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미도르|김혜린|대원


"저놈이 미쳤나?!"/"쏴라"

나는 묘석속에 누워있지 않을테다!
나는 하늘속에서 쉬지 않을테다!
나는-
 
테르미도르의 라스트씬


테르미도르는 열월이라는 뜻으로 프랑스 혁명기간 중 7월쯤이라고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마지막 장면의 충격으로 머리가 얼얼했었다.
이 장면은 실패한 혁명가의 자살이지만, 계속되는 혁명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맨 마지막 장면을 위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 혁명의 어딘가에서는 이렇게 흘려진 피도 있을 것 같은 확신이 들었다.

유제니는 신뢰받는 혁명가였다.
그런 그가 필요할 때마다 거칠게 응수하면서도 알뤼느를 구하고
그녀의 연인이라고 오해했던 줄르까지 구하는 것은
힘있는 해결사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는 늘 안스러워 보인다.
그가 반편 귀족이라서도 아니고, 그늘에서 움직이는 암살자라서도 아니다.
아직 표현으로 익혀내지 못한 여린 심성이 항상 조금씩 드러나기 때문이다.

솔직히 현실에서라면 이런 남자 질색이다.
말 한마디 곱게 하기가 목숨 걸고 싸우는 것 보다 더 어려운 남자.
결국은 한장의 편지도 없이 땅위에...를 외치며 달리는 이 남자.
그런데.
오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등장인물인 시인 세자르 시락의 시]

바람의 달에
나는 열월에의 예조로
폐를 앓는다.

하얀 마가레트꽃을
머리에 꽂은
시골소녀.

맨발로 걸어가는
프랑스의 농부.

그대의 눈물,
내 슬픔을 폭사할 듯
소망보다도
앞서 달려나갔던
분노의 창.

우리들 머리 위의
순결한 태양...

(중략)...

이뤄질수도,
포기할 수도 없는
그대와 나
눈물의 이카리아......

후진 스캐너가 본격적으로 원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정말 좋은 장면들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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