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길잃은 작은 새를 보았다|황미나|1985

나는...
진실한 어른이
되고 싶은 거야...

명예는 자만을
동반할까
두렵고...

돈은 순수함을
잃을 것 같아
두렵고...

나는 어릴 때처럼
가난하게 살더라도
마음만은 부자이고
싶은 거야, 신애...


나는...
외로운 지하에게서
위로 받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엄마, 아빠를 도와준다는
것으로 잡안에서의
위치를 확실히 하려
했는지도 모른다...

또한 나는
민형이가 좀 더 심각하게
내게 모욕줌으로써
오빠와 함께 살 수 있길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고집스럽게 독립인간을 꿈꾸던 남매지만
진섭을 오빠라 부르는 신애와 달리
 신애를 신애야-부르지 않는 진섭의 감정.

이 얘기가 이렇게나 슬퍼진 건
불운하게 시작했다가 행운으로 키워지면서
꿈과 염치와 양심과 투지로 성실했던 진섭과 신애가
아주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가슴아프게 이별했기 때문이다.
특히나 너무 일찍 접어버린 진섭의 꿈은 더 안타까워서
더더욱.

같은 환경 속에서도 다르게 자라는 인간이라는 생물.
그게 유전이건 학습이건
교감이 있는 한
분투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이 정도의 가난은 매일 눈에 보일 정도가 아닌 시절이지만
지금이라고 진섭이나 신애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을지 장담은 할 수 없다.
좋은 가족, 좋은 친구들이 있었는데도
채워지지않았던 진섭의 불운한 허기때문에
두고 두고 슬픈 이야기로 남겠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기억이 있었는데
무려 99년작이어서 한번 놀랐고
그게 또 원작에서 15년이 지난 뒤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요리보고 조리봐도
왕성하고 다양한 황미나의 작품세계.

이번에는 조병화 시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의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이라는 구절이 
툭 치고 들어왔다.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조병화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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