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5|시네마: 퍼블릭 어페어|Cinema: A Public Affair|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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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티아나 브란트루프  Tatiana Brandrup|100분|독일

너무 오랜만이다. 
영화박물관이라는 곳-을 책임지던 나움 클레이만-이 들려주는
조심스럽고 설레며 기대가 생기는 영화에 대한 느낌같은 것.
언제부터인가 
존재한 적도 없는 것처럼 잊고 있었던 
예술로서의 영화를 다시 만난 깜짝스런 경험이었다. 
나움 클레이더만이
세계의 변화로 시작해 비폭력과 자립을 화두로
전함포템킨을 소개할 땐
-결국은 아직도 못 본 영화지만-
한때
지하철 정액권과 필름보관소 회원증으로 하루를 보내던
평화로우면서도 지루하지 않았던 백수시절이 생각났다.
키노를 뒤적이며 영화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고 싶어하던 때의 공기가
슬쩍 지나가는 것도 같았다.

좀 모순같은 게
꽤나 친미를 표방하는 한국의 보수정권들은
러시아의 현재를 닮았다.
시대를 거꾸로 가는 것 같은 영화박물관의 현재와 각종 규제, 낙하산의 폐해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것과 똑같다.
영화박물관의 부관장이 
독립을 기뻐하는 구 소련 연방국들의 기쁨 같은 건 아랑곳없이 
구소련인을 회고할 땐 좀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아무튼.
러시아는 좀 궁금한 나라이다.
전에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가 군부대에서 연주하는 동영상을 본 적 있는데 
소녀시대 같은 허벅지도 아니고, 엉덩이춤도 아니고
중년 피아니스트의 피아노 독주 공연에 환호하며 앵콜을 청하던 젊은 군인들이 신선했었다.
고다르의 초기작이 인기가 많다는 얘기라든가
씨네마테크 분위기일 게 뻔한데도 꽤 큰 극장이 꽉 차있는 상영행사장 풍경이나,
40분 짜리 영화를 보고 두 시간을 토론하는 분위기라니
이 또한 놀랍지 아니할 수가...

푸틴 시절이라는 게 결정적인 안타까움이지만, 
러시아 가고 싶다......

나움 클레이만의 두 마디.
숙명론은 사람을 (원시 시대의)노예로 만든다.
사라진 십일계의 열한번째 계명은 '두려워 마라'.

적은 보수지만 다들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능력을 인정하며
무능한 조직과 운영에 반발해 전원이 사표를 내는 직장.
세계 최고 멋진 직장인 것 같다.
이들에게 이 직장은 일을 하는 곳이 아니라
각자의 예술을 구현하는 곳이었던 듯.

영화와 영화를 사랑한 사람들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 또한 이상적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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