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냄새

넉넉한 양에 저렴함을 자랑해서 
여행갈 때면 팔다리용 썬크림으로 애용하는 니베아 썬크림.
잠깐 문 밖을 나설 땐 얼굴용 썬크림을 아끼려고(^^)
+ 썩기 전에 쓰려고
바르고 나가곤 한다.

오늘도 한가한 마음으로 야트막한 정발산을 걷는데
갑자기 휙 지나가는 '여행냄새'.
정체는 바로 여행 때마다 바르던 물건 냄새와 나무, 흙의 풍경의 조화였다.

예전, 연극 '19그리고 90'에서 귀여운 할머니가 
'예술에서 천대받는 후각을 위한 기계'를 소개할 때
처음으로 후각을 위한 예술이 없다는 걸 깨달았는데,
혹시 후각이야말로 너무나 선동적이어서 
감히 건드리지 못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대표적인 환각제들이 코를 통해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버터냄새에 미친듯이 빵집으로 달려들어간다거나
음식의 모양보다도 냄새에 더 이성을 잃는 것도 그렇고
아, 그래, 그 유명한 소설 '향수'도 있었다.
학생시절 행사준비를 하던 기분이 냄새로 기억나기도 해서
나는 지금도 공연장을 가면 기분이 좋기도 하고, 
긴장을 하기도 한다-누가 날 부를 일이 생길까봐^^
내 나름대로 이름붙이기로는 
'관계자외 출입금지'구역 냄새^^

냄새와 두뇌는 좀 더 빠른 길로 연결되어 있는 건지도.
사진을 볼 때보다 
더 자유롭게 추억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느낌이 더 살아있도록.
놀러가고 싶은 충동이 더 자극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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