쉘로우 그레이브|Shallow Grave|1994

가운데 청년은 이후 우주대스타가 된다^^

봤는데 기억 잘 안나는 영화 다시보기 시리즈1.
재밌었던 기억만 남아있었는데
역시 다시봐도 재밌다.
그때도 아마 트레인스포팅이 히트하고 나서 뒤늦게 봤던 것 같은데
범죄자들이 실패하는 이상한 범죄영화라는 신선함과
지금봐도 흔치 않은 속도감 넘치는 인트로-폼난다.
감각적인 소중한 우정을 다시 보게 만드는(^^) 건 덤.
좀 잔혹하긴 하지만
가장 맘 약해보이던 알렉스의 마지막 미소는 귀여운 반전.
그래도 그 돈이 없던 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까.

목소리의 형태|A Silent Voice|2016


궁금하다, 이런 드라마를 굳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이유는 뭘까.
일본 애니메이션 속 교복입은 여학생들은 나도 모르게 성도착증 환자들의 눈요기거리와 연결되서
일단 이미지 자체가 불편했는데
이걸 본 건 100% 제목 때문이다-원제를 보니 번역제목 붙인 사람에게 당한 듯.

솔직히 매우 불편한 영화다.
반딧불의 묘와 오아시스의 불편함을 모두 합쳐놨다.
왕따의 피해자가 그나마 다가온 단 하나의 이성인 왕따가해자에게 호감을 갖고
결국은 가해자에게 미안함을 버리지 못하게 된다는 것.
옛 생각을 하고 찾아갔으면 당연히 사죄가 먼저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극의 절정을 위해 뒤로 미뤄졌고
그 사이에도 피해자는 계속 사과를 하고 있다. 
2016년에도 이런 이야기가 이런 수준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참 답 없고 짜증난다.
한 가지 인상깊은 건 니시미야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내려했던 것 뿐.

위대한 레보스키|The Big Lebowski|1998

알고보면 정직한 포스터

봤는데 기억 잘 안나는 영화들 다시 보기 시리즈2.
그렇게나 좋아하는 제프 브리지스의 주연작이었는데도 딱히 기억나는 게 없던 이 영화.
이렇게 웃긴데 기억을 못했다니^^

좀 묘한 영화긴 하다.
줄거리 소개는 기발해 보이지만 영화속에서는 오밀조밀한 이야기로 이어지기 보다는
오히려 그 사이를 레보스키의 큼직하게 헐렁한 개성과 상상으로 넘어간다. 
포스터의 이미지도 신선한데 사실 이게 가장 정직한 영화의 예고였다. 
서사가 강조되는 영화들과 대비되는 신선한 이미지들의 향연.
중간에 레보스키의 상상 속 짧은 영화를 보다보니
왜 레보스키가 볼링을 그렇게 좋아해야 했는지 이해가 간다 ㅋㅋ
다시 없을 세 친구.
헐렁하지만 나름 지네 동네에서는 신망을 받는 레보스키,
우리나라 강성 해병대 참전용사를 닮은 월터,
흠잡을 데 없이 평화로운 앤디-착한 사람 결말 그렇게 만드는 건 반대함.
세상이 바쁘게 돌아가고 성취가 인생의 전부라고 강변할 때
이 한량들이 
살아감이 인생이라는 걸 보여준다.
한때 치열하게 자유를 위해 불의에 맞섰던 레보스키를
모든 성취에서 동떨어진 유유자적 삶을 살아가게 만든 건 
자발적 선택만은 아니었겠지만
거기에 레보스키의 성격도 한 몫했을 건 당연.
부디 남은 여생도 볼링값 맥주값 떨어지지 않고 잘 살아가길.
이렇게 일찍부터 연기잘하는 줄 몰랐던 줄리안 무어 굉장했고, 
레보스키의 제프 브리지스는 여전히 빛난다. 
춤추고 노래하고 당하고^^ 아주 혼자 일당백을 하시는데 보기 즐겁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한 때 신스틸러를 톡톡하게 담당하시던 스티브 부세미와 존 굿맨, 좀 터투로,
이제는 볼 수 없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풋풋한 모습도 반갑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2016


영화의 시작은 누구나 겪었을 법한 울화증 걸릴만한 상황이다.
같은 질문, 인조인간 같은 응대를 원칙이라며 반복하면서 시간을 쓰게 되는 절차.
다수에게, 악용되지 않으며, 공평하게 적용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이 '절차'는
사실 만든 사람의 무능력을 다수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견뎌셔 상쇄되도록 만들어져 있다.
버스를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설계사나 디자이너가 버스정류장을 기한 내에 만든다.
디자이너는 물론 디자인 전문가지만 버스이용객이나 버스회사나 버스운영에 대해 충분히 고민할 시간과 열정이 부족하다.
얼추 그럴싸해보이는 버스정류장이 생기지만 모두에게 불편하다.
그 불편이 전달되기까지 다시 확인이 필요하며 아마도 여러 차례 검토과정이 필요할 것이고
다시 고쳐질때까지 당연히 사람의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리고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은 그 사이에도 모두를 조금씩은 다 불편하게 만들며
누군가를 더 결정적으로 괴롭히게될 수도 있다. 
더 엄격해져야 하는 건 설계이고, 적용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예외에 대한 여지가 항상 있어야 하는 이유다.

 

인간답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영웅처럼 생각해야한다 -메이 사톤 May Sarton 

인간세상에 같이 사는 종끼리 존중하는 것
-너무나도 당연한 원칙이지만 때와 장소에 따라 너무나도 어려워지는 일.



스포트라이트|Spotlight|2015


머리를 치겠다는 굳은 결심과 오랜 준비, 교차 검증, 회유에 대처하는 정석적인 의지.
이게 21세기의 저널리즘이라는 것이 멋있었고
실화라는 것도 멋있었다. 
이와중에 피해자들의 삶을 아주 조금은 더 보여준 것도.
그때 그  신부들 지금 뭐하고 있을까.

같은 시대 어떤 기자들은 아직도 저런 저널리즘의 교과서 같은 취재를 실전에서 보여주는데
우리나라의 형편을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저런 고전적인 정의로움에 대한 기대는 커녕,
네이버에서도 드디어 댓글 이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데
포털에서 호객하느라 자극적인 제목들 달아 올리는 담당자들이나
오보 전문 기자의 기사작성 이력이라도 보여주면 좋겠다-는 소소한 바램 정도가 전부.

윤희에게|Moonlit Winter|2019



폭설을 뚫고 20년을 넘어 날아온 편지.
편지를 우체통 까지, 그리고 겨울휴가를 마련해 준 가족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 편지와 그 답장은 더 미뤄졌을 것이다.
짧아도 길게 남는 힘센 추억을 같이 지켜보는 두 시간 남짓.
그땐 별 말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따금 떠오르는 한 마디 같기도 하다.
그칠 것 같지 않은 긴 눈의 겨울 사이로 슬쩍 들어와 다리를 놓아주는 아이의 이름이 새봄이라는 것도 귀엽다.
독립적이고 속 깊고 속 말을 꺼낼 줄 아는 것만도 충분히 멋진데 공부까지 잘하는 이런 딸의 엄마가 되는 건
대기업실장님과 결혼하는 것 이상으로 판타지 같은 일이겠지만^^

이야기는 봄에서 끝났지만
영화는 겨울로 기억될 것 같다.

정글북|The Jungle Book|2016


라이언킹 실사판의 제대로 된 준비작업인 듯 

위대하신 코끼리 여러분들의 존재감 재발견.
귀여운 모글리와 더 귀여운 늑대애기 동생들.
단 한번 들었는데 유일하게 제대로 기억하는 이름 KAA.
요즘 실사판 디즈니 영화들은 오답노트 밑줄긋기 같은 느낌이 강렬한데
소년이 주인공이다 보니 잘못된 것 고치기보다
좋은 걸 더 증폭시키는 디즈니 클래식으로 완성됐다.
곰이랑 꿀 따먹으러 다닐 때 정글인간으로 최고였던 것 같았지만
결국 가족이 최고구나.







이런 사진은 어떻게 찍었을까.
그나저나 귀여운 발루가 빠졌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