연은 분명 회전문러들 사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리라는 걸.
(아님 말고^^)
우선 오르페우스.
미소년이라 세상 물정 모를 줄은 알았지만 약간 얼빵함이 곁들여진
세상 속에 있지만 딴 세상을 사는 오르페우스는 귀여웠다.
기차 타고 떠난 애인을 걸어서 찾아가게 만드는 고단한 가난인데
자기 노래에 반한 천지만물이 자신을 먹여주고 재워주는 행복으로 가난을 보지 못한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오르페우스의 노래들.
박강현이 그걸 다 가성으로만 부르지 않아서 더 박강현스러웠던.
그 다음은 페르세포네
예전에 TV예능프로그램에서 봤을 때는
재능만 많고 끼는 별로 없는 특이한 사람이다 생각했는데...아니 같은 분 맞으신지?
특히 예쁜 목소리로만 알고 있던 박혜나가 소울충만 박력을 뿜을 때
이 분 진짜 노래로 연기하는 분 맞다 싶었다.
Epic3들으면서 눈물 글썽일 때 나도 울컥.
좋았던 노래도 오르페우스 다음으로 많고.
유일한 불만은 박혜나를 김선영처럼 보이게 분장해 놓았다는 것.
분장도 라이센스가 있는 건지...
신화 속 이미지는 어마어마한 신에게 납치 당한 희생양 같은 느낌이었는데
언제 같이 한 잔 하고 싶어지는 쾌활한 천성의 페르세포네 언니
한 잔 같이 하고 싶어요^^
그리고 헤르메스.
흥 많고 정 많은 버전의 헤르메스.
망원경으로 가끔 대사 하지 않을 때의 표정을 봤는데
거의 무대를 떠나지 못하는데도
정말 극을 즐기는 것 같이 극의 분위기와 맞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노래도 신나고, 일단 헤르메스 자체가 인간과 신의 중심에서 좀 참견해주는 입장이어서
흥과 정이 만나는 헤르메스는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헤르메스도 신이긴 한데.
하데스
웃는 남자에서 딱 한 번 봤을 뿐인데도 강렬하게 남았던 양준모.
하데스에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노래가 많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지만
마력을 가졌을 것 같은 카리스마의 하데스로는 딱.
그래서 이번엔 2부 중심으로 연기를 더 많이 본 걸로 만족.
에우리디케
어려운 노래들이었을텐데 들을 때 전혀 힘들게 들리지 않던 김수하의 노래들.
기초가 굉장히 탄탄한 배우인 것 같았다.
하지만 이들을 압도하는,
본 사람들이라면 얘기 안 할 수 없는 운명의 여신들.
각각 다른 목소리로 어쩌면 그렇게 소리를 잘 맞춰 부르는지.
메이킹(?)에 보니 이 여신들은 1-2부 사이 쉬는 시간에도 연습을 하고 있던데
아마도 그 정도의 열정이 노래에 마디 마디 새겨지는 중인 듯.
좀 얄미운 가사도 있지만
그래서 재미있기도 한 삼중창 여신들 최고.
결말은 신화와 같아서 비극이긴 한데
마치 될 때까지 기회를 주겠다는 듯 돌고 도는 인생으로 무대는 끝이 났다.
아무래도 돌아본 오르페우스를 안타까워 하는 마음이 가장 크긴 하지만
사실 가난을 싫어하던 현실주의자였던 에우리디케가
오르페우스를 만나 외롭지 않은 삶을 선택하고 나서도
다시 장작과 음식을 위해 하데스와 계약을 해버린 게 더 안타까운 선택이었다.
이래서 모든 사람에게는
몰리지 않고 선택할 여유를 보장해주어야 한다는
복지의 개념에 동의한다.
보고 온 다음 날 하데스타운의 수상 소식
-상 못 받았으면 오히려 놀랐을 거에요, 축하 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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