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씨엠립-둘째날 장거리 관광


드디어 하드코스 시작! 읍내에서 80Km, 32Km, 그리고 그 사이에 있다는 세 군데 사원 방문 계획. 12시간 중에 한 8시간 이상은 오토바이 뒷 자석에 있었다.
얼싸안고 달릴 만한 등짝에 기대서 갔더라면 좋았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허리힘으로 버틸밖에. 오토바이 청년이 혈기에 엄청 밟아대는 통에 처음에는 좀 무섭기도 했지만, 나름 신경 써서 빌려온 헬멧-태어나서 처음 써 봄-을 이고 가다보니 목가누기 하느라 무서울 틈도 없었다. 잠깐 자동차를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비포장도로가 섞여 있어서 오히려 오토바이가 더 빠르기도 했던 것 같다.    
먼 곳을 묶다보니 연대기별 감상은 어제 하루로 끝이 났다-하루는 재미있었지만 결국 불가능하군...벵 미알리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룰루오스 사원들을 지나왔다. 다시 온다면 장거리 뛸 때 룰루오스 사원들도 함께.   


 
크발 스피엥(Kbal Spean)
등산하다 우연히 발견했다면 아마 무척 흥분했겠지만 그걸 보러 등산을 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실망스런 폭포. 폭포는 원래 눈보다 귀로 먼저 발견하는 건데 역시 이번 폭포도 조용..... 물이 없다는 거지. 폭포랑은 인연이 없는 지, 항상 내가 갈 때면 폭포는 수도꼭지다, 쫄쫄쫄. 실망하고 돌아서려는 찰나 홀연히 나타난 관리인 아저씨, 말 한마디 안 통하는 나를 데리고 폭포까지 오르락내리락 물속의 조각들을 다 안내해줬다. 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지만, 물속의 조각이라는 게 특이한 점. 만약 여기 하나만을 보러 장거리를 뛰었다면 좀 실망했겠지만 엮어서 보기는 괜찮은 듯 싶다. 암튼 아저씨의 친절이 완성시켜준 방문지.

반티에이 스라이(Banteay Srei)

정말 예쁜 사원이다, 샌드스톤의 색감도 그대로 살아 있고. 아기자기한 조각들이 구석구석 새겨져 있다. 조각들로만 치자면 앙코르마을의 으뜸. 다만 이곳은 워낙 상태가 좋은 사원이다 보니 앙코르왓에서 유일하게 접근제한 금줄이 둘러져 있다.

벵 미알리아(Beng Meaurlea)
사원이라기보다는 그냥 루인이라는 게 맞을 것이다. 부서진 그대로 완전히 방치된,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복원할 계획은 없다는 아주 특이한 곳. 하지만 지금껏 본 사원 중에서 제일 맘에 들었다. 제일 멀리 있고 힘들게 가서 아마 좀 더 그랬을지 모르지만. 규모는 작은데 입구부터의 구성은 앙코르왓과 비슷했다. 여기는 앙코르왓사원마을에 묶이지 않아서 별도로 입장료를 내야 한다. 가이드북에는 통행료도 있다고 그랬는데 그런 건 안냈다. 

 
앙코르왓(Anchor Wat)
그 유명한 앙코르왓. 드글드글 사람들도 많고 입구부터 규모가 대단하기도 하고. 대강 둘러본 감상-앙코르왓은 앙코르사원마을에 있는 모든 사원들의 백화점 같다. 하나 하나 따져보면 더 나은 사원들도 있지만 어지간한 넘버2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서 여러 군데 볼 필요가 있기도 하고 시간 없는 사람은 앙코르왓만 휙 봐도 될 것 같기도 하고...
가이드북에 있던 일몰감상지들은 높이가 좀 있어서 전망이 좋은 곳들이었다, 엽서에서 본 것 같은 앙코르왓을 보게 해주는 곳이 아니라.
엽서 그림 같은 앙코르왓을 보고 싶다면 앙코르왓 마당에 있는 연못 앞에서 보는 게 그나마 좀 비슷하다고나 할까.

캄보디아|씨엠립-사원구경 첫날


앙코르왓은 앙코르톰, 앙코르왓을 중심으로 이동거리 26Km(가이드북에 따르면)에 달하는  거대한 사원군을 부르는 말이었다. 30-80Km 떨어져 있는 다른 사원들까지 포함하면 더 큰 규모가 되겠지만.
사실 고고학이나 건축을 공부하는 것도 아닌데 당일로 앙코르톰, 앙코르왓만 봐도 괜찮을 것 같기는 했지만 ‘이왕 온 거’ 라는 생각에 3일짜리 패스를 끊었다.
어떻게 볼까 하다가 트래블 게릴라의 추천코스 중 하나인 연대별 관람을 하기로 했더니 오토바이 청년이 기겁을 한다. 그래서 결국 한군데는 수정을 했다.

원래 처음 계획은 자전거로 도는 것이었는데 첫날 돌아보니 생각보다 안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날씨만 좀 선선해도 좋겠는데 땡볕에 종일 돌아다니기도 만만치 않았고, 사원의 계단들은 좁고 높아서 아무 생각 없이 기어 올라갈 때는 괜찮은데 내려올 때는 잠시 아찔.
 
 
룰루오스 사원군의 바콩(Bakong)

룰루오스 사원군의 프레아 코(Preah Ko)

룰루오스 사원군의 로레이(Lolei)-독일팀이 복원중이란다

나름 약간의 하이킹을 요하는 프놈 바켕(Phnom Bakeng)-일몰감상지 중의 하나라고 한다

달랑 하나라 조금 허탈했던 박세이 참크롱(Baksei Chamkrong)

달랑 하나지만 독특했던 프라삿 크라반(Prasat Kravan)-조각장식보다 돌의 높이로 패턴을 만든 것도 예쁘고 보존상태가 아주 훌륭하다

정글 속에서 사원을 처음 발견했을 때를 약간 짐작케 하는(?) 반티에이 크데이(Banteay Kdei) 전경

연못가의 스라스랑(Sra Srang)

첫날의 일몰감상지 프레룹-과연 저녁이 되니 나름 붐비던 정상.
정말 열심히 계속 물어보는 아저씨가 맥주도 판다

 
이렇게 거대한 사원을 지은 왕은 그 시절 조상들에게는 전혀 좋은 왕이 아니었겠지만 후대들은 그 덕에 돈을 버니 공평하다 싶었는데, 앙코르왓은 정부에 속해있는 것이 아니라 Sokha Hotel(씨엠립에도 호화호텔을 운영하고 있다)이라는 회사가 운영하고 있고 프놈펜에 살고 있는 그 주인은 베트남-캄보디아인으로 수익금의 대부분이 개인 호주머니로 들어간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얘기를 멀쩡하게 영어로 하면서 글씨는 전혀 쓸 줄 모른다는 오토바이 청년--;;

구름이 워낙 두터워서 일몰이라기보다는 그냥 해가 없어져 버리길래 내려왔더니 돌아오는 길에 길바닥에서 본격적인 일몰이 시작됐다. 오토바이 청년 왈, 캄보디아 사람들은 앙코르왓에서건 뭐건 해가 지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는데 여행객들만 맨날 일출, 일몰 찾는단다. 그래서, 여행할 때는 사실 할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거라도 일을 만들어야 되서 그렇다고 대답해 줬다^^
하지만 뭐 그리 절실하게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여유로운 시간이라는 점에서 선셋은 즐거운 기다림이고 임태경의 넬라판타지아와 함께 한 나의 앙코르왓 첫 일몰은 3일 중 최고. 
 
사원마다 개미 조심. 1센티는 족히 될 듯한 갈색개미들인데 나름 조심한다고 긴 바지에 양말까지 신고 갔지만 종아리까지 다 기어 올라왔다...요거 물리면 꽤 아프다.
혹시나 써 본 현금카드가 사용가능. 씨엠립ATM에서는 달러로 나온다.  
 

캄보디아|크라티에-이와라디 돌고래


강에 사는 돌고래 이와라디돌고래를 찾아 간 캄보디아의 크라티에.
기대했던 돌고래는 봤다기보다는 들었다고 해야 하나.
암튼 강에 사는 돌고래가 있다는 걸 믿을 수 있을 만큼은 됐지만 소리가 엄청 들린 것에 비해 가까이서 보는 것, 사진, 모두 뜻대로 안 되서 섭섭하다. 언니가 왔는데 낼름 나와 반길 것이지...
이 강돌고래에게는 발랄한 자맥질을 기대할 수 없다. 움직임도 꽤 둔해 보였는데 내 사진 찍는 스피드보다는 빠르고. 등짝만 말고 낯짝도 좀 뵈주지......
 
 

나름 동영상






얼굴은 이렇게 생겼다는데...


 

나와 똑같은 곳에 점이 있는 미야와 손가락 기념촬영

베트남|메콩델타


메콩델타를 꼭 가보라고 했던 사람들은 전부 1일 투어를 다녀온 사람들이 아닐까.
메콩델타에서 프놈펜으로 넘어오는 3일 투어가 끝날 무렵 누구도 굉장하다거나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다들 추천해준 사람들에게 속았다는 분위기.
그저 그런 가이드 때문인지, 잠깐 잠깐 들르는 곳이 이름만 농장이지 전부 다 물건 파는(악어농장은 아니었겠지만) 곳이어서 였는지, 무료랍시고 포함된 것들의 어이 없는 품질 탓인지 뭐 정확히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작은 배, 더 작은 배를 갈아타며 구경 다니는 것도 이틀째부터는 심드렁. 지루하기까지 했다. 나라면 메콩델타 1일 투어, 그리고 캄보디아 가는 버스티켓을 따로 사는 것을 추천하겠다.
 

과일시장
쌀국수와 신맛 없이 달기만 해서 내 입맛에 딱인 과일을 생각하면 베트남에 살고 싶어졌다. 얘네들의 좋은 점은 칼 없이 드러운 손으로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


코브라목도리 체험과 전통음악공연
생각보다 살갗은 말라있었지만 암튼 두 번 만지기는 싫은 뱀. 음악보단 발로 치는 딱딱이와 기타에 꽂은 담배가 더 인상적이었던 전통음악공연.
 



수상시장: 사진에서 본 태국의 수상시장보다 예쁘지는 않지만 일상이 묻어나는 시장. 강변에 높이 지은 주상복합(!) 주택들. 관도 팔고 가구도 팔고 배에 싣기 무거운 것들을 판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홀딱 젖었다. 그래서 둘째 날부터 철저히 준비했건만 그 뒤로는 계속 덥기만 했다.

 

마지막날 들렀던 마을의 작은 다리

투계: 쌈닭의 날카로운 저 눈빛

악어농장: 킬로 당 20불이라는 사육악어들. 지가 무슨 조각이라고 다들 이게 부동자세 였다.


베짜는 마을: 호치민보다 한 10배는 비쌌던 산지직판 가격. 물건을 호치민에서 사다가 파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두뇌베트남이라고나 할까. 들고 다니기가 너무 좋은 손잡이생수와 비닐이 끼어있는 베트남 고액권을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특히 지폐의 비닐같은 건 홀로그램보다 쌀 것 같은데 위조는 더 어렵지 않을까?

 

베트남의 처우독-프놈펜행 배: 차라리 좌석 없이 땅바닥에 주저앉는 게 편할 정도로 무지하게 불편하도록 특별히 고안된 좌석 때문에 나중엔 배 꼭대기에 올라와 앉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역시 메콩델타 하루에 캄보디아 버스이동 추천!)
 
어디 좀 갈라면 출발시간이 거의 7시-8시니 놀러 와서 새벽부터 부지런 떨기가 상당히 긴장된다. 호치민에서는 4달러짜리 호텔에서도 수건을 줬는데 캄보디아에 오고 보니 게스트하우스라 수건을 안 준다. 내 수건은 파리에 놓고 온 걸 깜빡하고 그냥 샤워를 하는 바람에 언제 빨았는지도 모르겠고 며칠은 이불로도 썼던 아프리카 치마를 오늘은 수건으로 썼다...
내일은 드디어 돌고래 데이. 기다려라, 이와라디 돌고래!

베트남|호치민 혹은 사이공


호치민 공항-다음부터 베트남 여행할 땐 한국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오란다. 하노이에서는 그런 말 없던데? 하노이보다 더 경직되어 보이는 입국심사대. 별거 아니지만 베트남 주소하나쯤 적어오는 게 좋겠다. 출입국심사 같은 건 이상한 사람 걸리면 진짜 별 것도 아닌 거 가지고 트집 잡기도 하니까. 공항이 작아서 면세점은 입국하는 사람도 들어가 살 수 있다. 레종 한보루 10불.
 

호치민의 노틀담 성당

 

볼수록 닮은 역사가 많은 베트남


 

밀리터리 박물관의 단두대: 베트남 독립운동가 처형용도로 프랑스 식민지시절 쓰였다고 한다.


베트남 여행장비:
모자-베트남의 상징. 베트남 여행자들이 하나씩은 다 사들고 가더라, 쓰고 다니지는 않아도.
마스크-많이들 써서 그런지 디자인이 아주 다양하다.
가이드북-큰 서점에서는 없어서 못 샀는데 길거리 허름한 엽서 가게 같은 데서 해적판을 5분의 1가격에 팔고 있었다. 그래서 캄보디아 것 까지 여기서 해결(캄보디아에서는 더 싸게 판다--;;).

1불이 16,500 베트남 동. 돈 단위가 만만치 않다. 하루 세끼 쌀국수를 먹는다는 기쁨에 들떠 있었는데 시차 적응을 못해서 하루에 두 번 밖에 못 먹었다. 빨리 세 번씩 먹어야지.
 
잠 못 자고 밤을 새다가 5시 무렵에 아침을 알리는 깔끔한 비질소리가 들렸다. 관광객에게 웃돈 얹어 장사하는 여행자 거리의 사람들이지만 아침 6시 30분에 문 열고 10시에 문 닫고, 또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길거리 식당도 연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정말 잘 살게 됐으면 좋겠다. 길거리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나인데 베트남은 정말 난코스. 골목골목을 오토바이들이 누비고 다니니 그 강한 매연맛이 음식맛을 다 베린다. 호치민만 해도 8백만 인구에 4백만 대의 오토바이가 달린다는데. 뭐 그래도 이 동네 사람들이야 잘 먹지만. 지나다보면 따라 먹고 싶은 것도 많은데 그 매연맛의 여운이 강하게 남아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옹기종기 모여앉아 자기들끼리 맛있는 거 싸게 먹는 건 절대 못 보는 성격. 아쉽게도 쌀국수는 아니지만 좀 안전한 우리 숙소 골목에서 호치민 뜨기 전에 한 번 먹어 볼 거다.   
 

구찌터털가는 길에 들른 라이스페이퍼 공장. 말이 공장이지 다 사람이 만든다.
베트남산 라이스페이퍼에 직혀있던 무늬는 바로 저 대바구니 자국~

구찌터널-땅굴이라고 하는 게 우리한텐 더 빨리 이해될 듯.

베트남전쟁은 공산주의자인 베트콩과 민주주의자인 베트남의 전쟁이 아니라 베트남의 독립을 위한 미국과의 전쟁이었다는 가이드의 말이 아주 새롭게 들렸다. 슬픈 역사지만 승리한 역사를 가진 자부심이 묻어난다.
 


내 생각에 가장 끔찍한 무기가 죽창인데 대나무 아니면 침을 꽂아 만든 각종 응용무기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는 가운데 문을 열면 총을 난사하는 미군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문죽창이다. 가운데가 접혀서 위 아래로 시간차 공격을 한다고 한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아무나 총알 값만 내면 전쟁에 쓰였던 진짜 무기들을 실탄으로 쏘아볼 수 있는 이 곳. 신기하게도 총소리가 영화 속에서와 똑같다. 무지 시끄럽다. 5발이 기본인데 나는 버스에서 만난 처자와 나눠서 두발만 쏴봤다. 오- 놀라운 개머리판의 충격. 쏘고 나서도 얼떨떨하다. 작년에 관광객 한명이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구찌터널에서 준 타피오카 간식. 이름만 들었지 뭔가 했는데 달지 않은 고구마의 향과 맛을 가진 뿌리식물로 땅콩설탕에 찍어먹으니 맛있었다. 같이 나온 차도 구수하고.
 

우기라더니 정말 무지하게 덥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다. 굵은 빗발도 무시하고 내달리는 오토바이족들은 어느새 우비를 하나씩 꺼내 입고 있었다. 오토바이 운전사 아저씨 뒤에 앉아서 빗속을 질주하는 호치민 우비폭주족을 찍고 있는데 보니까 아저씨는 빗속에서 담배를 피우며 운전을 하고 있었다. 순간 딴 짓하는 운전사나 승객이나 매한가지다 싶어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암튼 맘에 드는 사진.

짧지만 굵은 비였는데 시원하고 먼지도 안 날리고 재미도 있었네.
가이드북 말미에 베트남에서 길 건너기가 있는데 차가 안 선다고 냅다 빨리 가야 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베트남 사람들 하는 걸 잘 보란다. 보니까 정말 다들 천천히 건너고 있었다. 항상 무섭게 차들이 다니는 동네에선 동네 사람들을 방패삼아 따라 건넜는데 책에서 배운 대로 오늘은 혼자 건너 봤다. 근데 이건 모든 나라에서 다 통하는 건 아니다...

형사Duelist in 파리 2006


나라마다 편집을 달리 하겠다고 해서 봉출아자씨가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 대신 마축지의 집을 가르쳐주던 김태욱과 몇달이나 '씨부렁'거려서 완성했다는 안포교의 랩씬이 잘렸다.
그외에는 크게 어떤 씬 하나가 잘려나간 건 없었고 몇몇 부분이 약간 짧아진 느낌도 들었지만 확실히는 모르겠다.
그냥 보기에 가장 큰 다른 점은 화면이 무지하게 밝아졌다는 것인데 내가 본 게 비디오, DVD, 디지털상영 뿐이라 원래 필름판이 밝은 건지도.
 
아무튼 밝아진 화면에서 새롭게 보인 것.
남순이가 슬픈눈의 그림자를 추격할때 날리던 먼지(혹은 김?)-이건 극장에서 나는 걸로 보일 정도.
배 젓는 '황현규팀장'의 얼굴도 보이고 돌담길에서 싸우기 직전 이 빠진 패랭이 사이로 남순이가 두 눈을 번쩍 뜨는 것.
마지막에 슬픈눈 귀신을 보는 남순이의 멋진 표정위로 흐르는 눈물.
 
무지하게 밝아져서 가장 멋있어 진 건 돌담길의 대결이다.
칼날만 보이던 것이 싸우는 동작도 잘 보이고 검을 겨누고 돌아가는 장면에서 슬픈눈의 표정은 멋지다. 돌담길 남순이는 보면 볼수록 교태가 장난 아님.
안포교 뒤통수에 제대로 살아있는 웨이브나, 옷의 질감, 심지어는 박대감이 쓴 갓의 결까지 멋스럽게 드러난다. 같은 포교 옷인데도 안포교의 옷은 하얀땀이 보이는 누비옷 같은 느낌이고 남순의 옷은 굵은 광목같은 결이 보이는 옷이었다. 참으로 패션의 시작은 옷감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대신 아쉬워진 건-심할땐 남순이의 주근깨가 날릴 정도이기도 했고 남순과 슬픈눈의 '볼빨간버전'이 좀 약해 보였던 것.
볼 때마다 재미있는 크레딧-안성기는 매니저 이름도 '이바름'이란다.

프랑스 극장은 좌석번호가 없다.
입구에 팜플렛같은 것도 없고.
있으면 기념품 되고 좋았을 텐데.
 

숙소찾아 헤매던 중 시내에서 발견한 광고판. 이때가 숙소를 못 찾아서 한 여섯시간째 배낭 다 짊어지고 시내를 뱅뱅 돌때였는데...
아무튼 형사Duelist의 파리개봉을 실감나게 해준 첫번째 표시.
 

매표소 앞의 포스터-왼쪽에서 세번째가 형사.
줄 선 이 사람들이 다 형사를 보러 온 것이었다면 얼마나 기뻤을까마는.
 

상영관 입구의 포스터.
 
대형쇼핑타운 포럼데알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씨네씨티.
23개관을 자랑하는 대형극장이지만 아쉽게도 형사는 12관.
9.5유로의 가격에도 불구하고 메가박스 인디상영관 규모였다.
금요일 오후 8시경 극장안은 절반 정도가 찼다.
관객은 거의 젊은 층들로 영화속의 코믹한 장면들에서는 어김없이 반응을 보이는 반면
생뚱맞은 장면에서도 웃어서 내가 다 긴장을 했다.
그래도 인상깊었던 건 영화가 끝나고 나니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진지하게 어쩌고 저쩌고 영화얘기를 하더라는 것.(물론 크레딧 올라갈때 나가는 사람도 많았다)
참으로 알아듣고 싶었으나...
 

 
두번째로 시도한 파르나시옹 씨네마7극장.
몽파르나스역 앞 서너 개의 화려한 멀티플렉스극장가에서 좀 떨어져 있는데다가
극장전용건물도 아니고 간판도 좀 낡은 듯해서 실망했는데 웬걸.
당당 1관 상영작이다.
일요일 7시경이었는데 관객은 중장년층.
영화보는 내내 어찌나 조용하던지, 그때그때 반응이 나오던 씨네씨티와는 완전 극과극이었다.
그러나 역시 이곳에서도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불이 켜질때까지 자리에 앉아서 영화얘기를 하는 중년커플이 있었다.
표정이 나쁘지 않은 걸로 봐서는 재미있게 보신 듯. 인터뷰라도 해보고 싶었다는--;;
제법 많은 좌석수 만큼이나 빈자리도 많은 것이 좀 안타까왔으나-
외관의 부스스함과는 달리 사운드의 입체감도 좋고 스크린도 크고 해서
디지털상영보다 더 크고 더 좋은 사운드로 형사Duelist를 다시 보기위한 나의 파리방문 목적이 드디어 이곳에서 달성됐다.
그래서 마지막 한번도 여기서 다시 보기로 결심.
 

극장자체가 예술관인지 '외출'도 4월의 눈이라는 제목으로 상영중.
매표소 앞, 두 한국영화의 광고판이 나란히.


건물 입구의 형사광고판.
 
 
이제는 눈감고도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파르나시옹극장.
그러나 어느새 형사는 난니 모레티감독의 새영화에게 1관을 내주고 2관으로 옮겨가 있었다.
1관보다는 작지만 그래도 충분히 큰 스크린이긴 했는데 사운드의 입체감을 좀 떨어지는 2관. 상영관 안에 화장실이 있는 게  특이했다.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여러번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시간만 된다면.
마지막이라 극장 아저씨한테 입구에 걸린 포스터앞에서 사진을 한장 부탁했었는데 영화 시작 전 상영관까지 들어와서 내게 형사 포스터를 선물했다. 작은 거지만 기념으로 가지라면서.
우와- 너무 좋았는데- 구겨질까봐 손에 들고 다녔는데 결국 전철역에서 표 사다가 놓고 왔다. 손에 뭘 들고 다닌다는 것은 정말 내게는 왕사치...구겨서라도 배낭에 넣었어야 되는 건데! 바보!!!
 
파리스쿠프라는 잡지의 형사소개란과 티켓

파리|정신없던 파리트레킹^^


오 마이 쉣.
SC제일체크카드-비밀번호 오류라면서 계속 지급을 거부. 한국에서는 멀쩡히 잘 썼고, 신용카드는 잘만 되는 걸? 돌아가서 요절을 내리라. 몇 번이나 확인했건만.
그래서 결국 신용카드를 쓰게 됐다. 비상용으로 그냥 가져온 건데 정말 내게 힘을 주는 신용카드시다. 이자가 얼마나 나올지 기대된다--;; 
 
숙소가 마음에 안 들어서 무작정 배낭메고 삼만리가 시작되었다.
도착하자마자 시작한 놀이는 100인에게 물어봅시다--;;
가이드북도 없이 공항에서 준 지도 하나를 들고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며 돌아다니다가 시내관광을 다 했다-겉에서만. 공항에는 아침 7시에 도착했는데 우여곡절 끝에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3시. 침 맞고 온 어깨가 다시 쑤신다.
손잡고 데려다주는 사람들까지 있어서 힘들지는 않았던 길 찾기, 그러나 역시 워낙 길들이 복잡하다보니 헤매기는 엄청 헤맸는데 예쁜 건물들이 많은 동네여서 볼만했다. 길을 너무 자주 물어보는 것 같아서 지도책을 샀는데. 이런 젠장. 너무 자세히 나온 건 복잡해서 모르겠고 굵직굵직한 건 빠진 것 때문에 헷갈려서 못 보겠다.
그래서 100인에게 물어봅시다 놀이는 나흘간 계속-
 
 
루브르박물관의 얼짱^^: 전시물도 멋있지만 군데군데 쉴 곳이 충분하다는 점이 더 좋았다. 조각전시장에서는 스케치하던 사람들도 꽤 있고. 박물관의 한글 안내서는 삼성전자 현지법인의 후원이랜다.
콩코르드 광장: 나폴레옹이 강탈한 오벨리스크-금테를 두르고 있다. 룩소르에 있는 반쪽은 금테 없는데. 하여간 이 큰 걸 집어오다니 정말 무식하다, 나폴레옹.

 
미라보다리: 각각 모양이 달라서 구경할만한 세느강의 다리들. 미라보다리를 건너니까 에밀 졸라 거리가 나왔다. 이따금 등장하는 파리의 지하도는 좀 무섭다.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이 생각나는.

에펠탑: 미라보다리에서 본. 햇빛도 조명도 없는 알몸의 에펠탑은 내 눈엔 좀 흉물스럽다.

 
노트르담 성당 천장: 일요일4시반에 파이프오르간 연주가 있다고 해서 맞춰 갔는데 아무 것도 없었다. 뭘 제대로 찾는 게 없네...여기와 판테온에서는 기념주화를 팔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야!

파리지하철: 닫히는 건 자동인데 여는 건 수동. 멍하니 문 열리기 기다리다가 뛰어나와 문 열어 준 커플 덕에 간신히 탄 적도 있다. 아담하니 생겨가지고 부지런히 다니는 파리전철이 좋다. 게다가 나 같은 길치들의 마음을 어찌 알았는지, 소심한 길치들이 망설일 법한 모퉁이마다 바로 등장해주는 화살표. 내겐 무척  친절한 그대들...
 

노틀담성당 근처 다리에서: 이름은 까먹은 다리. 내가 있는 4일간 파리날씨는 그야말로 ‘지랄염병’의 진수를 보여줬다. 긴팔입고 나가면 해가 쨍쨍, 선글라스 꺼내서 끼다보면 비 오고, 우산 받고 좀 가다보면 나만 우산 들고 있다-언제 그랬냐는 듯이 비는 멈춰 불고. 파리사람들이 우산 안 쓰고 그냥 비 맞는 이유를 알겠다. 때맞춰 우산 쓰다간 정말 성질 버리겠어. 하루 종일 대체로 흐린 편 이었는데 바람불면 춥고 안 불면 덥다. 아무튼 무지하게 바쁜 하늘이셔. 

벼룩시장 컬렉션: 1유로의 가치를 만끽하게 해 준 시장. 다만 넋 놓고 구경하는 사이 배낭 지퍼가 위아래가 다 열려있었다. 다행이 뭐 없어지기 전에 어떤 아저씨가 알려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