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속의 제주올레1코스



시흥리에서 성산까지의 1코스 시작지점.
시흥초등학교버스정류장과 시흥초등학교 사이에 있는 여기를 못찾아서 올레사무실에 전화까지 했다--;;

보이는 하얀점은 점이 아니라 눈보라. 눈속에서 밝게 핀 꽃-혹은 잡초일까?은 얘말고도 보라색이 또 있었다.

배추정원의 억새연못^^ 사실 저 푸른 작물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름

걷기-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상적인 길의 모습.
이따금 찻길을 걷기도 하지만 올레길은 이렇게 걸을 맛 나는 길이 많았다.

1코스 초반에 지나게 되는 아마도 개인농장-문을 여닫으며 드나들어야 한다.
소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악질길치인 나로서는 끊임없이 나를 의심해야했던 난코스.

아주 잠깐 급경사 오르막이 있어 아마도 신체적으로는 최고의 난코스였던 말미오름.
우도와 비슷한 정경에 주변이 트인 전망을 가지고 있다.
이 부근에서만 잠깐 마주쳤던 두 처자들을 허락없이 찰칵. 

운치있는 무덤가.

멋지게 날아가는 모습을 봐서는 오리가 아닌 것 같은데.
물가마다 넉넉하게 흩어져 있던 날짐승들^^

조개박물관-올레에는 무료라고 나와있지만 지금은 입장료 2000원을 받는다.
비싼 입장료도 아니고 추울때 잠깐 들어갈 수도 있겠으나 지나쳐도 아쉬울 필요없을 정도의 방문지. 


 
함덕부근의 숙소에서 바로 시흥리로 갈 수도 있었는데 악질길치인 내가 그렇게 똑똑한 선택을 할리가 없다.  안내서 곧이곧대로 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갔다가 같은 도로를 고대로 따라서 시흥리에 도착한 것이 무려 두시간 후, 도착지도 전화해서 찾았다.
아침부터 불던 강풍은 그렇다치고 좀 걷다보니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제주도의 쎈바람에 가끔 눈이 좀 아프기도 했지만 제주도는 원래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시흥해녀의 집 식당에서 아주머니가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걸어왔대"하시는 말씀을 듣자마자 나가기가 두렵게 갑자기 춥게 느껴졌다. 이미 강풍주의보와  폭설주의보가 내렸다는 사실을 몰랐다--;;
눈보라에 휑한 길을 걸었지만 그래도 볼만한 길 덕에 괜찮았는데 결국 이날밤부터 내린 엄청난 눈때문에 이튿날은 기상청과 도착희망지의 숙소까지 여기저기 전화를 한 결과 포기하기로 결정.
사실 눈쌓인 길보다는 쌓인 눈에 가려졌을 올레길의 파란 화살표를 볼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일정을 당겨 일찍 떠나기로 하고 비행기일정을 당겼지만 비행기도 강풍으로 연기. 결국 1시간 20분을 더 기다려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큰 맘먹은 나들이였는데 역시 무식했다.
제주도민들조차 일기예보 좀 보고오지-라며 동정해주지 않던(^^) 나의 안타까운 올레여행.
언젠가 가고 말겠다~!  
 
불경기에 폭설과 명절 등등의 여러가지 이유로 늦게 까지 문을 열지 않았던 성산의 식당들.
그중에서 1인분임을 확인하고 갑자기 아직 준비가 안됐다던 '선미식당'에 마음이 완전 상했었는데(맘 상한 것 이상으로 허기지기도 했었다) 우리 먹는 거라도 괜찮냐며 한끼 거두어주신 '삼다식당' 가족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특별한 가정식 자연산 복김치찌개에 커피랑 딸기까지 정말 잘먹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들를게요!
 
   
봄빛의 꽃, 가을의 억새, 눈보라와 햇볕.
사계의 풍경이 뒤섞인 길들을 따라 난 돌담이 나그네길의 운치를 더한다.
흐린 하늘아래서도 이쁜 물빛을 보여주는 바다곁길을 걷다가 내키는 곳 어디나 멈춰갈 수 있는 자유.
이런 게 뚜벅이의 즐거움.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