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마지막이야 소리 듣기도 몇 년.
은퇴라는 말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익숙해졌는데
그건 아마 전혀 실감하지 못했었다는 뜻이었나보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숨이 차도록 뛰면서도 웃음을 멈추지 않는 허코치의 모습과,
서장훈과 매치업을 하고, 상대팀의 어이없는 패스를 받고, 문경은이 반칙 삼점슛을 하고 도망가고
선수전원이 될때까지 해보라는 패스를 끊임없이 하면서 폭소를 자아내는 동안에도
내눈은 자꾸 시계로 갔다.
1분도 안 남은 시간.
이제 다시는 저렇게 달리는 모습을 볼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에 웃음소리 사이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1초 1초가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어느 순간 번쩍 들려진 채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덩크를 활짝 웃으면서 하고 있었다.
사실 우느라 정신이 없어 잘 못봤는데
오늘 신문들을 찾아보니 표정이 그렇게 환할 수가 없다.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머릿속에 가득했던 생각은 이게 마지막이라는 것.
정말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내게 농구를 보여준 사람이 없는 농구코트라는 것은.
경기가 다 끝나고 경기장밖으로 나오는데
구단 관계자 한분이 이렇게 말했다.
선수 장례식에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장례식이라는 표현이 너무 우울하긴 하지만
사실 내 느낌도 그랬기에 정말 장례식에서나 흘릴 만한 눈물이 쏟아졌던 것 같다.
작년에 은퇴를 했더라면 더 화려했을 지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은퇴하게 된 올해가 더 '허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재는 386세대에게 희망을 준 불굴의 투혼보다
그동안 허재로서 쌓아왔던 커리어와 카리스마로 마지막 인사를 하는 게 더 어울리니까.
'허재선수'를 떠나보내면서 '허재감독'을 기다리는 것은
많이 지루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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