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KIM JI-YOUNG, BORN 1982|2019

 

 

원작을 읽지 않아서 비교는 할 수 없지만.

여자 이야기가 절반의 이야기가 되지 않으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지나친 과장을 피하고 공격적이지 않아야 하는데

고민의 흔적이 보이는 배분은 오히려 

저렇게 할 수 있는데 왜 진작 안그랬지-같은 물음표를 남기며

인물의 개연성을 떨어뜨렸고

사회나 작은 사회인 가족 속의 김지영 보다는 개인 김지영의 예민함이 더 도드라졌다. 

말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하는 것도 아닌

그냥 넋두리 같은.

게다가 그 절반 마저도 모든 여자가 공감하기는 어려운 

그래도 적당히 혜택받고 적당히 성취했으나 적당히 포기해야했던 

절반 이하의 여자들의 이야기. 

영화 속 김지영은 그냥 결혼만 안했으면 됐을 것 같아서 

이해는 되지만 공감은 별로 가지 않았다.

사냥의 시간|Time to Hunt|2020

  

도대체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된장찌개가 6000원 하던 시절에 망한 가게들이 아직 폐허로 남은 정도의 미래. 

3년 전에 감옥갈 충분한 나이가 된 다 자란 청년들인데 

어딘가 파수꾼의 소년들이 이 시대로 옮겨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때는 마음고생, 지금은 몸고생.

나쁜 짓 하는 걸 보는데도 자꾸 마음이 가고

범죄의 현장은 진짜 너무 어설퍼서 조마조마한데 

드디어 '한'이 등장하면서부터는 너무 무서워서 

차라리 빨리 죽고 끝내자 싶었다...

이 독특한 터미네이터 '한'은 차라리 보일 때가 덜 무서운데 

오죽하면 동생복수하겠다고 전쟁선포를 하는 조성하가 등장했을때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길 지경이다. 

5분 얘기 나올 때, 병원에서 마주칠 때 

대체 뭐가 재미있는 건지 같이 좀 재미있었으면 싶었고, 

마지막의 긴 꼬랑지는 좀 아쉽지만

이 정도의 긴장감으로 계속 몰아부치는 독특한 분위기 

신선했다. 

그러고 보니 교도소 형님들도 되게 이상적이었네 ㅋㅋ

이 영화의 음악감독 진짜 대단하다 했는데 전에 표절 얘기 있었던 프라이머리.

놀라운 분이셨구나.


살아남은자의 슬픔

히트맨.아주 보통의 연애

히트맨

재미있게 봤던 탐정시리즈를 생각했는데 

웬걸, 이것은 액션과 감동과 웃음을 한꺼번에 주겠다는 레트로 충무로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액션은 그나마 제일 낫다치고, 

감동-과도한 가족드립으로 허탈해짐

웃음-진짜 한 번도 못 웃었다고....

실사와 애니의 만남은 옛날 헐리웃 영화 마스크의 대를 잇고

영화 대사속에서도 나오지만 실미도(그렇게 대사로 친다고 세련되어질거라는 안이한 생각은 덤)와 마녀의 몰인권적인 창의력

-실미도는 최소한 어린이들은 아니었고, 마녀는 무려 공상과학세상-

 차마 입에 올리기도 민망하지만 15년간 잠자던 에이스 요원 본능은 아마도 아저씨.

권상우의 안목을 믿은 내가 잘못이긴 한데 그래도 너무한다, 정말. 

영화 초반 권상우 웹툰에 악플 달리는 거 보면서 

아니 대체 만화가 어떻길래, 안 보면 그만이지 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악플러들의 심정에 성큼 다가가 있게 됐다

-혹시나 뭐 하나쯤은 괜찮을까 10초 스킵을 하면서도 끝까지는 봐버렸는데 진짜 전혀...

탐정시리즈 기대하고 있는데 이 영화 때문에 혹시 차질이 생기지는 말아줘... 

 

가장 보통의 연애 

김래원과 공효진인데도 이럴 수가 있다. 

공효진 캐릭터의 하드캐리는 좀 인정하고

히트맨에서 한 번도 못 웃었던 상황에서 그나마 웃게 해준 김래원네 재떨이 화분이랑 주머니에서 나오던 상추는 좀 인정.

연애의 목적에 욕과 술을 더 뿌려서 밋밋하게 재 단장했고, 

장르는 '로맨틱 코미디'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는 다 탐정시리즈와 관련이 있었다. 

히트맨은 권상우가 탐정시리즈의 캐릭터까지 꼭 껴입고 출연을 했고

보통의 연애 감독은 탐정2각본에 참여했다고 써 있다-탐정2의 감독이 정말 위대했구나. 

코로나 우울증에 분노를 더해주지만

남들 원망을 왜 하니-결국 내 썩은 눈 인증.

결백潔白|2019

 

법의 정의를 믿을 수 없을 때 

개인에게 힘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걸 그 정의구현에 쓰는 거 뭐 어때 싶지만

그런 하나 하나의 예들이 쌓여 

법의 정의를 더더욱 믿을 수 없게 된다.

아직 젊은 배우들이 굳이 노년으로 꾸미고 등장하는 것이 

같은 연기자가 세월을 이어주는 장점은 있겠지만

아주 젊은 시절과 지금의 노년 모두 무거운 분장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다면

제 나이 배우들이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전에 뉴스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 사건이라 실화가 굼금해서 찾아봤는데 헐.....영화가 더 현실적이네... 

미몽|Sweet Dream|1936

 

 

무려 1936년 제작 한국영화.

당시로서는 흔치 않을 자유로운 유한부인의 일탈이 나올 때만 해도 

당시 여자 관객들을 위한 대리 만족인가 했는데

역시나 권선징악-예술가들은 시대를 좀 앞서 간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서는 앞서간다기 보다 그냥 좀 더 자유로운 걸로-무려 80년 전인데 최근에 만들어지는 무례한 상식수준의 영화들 보다 나은 구석도 있다.

말투가 지금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하는 방식은 충분히 재미있다. 

그 옛날 영화를 이 정도 화질과 음질로 되살리다니 

기술이 예술을 완성하네...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The Family Fang|2015


부모가 된다는 걸 인생의 동업자를 만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산 특이한 부모.
부모는 처음이라-는 보통 노력이 하는 부모들의 사과말씀의 첫머리인데
행위예술가인 이 두 부부는 당당히 그렇게 말한다.

사람의 정체성에서 일부는 부모에게서 오는 게 분명할 텐데
실제로 자식의 인생에서는
무엇을 받았는지 보다 받았다고 생각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준 것에 당당하며 

독립의 일관성을 지키는 부모보다도

오히려 원망을 하되 벗어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더 안쓰러웠는데 

부모가 될 준비, 자격 이런 것들을 생각하게 하면서도

생명은 또 어떻게든 계속 하는구나 싶기도 하던 기이한 경험. 

거의 일생을 '극복'을 키워드로 살아낸 두 남매의 마지막 성공에는 박수를 보낸다. 

얘기가 너무 특이하면 실화를 의심하게 되던데....

작은 아씨들|Little Women|2019

 

생각해보면 계몽사 어린이 전집 50권엔 어린이가 읽고 나서 두고두고 기억할만한 엄청난 책은 없었다. 

하긴 그 책들이 우리집에 있었던 것도 

책들에 대한 명성보다는 그땐 꽤 많았던 출판사 영업직원의 계약성공의 결과이겠지만.

(다른 집들이라고 별반 다르지도 않을 것 같고^^)

또 이 소설에 대해 생각해보면 꽤 많은 여자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도

나나 내가 아는 사람과 비슷한 인물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마음에 드는 사람은 누구입니까-를 물어보고 싶었던 이야기인듯.

어릴 때의 나는 베스가 좋았다, 착해서.

나 말고 내 주변 사람들이 그렇게 착해졌으면 좋겠다는 희망사항이 강력하게 투영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든다^^

이 영화속 베스는 그냥 작은 엄마의 모습 그대로 였지만. 


이 잔잔한 이야기들이 또 영화로 만들어지고(하지만 나는 처음 보는 영화판)

재미있다는 소문이 돌았을때 

이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 있는 얘기일까 궁금했는데

보고나니 이해된다. 

에이미에 대한 편애가 느껴질 만큼 주인공은 조에서 에이미로 넘어왔는데

신기한 건 이렇게 새로운 해석을 하면서도

영화를 다 보고나면 

이 영화야말로 루이자 메이 올콧이 상상했을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원작은 새롭게 해석하면서도 그 원작을 완성하는 일이 가능하구나-를 깨닫는 기분. 

처음 보는 감독인데 언젠가 한 번 완전 더 크게 폭발해주시길. 


 
잠깐 봐도 엄청 반가운 메릴 선생님

 그리고 초면에 나를 두 번이나 울리신 크리스 쿠퍼 선생님

로렌스씨는 딸에 이웃집 손녀까지 잃으셨네요...

그애가 없다는 걸 아니까 못들어가겠다는 대사는 생각만 해도 주르륵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