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룩소르|인샬라1

Inshala......신의 뜻대로.
사막의 모래바람과 어우러지는 이 말 한마디는 ‘아랍어’의 매력과 함께 내가 가장 무지한 동네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 환상은 한번 디뎌보기 전에 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워오며 거대하게 자리 잡던 이집트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에 비해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다.
태양의 나라, 람세스의 제국, 거대한 고대 문명이 남긴 신비의 유적지들, 델타니, 룩소르니, 멤피스니, 알렉산드리아니..
이름만으로도 이국을 꿈꾸게 하던 나라...가 ‘이집트’였다.
그리고 그 멋진 울림. ‘신의 뜻대로’라니..
한 마디 원망도 없이 결과를 받아들이는 그들의 여유가 그 말 한마디에 다 녹아있는 것 같았고 
태양의 신전을 지으려는 오만을 부렸지만 어쨌든 신과 더 가까운 사람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게다가 같은 제목의 소설에서 느꼈던 이국적인 러브스토리의 느낌도 어딘가 남아있는 듯한 짧은 아랍 문장.
...그런데 이 환상은 이집트를 떠날 무렵 다 깨지고 말았다.


이집트를 들어서기 전 많은 사람들이 경고를 해왔다.
배낭족들 사이에서 도는 족보가 있다.
그중 여행의 난이도에 대한 것이 있는데, 
세상에서 여행하기 제일 힘든 나라 1위가 모로코, 2위가 이집트, 3위가 인도라고 한다. 
3위의 인도는 이미 거쳐봤기에 자못 기대가 되기도 했는데, 
웬걸, 마음의 단도리가 너무 단단했던지 나의 이집트 초입은 ‘의외로’ 의인이 많은 괜찮은 곳이었다.

나일강을 따라 가다보면 이집트 영토의 중간쯤에 있는 룩소르. 
7-8월의 룩소르는 정말 찜통 그대로였다. 
날씨 탓에 관광객도 씨가 말라서, 
룩소르의 여름은 냉방시설이 잘된 숙소에서 아침식사까지 포함된 하룻밤에 1,500원이면 너끈한 배낭족의 천국이기도 하다.

그 여름을 화사하게 수놓는 풍경이 있는데 
그건, 연한 핑크 줄무늬, 연한 하늘색, 흰색, 연두색 등 파스텔톤으로 꾸며진 깔라베야의 행렬이다. 
깔라베야는 이집트 남자들이 입는 옷인데 언뜻 펑퍼짐한 원피스 같이 생겼다. 
그 예쁜 옷은 뚱뚱이 아저씨가 배를 내밀고 입든, 외소한 아이가 꼭 맞게 입든, 
그을린 피부색과 아주 잘 어우러져 맵시를 낸다. 
펄럭거리는 치맛자락은 또 얼마나 걸음걸음 시원한 바람을 일으켜 주는지.  


그런 옷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나는 어느 날 밤-낮에는 너무 더워서 돌아다니는 것이 정말 고역이다-
나의 일행들을 부추겨 시장으로 끌고 갔다. 
깔라베야를 한 벌 해 입을 생각이었다. 
사실 사려고만 마음먹으면 어디나 그렇듯 수도인 카이로가 제일 좋은 장소였겠지만, 
카이로의 시장이라는 시장마다 ‘관광객 물가’가 정가로 못 박혀 있어서 
가면이라도 쓰고 현지인인척 하지 않는 한 바가지를 면할 길이 없었기에, 
아예 포기하고, 그보다는 좀 덜 하려니 싶은 룩소르를 ‘나의 쇼핑타운’으로 찜했던 것이다.


싼 값에 널려있는 깔라베야들이 한밤중 길거리에 늘어서 있었지만 
나는 좀 오래 입을 수 있는 제대로 된 옷을 한 벌 장만할 생각이었다. 
파는 것들은 맘만 먹으면 현지 물가 가깝게 깎을 수도 있었겠지만, 바느질부터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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