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호|SPACE SWEEPERS|2020

 

 
포스터 내취향

 

어딘가 정겨운 느낌의 꼬질꼬질한 SF랄까-로보트 태권브이같은 느낌.

그런데, 보면서 여러가지 궁금하다.

-처음에 어떻게 다른 청소선들 걸 빼돌린다는 건지(진짜 대충 봤네1-다시 보고 이해됨)

왜 내려갔다 올라가는 태호가 미친 건지,

사장은 그렇게 사람을 막죽여도 되는지,

우주에 돈이 흩날리던데 빚은 뭘로 갚았는지...(진짜 대충 봤네2-구호자금) 등등등.

 아니 저기서! 싶은 죽을 고비를 넘길 때를 비롯하여(특히 박씨)

사이 사이 얘기 조각이 잘린 느낌도 여러 번 들었다.

승리호가 꽤 스펙이 괜찮은 우주선인 건 알겠지만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 건지, 

승리호의 넷은 어떻게 만난 건지.

어차피 인간미로 갈 거면서 굳이 뻔할 것 같은 천공의 섬 같은 인공도시 얘기를 하느니

사람들 얘기나 더 해주지. 

나노봇도 그렇다-좀 더 정보를 원해요...

내내 엄청난 외국인들이 등장하는데 영화라기보다는 서프라이즈 같은 느낌ㅋㅋㅋ

제일 인상 깊은 배역은

거대기업의 비밀이 보도되는 순간 손까지 부들부들 떠시던 분.

-나라면 잠시라도, 저게 뭔소리래? 싶었을 것 같은데 

모든 사람들이 뉴스보도와 동시에 분노와 경악 모드에 돌입.

주연배우들은 좋긴 했지만 뭔가 케미가 있는 느낌은 아니어서 그것도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두 번을 보게 된 건

다 꽃님이 때문이다^^ 

나는 분명 조성희의 영화에 송중기와 김태리가 나와서 봤지만

보고나면 온통 우리 꽃님이 생각 뿐. 

사랑스러운 여아 순이와 

사랑스러운 아이인 꽃님이.

칙칙한 쓰레기공장에서 무지개빛 뽐내던 꽃님이는 희망이 뭔지를 온몸으로 뿜어내는 아이

토마토장사하던 꽃님이는 너무 즐거워 보였는데

장사 잘 된다!를 외칠 땐 칙칙하게 버림받은 지구는 잊을만큼 환하고

뭔데요,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할 땐 

저런 꽃님이를 멀리서만 보고 웃어주는 태호삼촌은 극한직업.

요맘때의 아이들은 부모 없이 잘 놀다가도

부모들이 돌아오면 울음을 터뜨려서 봐준 사람 뻘쭘하게 만드는 무서운 기질이 있는데

꽃님이가 아빠 만나서 돈벌고 머리감고 밥먹은 얘기할 때 울컥했다.

갑자기 낯선 곳, 낯선 사람들 사이에 뚝 떨어진 거 였는데 

이렇게 적응하는 건 애든 어른이든 아무나 할 수 없다.

이 정도 의리있는 꽃님이라면 목숨도 바칠 만^^

근데, 꽃님아 맛있는 건데 왜 핫소스를 발라먹었니 ㅋㅋㅋ

업동이 명대사: 어---ㄴ니? ㅎ ㅎ ㅎ흐흐

김태호 명대사: 그럼 아빠 한 번 보여줘(시작 즈음 열심히들 산다며 다른 청소부들 비웃을 땐 와, 한석규다 했는데 여기서는 송중기인데 아빠) + 꽃님이 피해서 도망갈 땐 늑대소년 철수

장선장 명대사: 내가 진짜 소름이 끼쳐가지고(최고 빵터짐).

타이거 박은 내내 좋은 목소리와 똑떨어지는 발음을 자랑하는데 

그 많은 중 '다른 엄마들은..'이 왜 기억에 남는 걸까 ㅋㅋ

그리고 김무열-잠깐이지만 진짜 아빠 같았다. 


현실적인 척 하면서 영화속에서도 우울하기만 한 게 장땡이 아니라는 건 이미 베테랑이 보여줬지만

우주의 청소부들이 희생양이 아니라 변함없이 열심히 살고 있어서 좋았다. 

-그래도 마지막엔 청소선 다운 뭔가 기발한 공격과 방어를 기대했는데 평범한 전투는 좀 실망.

나노봇의 기적 꽃님이는 인류와 우주의 혼혈로 순혈주의를 쳐부수는 느낌이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구에서 뭔가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았고, 

줄거리와 상관 없이 그냥 맘에 드는 대사들도 좋았다.

-주지도 않을 돈을 왜 세서 보여줘, 이 흡혈귀 같은 새꺄...

도로시 피해 도망갈 땐 철수인 줄^^

 

늑대소년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박씨-라는 호칭이나 양말꿰매기 같은 것도 좀 귀여운 복고.

근데 좀 신기한 건, 

별 것 없는 상황에서도 엄청난 몰입감과 긴장감을 만들던 

늑대소년 이전의 조성희 감독의 분위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뜬금없이 사냥꾼의 밤이 생각났다. 

영화 하나에 되게 많은 것이 들어있어서 이게 뭐지 싶은데 재미있었지. 

밍밍한 나름대로 나는 괜찮았지만

이것은 아주 훌륭한 리메이크용 이야기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 그리고 승리호는 

영어가 변방에 머무는 최초의 우주영화. 

-----그리고 꽃님이 보고 싶어서 또 봄.


+ 승리호가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

제발 다국어 환경과 편견프리 설정은 그대로였으면 좋겠고

설리반의 철학적 면모가 좀 더 보였으면 좋겠고

청소부들의 반격방식이 좀 새로웠으면 좋겠고

꽃님이 색동옷도 그대로였으면.

그리고 자란 꽃님이도 어떻게든 한 번 나와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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