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그의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올해 북경에 배추가 남아돌자 회사에서 모두들 '애국배추'를 사자고 선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애국배추'를 사면 회사에서 영수증 처리를 해 준다고 했다. 이렇게 되자 굳이 안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그와 아내는 곧바로 처음의 결정을 바꿔 '애국배추'를 사러 가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회사에서 영수증 처리를 해 주는 한도까지 사기로 했다. 그의 회사는 300근까지, 그의 아내 회사는 200근까지 영수증 처리를 해서, 두 사람은 500근(250Kg)을 사기로 결정했다. 이는 그들이 전에 샀던 배추보다 훨씬 더 양이 많았다. 그는 사무실의 부처장 집에서 삼륜차를 빌리면서 말했다.
"배추를 안 사려 했는데, 회사에서 영수증 처리를 해준다며 자꾸 압력을 넣네요. 귀찮게 됐어요."
사실 그가 귀찮아진 것은 영수증 처리를 해준다고 해서 나섰기 때문이지, 누가 강요한 일은 아니었다. 그는 줄을 서면서 귀찮은 듯 발로 '애국배추'를 차면서, 앞에서 배추 무게를 다는 일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왜냐하면 모두들 자기 돈을 쓰지 않고 배추를 사면서도, 나름대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차례가 오기도 전에 '애국배추'가 다 팔리지는 않을까 하고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어느새 긴장한 모습으로 면모자의 귀막이를 위로 추켜올렸다.
<73-74쪽>
'현미경을 들이대는 것 같은'이라는 추천사가 붙어 있었는데 그 말 그대로 문장과 문장사이 까지 그냥 지나치지 않는 탄탄함이 느껴진다. 그 현미경을 겉으로 일어나는 일 뿐 아니라 심경의 변화에도 똑같이 들이밀다가, 가끔 거리를 두고 사소한 일에 너무나도 진지하고 논리적인 주인공을 웃으며 바라보게 만드는 놀라운 재주.
빨리 다음 책이 번역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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