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겁먹는 것



작년 겨울에 무릎인대를 다쳤다.
한달이면 괜찮아질 거라는 한의사의 처음 진단이 무색하게 두달 넘게 이삼일에 한번씩 침을 맞으러 갔었다.
단정하고 친절한 한의사와 원래 침맞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까닭에 치료는 그렇게 고역은 아니었지만
그러는 동안 주변의 얘기가 나를 더 겁먹게 했었다.
서른 넘어 다친 무릎은 관절염이 되기 십상이라나

원래 체력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라 농담반 진담반으로 지나친 건강에 주의하라는 말도 종종 듣는 나지만,
내게도 한가지 아킬레스건이 있다. 불치의 병보다 더 무서운 뼈 다치기...
아마 그 공포는
뼈를 다친다는 것을 잘 모를때도 어렴풋이 짐작가는 치료의 어려움과
특히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이었을 것이다.

남들의 기우가 현실이 되려는 지 올 겨울 찬바람에 무릎이 쑤신다.
옆구리 허전한 거는 감히 댈 바가 아니다.
다리를 다쳤을 때의 더욱 난감한 점은 다친 다리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다
성한 다리에 무리가 가서 결국은 양쪽이 다 부실해진다는 점이다.
지금은 작년에 어느 쪽을 다쳤던 건지가 헷갈릴 정도로 두 다리가 다 부실하다.
이렇게 다치고 나니 체중감량의 꿈을 실어 겁없이 오르내리던 계단이나
가뭄에 콩나듯 하던 달리기도 다 먼 옛날의 얘기 같이 되어 버렸다.

조만간 인간일기예보기가 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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