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세뇨르|황미나|1988


겪은 세상을 고치기보다 새로운 세상을 만든 엘세뇨르. 
자신이 태어난 세상에서 그는
누명을 벗은 다음이긴 해도 복수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아마도 그래서
새로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던 평등에 집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새로운 나라의 새 사람들 같던 섬사람들은
작은 균열로 갈등한다.
평등하다고 생각했던 엘세뇨르의 존재감이 다르다는 사실이나
과거를 말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심하기도 한다.
가장 큰 갈등은 엘세뇨르의 것이었는데
남들을 이끄는 자리에서보다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표현이 공적인 불공평으로 보일때
그 억울함이 최고조 였던 것 같다.
이 위기를 해결한 건 서로의 삶에 대한 신뢰.
특별한 해결전략 없이
이전에 보고 함께 했던 서로의 삶을 믿으면서
그들은 좀 더 단단해진다.

평등한 세상이
모두가 같은 직업을 갖고 똑같이 입고 먹으며 사는 게 아니듯
전쟁 경험이 많은 그는
엘세뇨르라는 이름의 책임을
싸움의 선봉에 서고 작전을 지휘하는 전문직으로 생각해버리면 되는 거였는데
혹시 떠나온 세상의 찌꺼기가 아닐까
날아온 화살을 피하지 않고 고민해서
더 멋있었다.

언제든 누구든 그를 고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 건
그가 성장 중이라는 뜻이다.
이 긴 머리 청년이 마지막 순간까지 자라고 있던 게 멋있었던지
슬픈 결말인데 슬프지 않았다.

처음 봤을 때 김혜린의 북해의 별과 너무 비슷한가 싶으면서도
완전 다른 결말 때문에 좋아했었는데
이번에 다시 보니 미스터블랙과 북해의 별과 엘세뇨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겹치는 소재로 다른 얘기들을 하고 있다.
다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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