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게임|2011



 양동근과 조승우: 그럴싸하다

꼭 옛날 얘기라서가 아니라 진짜 올드한 스타일이어서
당연히 20세기 영화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민폐기자 등장에 완전확신했었는데.
경기의 감동은 오히려 밋밋했고
지금 보기에는 혹사에 익숙했던 운동선수들만이 할 수 있는 초인적인 승부같았지만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최동원을 응원하고 있다.
야구하던 모습보다는 나중에 알게 된 유튜브영상들의 기억이 더 큰 선수라서
영화를 본 뒤 다시 유튜브를 뒤적뒤적.

아직 롯데나 부산갈매기가 나같은 야알못의 귀에도 어마어마한 팬덤으로 들려오는 걸 보면
저런 팀을 아직도 응원할 수 밖에 없는 롯데팬들 불쌍하다.
롯데는 최동원에게 한 짓만으로 망했어야 했는데.

반가운 얼굴들이 대거 등장했다.
어제까지 스토브리그에서 날리던 오정세는 야구해설로,
이태원클라스에서 날고 있는 박서준은 사우나 남으로 잠시 등장 ㅋㅋ


부재의 기억|In The Absence|2018

영화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Mrgpv-JgH9M&t=651s

그 아침, 뉴스를 기억하고 있어서
이렇게 다시 보는 건 더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 날은 알 수 없었던 그 시간 그 바다에.
뭔가 할 수 있던 사람들은 거기 없었고
그곳으로 마음이 가던 사람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
시간이 지났고 뭔가 해결되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그 진실은 당분간 기밀로 남는다지.
이런 것도 견디며 살고 있다 생각했던 그 때 이미 그 바다에서
촛불은 타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동안 안봐서 좋았던 이름과 목소리와 얼굴 혐짤로 등장 주의.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2011






다른 사람들처럼 에바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기 때문에 가정을 꾸렸다.
케벤을 낳은 것도 마냥 행복하게 혹은 공포에 사로잡혀서는 아니었다.
사랑해서 결혼했듯이 아마 아이가 생겼으니 낳았을 것이다.
이 평범한 시작은 또 산후우울증처럼 평범하게 전개된다.
에바는 치료가 시급할 정도로 심한 우울감에 빠지지는 않았지만
적당히 자신없이, 적당히 어려워하고, 평범하게 불행과 행복을 가끔씩 느끼며
양육을 이어갔다, 자유로운 인생과 가정을 포기도 헌신하지도 못한 채.
케빈을 낳은 것은 어쨌든 선택이었지만
엄마는 그 선택을 따라 온 이름이었다.
하지만 케빈이 에바만의 유일한 가족이자 아들로 남고 나서
에바는 케빈의 엄마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이제 에바에게 남은 건 케빈의 엄마로 계속 살아가는 것.

영화는 에바의 속마음을 보여주듯

맞딱뜨린 삶을 살아가는 와중 불현듯 떠오르는 비극의 장면과
아마도 에바가 그렇게 믿고 있는 그 비극의 뿌리인 것 같은
케빈이 없던 에바의 인생에서부터 케빈의 탄생, 케빈과의 관계와 그 변화를 천천히 복기한다.
그리고 절대 잊혀지지 않겠다는듯 
어디서나 비극의 피해자들과 그들의 불행이 에바를 찾아온다. 
에바는 숨어도 보고 닦기도 하면서 하면서 그냥 살아간다.
케빈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궁금해 했을 그 질문의 답은 결국 듣지 못한 채.

무슨 답이더라도 상황을 납득할 수는 없을 것이고
답은 케빈을 얼마나 더 미워하게 될 지의 수위를 정할 뿐일 거라
그 답이 꼭 중요한 건 아니지만
그 질문은 어쩌면 에바를 케빈과 묶어놓는 작은 끈같은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은 사이코패스의 경우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어릴 적 명상을 권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에 자책하지 말라고 했었다.
...이건 그냥 에바에게 조금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호의.

충격이다, 벌써 10년 전 영화라니.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는 부모들
노력을 하는데도 뜻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
부모들의 미안해 하는 마음으로 더 외로워지기도 하는 아이들
사이코패스처럼 설명불가능한 상황이어도 자책하는 부모들
...극적으로 증폭되지 않은 케빈과 에바는 널려있다.

하지만 내게 더 컸던 공포는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생명인 건 알겠지만
사랑할 수 없는 아이와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한다면-하는 것.
모든 부모의 눈에 콩깍지가 씌이는 건 인류멸망을 막기 위한 본능적 주입인 게 확실하다.

틸다 스윈튼-영화를 제대로 짊어지고 가는 뚝심 멋있었고
에너지를 뿜어내는 에즈라 밀러도 인상 깊다-무서웠다고....^^
기생충에서도 여기서도
활과 화살의 등장은 참 이질적이면서도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묘함이 있다.

MBC스페셜|너를 만났다

갑자기 뜬 검색어-증강현실로 만나는 그리운 얼굴이라니.
VR의 미래가 이렇게 되겠구나 싶어 보기도 전에 감동은 이미 준비됐었다.
너무 보고 싶은 사람을 이렇게 만나게 해주는 것 만큼 따듯한 과학이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울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보는 한편 드는 생각-역시나 MBC의 다큐멘터리는 사춘기 감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과학이 그리움을 어떻게 덜어줄지보다는
투자금을 회수하듯 너무나 절실하게 아이를 그리는 가족의 일상에서 거의 모든 장면을 뽑아내려 애쓰고
울먹이는 엄마를 정면에서 클로즈업하고
글썽이는 아이에게 눈물을 꼭 뽑겠다는 듯 같은 질문을 또 하고.
하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먼저 떠난 동생을 그리워할 줄 알던 의젓한 아이는
고인 눈물을 떨구기 전 활짝 웃어줬다-정말 멋지게 자라고 있는 듯.

아직 부족한 기술도 역시 실망스럽다.
내 눈에도 달라보이는 아이.
증강현실 속 아이는 인공지능이 아니라서
목메인 엄마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준비한 말을 계속 한다.
게다가 가장 결정적인 VR의 한계-만질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아이를 다시 한 번 안아보고 싶었던 소망은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구름속에서도 아이의 모습을 찾아내는 엄마라서
그래도 아주 조금은 위로가 되었을 것 같지만.

흥미로운 제작과정이 조금 나오긴 했지만
시선을 끄는 기획이었음에도 만남 보다는 잃어버린 아이와 그 가족을 더 들여다보게 만들고 말았다. 
그리고 남는 건 손에 잡을 수 없는 증강현실의 한계.
결국 그 온기와 감촉은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나누며 살아야겠지.
나중에는 그것도 가능해지려나.

이퀄스|Equals|2015

 '닿음'의 힘

억압속의 인간은 투쟁과 폭로로 절실함을 보여주지만
투쟁과 폭로에서 자유로운 상상은 세상을 한 뼘 더 넓혀준다.

이 둘 중 어떤 것이 더 가치있느냐는 개인의 차겠지만
자유로운 상상력의 화사함을 생각해보면  
자유를 억압한다는 상상조차도 두렵고
때로는 그 자유의 부작용을 보면서도
자유를 제1의 가치에서 떨구기 어렵다.

아마도 그래서 상상 속의 '억압된 세상'은 점점 더 강압적인 형태로 발전하며
우리에게 계속 그 자유을 얼마나 아껴줘야하는지 계속 깨우쳐 주려는 게 아닐까.

하필 이 세상은 만짐과 접촉과 감정이 사망선고인 곳이다.
예전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암을 뒤섞은 듯 한 진단명 SOS라는 이 질병은
생산력을 떨어뜨리며 오늘을 어제와 다르게 느끼게 만들어서 인간을 불행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병인데
계속 나빠지기만 하기에 억제제 밖에는 약이 없고
심해지면 수용소로 가 자살을 하거나 처형에 가깝게 죽을 수 밖에 없어서
아무리 전염성이 없다고 해도 모두가 두려워 벌벌벌 떤다.

그런 와 중에 만나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이 불치의 병과 싸우기를 포기하는데....

화내지도 웃지도 않는 무감정 표현이 '정상'인 이곳에서
그 와중에도 성격에 맞는 대화를 이어가는 장면들 의외로 웃겼다.
연애감정이 싹트는 시기가 SOS 1기로 진단되는 것도 참신-열병이라고도 하니까^^
금지된 세상이라서
깨달지 못한 감정이 몸으로 표현되는 아주 조심스런 단계들이
격정멜로 못지 않은 두근두근함을 전해준다.
이런 거 보면 감성에 있어서는 풍요가 해로울 때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출퇴근 도장 찍을 때마다 SOS 1기라고 확인시켜주는 건
매일 아침 너는 암환자야 라고 말해주는 것과 같은데
두려움이라는 감정까지는 없어진 것 같지 않던 그곳에서도 좀 너무하다 싶다.

단지 감정이 없다는 이유로 이성은 있어보이는 이 많은 인간들이
그런 세상을 군말없이 살아간다는 게 신기하지만
어떻게 보자면 또 다른 보이지 않은 독재자의 설계일테니
결국은 감정적인 분리 속에서
격리된 공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또 그렇게 유지 가능한 세상이다.

생각해보면 놀라운 신세계에서부터 시작한
'비인간'적인 미래, 아니면 인류의 다른 세계 상상이
이렇게나 다양하게 변주되는 건 계속 재미있다.
그리고 매력적인 두 배우.

거의 그림자에 가까운 모습인데도 미지를 앞 둔 긴장이 묻어나는 니콜라스 홀트와
이미 SOS 3기는 족히 넘긴 게 너무 잘 드러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멋짐
영화포스터에 이름 나온 영화들도 보고 싶어진다.

PS. 리들리 스콧 프로듀서-어르신들 어디선가 무언가를 하고 계셨네^^
한국 사람 같은 이름 두 개가 프로듀서로 나오기도 함-누군지 모름....

몰리스 게임|Molly's Game|2017

상도덕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근본 있는 도박장 운영자, 놀랍게도 실제 인물

뉴스룸 이후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 아론 소킨.
연출작이라니 고민없이 바로 선택.

아론 소킨은 볼 때마다 친숙함과 생경함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실화에서는 감동이지만
허구의 세계에서는 다들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고전적인 미덕을
믿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아직 믿고 싶어서 다행이다 싶을 정도의 설득력으로
친숙하게 전해준다.
몇 번의 폭소 덤이 따라오는데
전혀 웃길 것 같지 않은 상황에서 라는 게 재미.

스키 선수 출신의 몰리-그 어이 없는 사고도 실화 그대로일까.그런 사고는 일어난 적도 없다고^^
돈 참 열심히 쉽게 벌고 살다가 미합중국의 고소로 인생 2막이 강제로 시작된 사람.
도박장이라는 신종산업 분야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상도덕을 원칙대로 지키는 걸 선택이 아닌 기본으로 생각하는,
요즘은 존경의 대상이 될 정도로 희귀해진 이 피의자는
결국 그 기본적인 상도덕을 전염시키듯
반듯한 변호사에게 반듯한 변호를 받고 기적 같은 결말을 맞는다.
변호사의 웅변도, 아버지의 고농축 심리상담도, 판사의 직설도 꿀잼.
재판이 잘 끝났어도
몰리 앞의 생은 산뜻하지 않지만.

케빈 코스트너를 빼면 다 처음 보는 배우에
도박장에 관심 1도 없고
포커도 칠줄 모르지만
시간 금방 갔다.


슈퍼밴드 하현상

요즘 플레이리스트 하현상.
유튜브로 시작했지만 결국 방송을 다보게 만든.

단 한 번 프론트맨이었던 하현상
모든 팀원과 함께 우승-준우승을 차지한 것 축하함^^

음원과 유튜브를 달달 뒤져 들을 수 있는 곡들은 다 들어보고 있는데
어제부터 꽂힌 곡.


뭐가 너무 좋으면 어쩔 줄 모를 때가 있는데
뻗어나가는 클라이막스부터 그렇다-가사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데도^^

오늘 다시 듣게 된 곡

고등학생 이었을텐데 선곡도 남다르고
원곡과는 달리 알바비라도 몇 번 뜯겨본^^ 걸로 보일 정도로 절절...

방송에서는 항상 어젯밤 많이 울고 난 오늘 아침 얼굴이었는데
우승 이후에는 울보 얼굴이 사라졌다.
얘기를 듣고 봐서 그런가, 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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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반했던 목소리가 감성가득한 여린 소리여서
다치기 쉬운 소리일까봐 걱정했는데
예전 노래들을 들어보니
지금 하현상의 소리는
이미 스스로 여러 창법을 도전해 본 뒤 만들어진 것이었다.

타고나기만 한 거였대도 충분히 반했겠지만
자기 소리를 잘 알고 만들어 갈 줄 아는 재능이라니
더 믿음직스럽다.
'적'이나 'Dawn' 같은 고음은 몽환적이면서도 풋풋한 묘한 매력.
우선은 가능성이 높은 호피폴라 공연이 제일 기대되지만
천천히 혼자하는 무대도 준비해줬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