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말시티|Normal City|1993-2001|강경옥

오랜만에 집어든 만화책이 노말시티였던 건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아서였다.
워낙 강경옥의 만화는 후유증이 있어서
가볍게 집어들 수 없는데...

젊고 아름답고 강한 마르스가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살라
자신의 생과 자신을 찾아간 이야기.
모르는 사람은 그녀의 힘을
아는 사람은 그녀의 공허함을
그래서 결국 모두가 그녀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할 수 있고
절망속에서도 사랑을 결국 인정한 마르스는
끝까지 새로운 강함을 키울 수 있었던 걸지 모른다.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이샤를 볼 수 있어서
마르스는 행복했다는데
그리고 그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은데
생에 걸쳐 풀어갈 번민을
너무나도 높은 밀도로 빠르게 겪어버린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겁다.

너의 모든 고뇌가
네가 인간이길 말해준다고 아무리 설득해도
제 손으로 답을 움켜쥘 때까지 회의를 거듭하던 마르스,
내가 죽였던 애들이잖아-를 외치며 제 힘을 스스로에게 증명해보려던 마르스,
불운이라 생각했던 모든 것이 행운일지 모른다는
이면을 바라보게 되었던 마르스.
이 모든 건
초능력에도 버거운 압축의 번뇌였다.

원하는 걸...
말하지 못하면서
원하는 것을...
아닌 것처럼 말해...
-결국 이 마지막 숙제도 풀어낸 마르스.
근데 난 이 말 되게 공감 돼.
너랑 비교도 안되게 오래 살았는데
아직 이 숙제는 끝나지 않았고...
폭주를 해봐야 하나 봐--;;

마르스로 인해 나름의 성장-거의 외면하던 자신을 인정하는 방향으로-하는 시온, 진, 이샤, 비너스
모두 사람 답다.
(금방 읽고도 이름을 까먹은) 비너스 바라기 소녀가 강해져
비너스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던 것도 좋았고,
다른 얘기들에서는 대단한 혁명이 되었음직한 메두사들의 반란이
자신의 욕망을 투사한 것임을 깨닫고 인정하며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도 좋았다.
그래, 모든 것을 혼자 찾아 혼자 깨닫는 게
인간 마르스 다운 일이다.

 
행복한 너를 봤는데도 나는 왜 슬픈거니...
홀가분한 주인공을
착찹한 마음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경옥의 비기는
이렇게 이어졌다 ㅠㅠ

PS. 새 책을 샀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사고나서 한 번은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읽다가 몇 쪽이 실종된 것을 발견했다.
그렇다면 나는 중고를 샀으며 사고나서는 한 번도 안 읽었다는 거...???
진짜 기억이 없다.....
애장판을 살 좋은 핑게지만
그럼 이 책은 어떻게 해야하나....도서관에서 왜 만화책은 기증을 안 받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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