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2017


영원히 잊을 수 없는 기억법

여름, 아름다운 장소, 젊음.

매혹의 요소를 한 데 모아 놓은 가운데서 사랑이 꽃피는 건 피할 수 없는 운명같기도 하다. 

하나의 사랑에 가망이 없어지면 

왜 어떤 사람은 그렇게나 빨리 다른 사랑에 정착하려는 걸까. 

엘리오에게는 최소한 그를 외롭게 만들지는 않을 비범한 부모가 곁에 있고

올리버 보다 조금은 더 긴 인생이 남아있기도 해서인지

마지막 엘리오의 모습이 그렇게 절망적이지만은 않지만

화창한 사랑의 끝이 겨울 밤인 건 쓸쓸하다. 

하지만 그래도 아늑한 곳이었어서 다행이다. 

디카프리오의 랭보에 비할만한 

티모시 살라메의 화보작.

소셜포비아| Socialphobia|2014

  

저 뒤의 사람들이 더 무섭다...

 

이유를 찾게 된다는 말.

그 말 자체는 면죄부가 될 수 없지만

인간의 나약함을 드러내주는 고백.

하지만

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자신은 잘못한 게 없다고

죽음을 희롱하는 것 정도는 범법이 아니라서

괜찮다는 듯 희희낙락하는 모습.

아직도 너무나 많을 

그게 자신인지도 모를 것 같은 사람들.

 

법은 주권자들의 처벌권을 대리하기에 

엄격히 인과관계를 따져야 한다는 논리는 이해하지만

결국 가장 큰 죄는 개인의 양심과 죄책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는 한계는

눈에 보이는 문명의 발전으로 극복되지 못했다. 

 

나섰다가 돌팔매라도 맞는 사람들보다 

한 걸음 뒤에서 

적당한 패기를 정당화시키며 

다수 중의 하나로 언제든지 다시 나설 준비가 되어 있는 

군중 속의 개인들이 

더 슬프고 싫다.

 

살인혐의를 벗었다고 해서 강간범이 정의가 될 수 없고

과거를 숨겼다고 해서 살인용의자가 되면 안되고

배신자라서 죽어도 되는 것도 아니라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보기.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야구소녀|Baseball Girl |2019 + 코멘터리

 
 공 던지는 이주영 멋있는데, 그 사진이 없다니..

 

야구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젠지 기억도 안나고

얼마 전에 대학 여자야구선수 기사를 읽은 기억이 야구 관련 흥미로운 경험의 전부인데

주수인이 큰 공 하나 던지고 간다. 

확신 없이도 이렇게 달려가는 열망의 힘.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의 꿈이란 건 

그냥 언젠가는-에 그치는 많은 꿈보다 절실한 게 당연하다. 

구석구석 자기 몫만큼 힘들었던 주변의 사람들도

다들 조금씩 마음을 옮겨주었다는 게 

동화같으면서도 또 끄덕여진다.

 

천재야구소녀였으니까 

주수인은 어쩌면 선택의 고민할 필요없는 선택받은 사람인데

자라면 더 잘하게 될 것 보다

중학교가 끝이다, 고등학교가 끝이다라는 시한부 야구인생 선고를 체감하며 자란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공을 던질 자리를 만들며 

스스로 단련하는 줄도 모르고 단련한 수인의 인생스킬은 

누구나에게 정답일 수 없는데도 빛난다. 


트라이아웃에서 수인이 글로브로 공이 떨어질 때 

나도 모르게 환호했다. 

감정구걸 1도 안하면서 마음을 얻는 우리 주수인 선수^^

어떻게 응원을 안할 수가.

극악스러운 것 같았지만 그래도 솔직할 용기가 있었던 엄마,

-한 달만 주시면 6천만원 마련해보시겠다는 데서 울컥했다.

아침 생라면도 오도독 잘 먹고, 어린이의 정체성을 뽐내는 수형이

-그건 나는 모르지. 아침부터 아무도 없었는데: 이런 천진난만한 탈어린이 화법^^

가장 갑작스런 인간반전의 주인공 최코치

-단점은 보완되지 않는다니...슬프다.

공인중개사 시험 장수생에 알 수 없는 불법에도 연루됐지만, 그래도 수인이 편인 아빠, 

-경제력 없다고 시시한 아빠는 아니란 걸 보여준다.

리틀야구단 때부터 아직까지 야구하는 사람은 우리 뿐이야-로 그냥 이해되던 정호의 동지애,

분야가 다른 동료이자 친구인 방울이,

잔잔하게 어울리면서도 개성있는 사람들이어서 좋았다. 

어딘가 공포의 외인구단 시절을 생각나게 만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악은 좀 특이했고.

  

이동진의 소감 멋있었다-

온 세상이 한 소녀의 꿈을 응원하는 얘기가 아니라, 

꿋꿋이 길을 가는 한 사람이 주변을 변화시키는 얘기-라는.

그러고 보니 수형이는 여기서도 특별했다. 

보통 가족 영화에서 형제자매는 앙숙이거나 

찌질한 갈등을 유발하는 소모품 같은 건데 

우리 수형이는 언니 시합 전에 치어리더 공연도 펼쳐줬으니까.

 

놀랍게도 이 이야기 같은 진짜 주인공이 있다고 한다. 

안향미 선수-아쉽게도 없는 것 없는 유선생채널에도 동영상이 없는데 

고교선발로 뛰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니 대단한 분이 있었다. 

 

이 남는 여운을 주체 못하고 있는데 

코멘터리가 딱 눈에 들어왔다. 

 

기억나는 이야기 몇 개.

주수인이 너클볼 연습을위해 매니큐어를 바르면서 하던 대사,

'이건 예뻐지는 거 아니고 단단해지는 거야' 맘에 들었는데 

이주영도 그 대사가 좋았다고.

밥 때마다 수인이 가족이 앉는 자리가 달라진 건 불안정한 가족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한 설정

최코치가 헥헥대며 수인이를 못따라가던 날은 설정 상 술마신 다음날이기도 해서였다고.

원래 주수인은 1호인 안향미 선수에 이은 2호를 상징하며 

등번호 2번을 달게 하려고 했었는데

아무도 몰라줄 것 같아 감독 부인의 생일로  바꿨다고^^

감독이 생각했던 영화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학교에 걸려있던 주수인의 입단사진이 정호의 프로입단사진으로 바뀌는 장면과

또 하나 있었는데-기억이 안남--;;

최윤태 감독 말이 너~~~무 느려서 좀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래서 이렇게 참한 영화를 만들었나 싶기도 했다^^

들을수록 수인이 같은 이주영,

들을수록 참한 이준혁-영화 속 정호 같은 느낌인데, 서동재가 더 유명해져서 말이야ㅋㅋㅋ

의 애정 넘치는 코멘터리도 영양만점.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2005

 이 둘이 이 때 이 영화를 찍었다는 건 

안구정화 분야에서 인류공영에 이바지한 업적이다

 

인물로만 보자면 

인생 최고 좌절기의 드류를 위해

기적같은 타이밍에 맞춤형 오지랍 여신같은 클레어를 창조해서 선물한 

인공미 물씬 나는 이야기지만,

그 둘을 오가는 공기는 

가족과 죽음, 잊고 있던 것들, 소원해진 것들로부터의 기운이 가득하고

전도유망한 청년의 성공과 좌절까지 여러 자리에서 보여주고 있어서

보기에 즐거웠다. 

마지막은 

마치 연애코치의 조언을 형상화 한 것 같은,

무기력증 드류에게 소소한 목표를 계속 이어가게 하면서 도전정신을 일깨우는(^^)

못하는 게 없고 

천리를 내다보는 듯한 클레어의 미션파서블 목록.

그 끝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완전 꿈의 엔딩.



 올란도 볼룸의 리즈 장면도 하나 곁들임


매기스 플랜|Maggie's Plan|2015

 21세기의 미국인데 

왜 자꾸 한국 같아 보이는 걸까 ㅋㅋㅋ

찌질한 에단 호크 짜증을 유발하면서도 너무 웃겼고

남편 반품이라는 과업을 달성하는 매기도 참 특이한데 

나를 사로잡은 이 분.

말투부터 몸짓까지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선을 강탈하던 줄리안 무어

맨 프럼 어스|The Man from Earth|2007

 모든 것을 압도하는 이야기의 힘

크레이지 하트의 대사가 생각났다, 워낙의 명곡은 누구라도 망칠 수가 없다-는.

어떤 발연출도 어떤 발연기도 망칠 수가 없을 것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의 전개.

내가 모르는 세상의 구석에는 별의 별 게 다 있을 것 같다는 

환상지지자의 관점에서 그렇다.

얼마나 많은 상상을 혼자 펼쳐봤을지

만 사천년이라는 긴 시간을 특이하게 다루려고 하지 않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평범한 인생처럼 펼쳐 놓는게 아마도 설득의 비결.

하지만 진지하게 듣던 사람들처럼 분노하지 않았던 걸 보면

나는 좀 대충 믿었던 것 같다. 

흥미진진한 잡학사전 같은 신선함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도 역시 종교인을 설득하는 것은 세상 불가능ㅋㅋ

 

 

메기|Maggie|2018



 사표 하나를 가지고도 이렇게 재미있기^^

물고기를 사람 이름처럼 바꿔놓은 재미있는 제목

오해할만한 상황에서 오해하고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사실로 드러나기도 하는 아주 잔잔한 흐름속에서

즐겁게 노니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이주영도 그렇지만

또 오똑 자기자리를 보여주는 구교환의 매력.

게다가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기발하고 신선한 이미지들이 재미를 이어준다. 

그 웃긴 엑스레이 사진은 없네 ㅋㅋㅋ 

 이들은 지금 재개발 반대시위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