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내 동반자들


인턴생활 반년째..
 
업무 특성상 사무실 사람들보다 사무실의 기계들과 대면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점점 사이코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훗훗..(음침..ㅡㅡ;)
 
내 친구들이 된 그들을 오늘 한번 소개해 보려한다
 
프린터기가 두대 있다
 
하나는 신도리코, 하나는 엡손
 
신도리코 프린터기의 이름은 신돌이다, 얘는 매우 낙천적인 성격이다
 
종이가 걸려도 별 말이 없다, 켁켁거리며 이러다 죽겠지 뭐~ 하는 습성이 노장사상을 연상시킨다
 
엡손 프린터기의 이름은 엡쁜이다
 
절대 예쁜이가 아니다. 하는 짓 절대 안이쁘다
 
그냥 이름이 그 모양이라 그렇게 지었다;;
 
우억우억 하며 종이 토해내는 꼴을 보고 있으면 내가 먹은걸 올리고 싶어질 지경이다
 
얘는 일의 우선순위를 잘모른다
 
절대 명령대로 안한다
 
자기가 출력하고 싶은 순서대로 출력한다
 
그래서 우린 꼭 쪽번호를 매겨줘야 한다, 기계가 왕이다
 
복사기의 이름은 복자다
 
이년은 땡깡 부리며 앙탈스러운 것이, 딱 보니 신경질적인 기집애다
 
몇대 때리면 말듣는 신돌이나 엡쁜이와는 다르다
 
도도한 것이 한번 때리면 절대 안풀린다, 내가 이년 땜에 평생 먹을 욕을 하루만에 다들었다
 
자존심 상하게 복자 앞에서 ㅠ.ㅠ
 
한번 때렸다가 몇 주씩이나 복사가 안되어서 모든 서류를 신돌이가 열라 프린터 한 적이 있다
 
불쌍한 신돌이..ㅡ.ㅜ
 
삼성출신인 팩스기의 이름은 삼백이다
 
이것도 반항이 제법이다
 
한번만에 절대 안보낸다, 꾸역꾸역 지혼자 한참 우물거리다가 다 구겨서 뱉어낸다
 
비디오의 이름은 아직 없다
 
이놈이 가장 먼저 친해진 놈인데..이름을 뭘로할까?
 
두대가 있으니 쌍둥이인 셈인데..
 
좋다, 비원(one)이, 비둘(2)이...이렇게 하지 뭐..
 
좀더 좋은 이름이 떠오를때까지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내가 이것들을 친구로 삼은지 벌써 반년이란 말인가..
 
복자 이년은 아직도 내손만 닿으면 아주 쌩쑈를 한다
 
오늘도 세장 복사하는데 종이 열세장 구겨먹었다
 
"이년이!!" 하며 소리를 빽 질렀더니 지도 소리지른다, 디리릭 디리릭~~
 
내가 이러는 동안에도 울 팀장님은 아주 안쓰럽게 쳐다보신다
 
"저게 어쩌다 저리 되었을꼬..미안하다..일거리를 줘야 할텐데.."
 
그러면 나는 또 한번 흉칙하게 웃음을 날려준다
 
"괜찮아요, 얘들이 요샌 대꾸도 해줘요..."
 
아이고..
 
점점 망가져 간다
 
내 청춘 돌려달라, 이것들아!!
 
너희가 내뿜는 전자파들에 의해 내 피부는 썩어간다
 
친구를 이런식으로 대접해도 되는 거니?
 
특히 복자 네 이년!! 자꾸 반항하면...정수기 밑에 깔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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