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낮|Night and Day|2008

인류의 기원이란 제목이 더 멋있지만 애정의 기원이 더 홍상수그러운^^

고무봉다리 하나 달랑 들고 파리 사파리에 나선 마약전과 화가 양반.
단 두 달 만에
옛연인-새연인-아내의 염정트라이앵글을 통과.
하하하.

한국 여관방과 술집에서 하산한 홍상수가
파리의 여관방과 술집으로 안내한다.
파리의 홍상수 관광지, 한번 가보고 싶다.

그러고보니 은근 1박2일 스타일.


요즘 홍상수 영화들을 보고 있자면
사랑이란 게 귀엽긴 한데
볼수록 알수 없어지는 느낌이다.
홍상수, 당신의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계몽영화|Enlightenment Film|2009

포스터도 야심찬 '계몽영화'

가끔
아버지 전두환, 아버지 이건희,
키스커플 이명박과 김윤옥 각각의 비위...
뭐 이런 것들이 한숨만큼 궁금했었다.

그런 집안들의 속살을 야심차게 까보여주는 
씩씩하고 발랄한 '계몽영화'.
가르치려들어도 좋아, 이렇게 재미있다면.

표백|장강명|한겨레출판

마음에 드는 표지-파격,도발,고발 다 아닌 것 같지만^^


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그것은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렇게 쪼잔한 스케일의 세상에 우리를 밀어넣는 것에 항의하겠다는 
단호한 의사표시를 하는 젊은이들의 기록, 표백.
개인의 개성이 조직에 묻혀 순응되어간다는 점에서 
'표백'이라는 표현은 일리가 있긴 하지만
굳이 78년 이후의 한국이 아니더라도
그냥 보편적으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타협해가는 과정-이라고 많이들 생각하지 않나?

언젠가 어디선가 읽었던 내용들이 같이 떠오른다.
이름도 까먹었지만 꽤 유명한 온라인논객이 20대들에게 충고하던 글이었다.
젊은 아름다움이 경쟁력인 여배우사회에서조차
3-40대들이 20대보다 대접받고 몸값도 높다는 걸 지적하며
청춘을 보조로 만들어버린 사회에 반항하고 저항하라고 했었다.

책장이 잘 넘어간다.
그런 와중에도 무언가는 이빨에 낀다.
도박빚을 갚으려고 죄와벌을 썼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고 하더니, 
타협형의 인간들의 선의의 행동이 
그들의 삶에서 우선순위가 아니고 이기심의 발로라는 것을 지적하는 식이다.

책을 읽고나면 
진짜 어린-낙담도 하고, 허세도 부리고, 
지적 허영을 뽐내기도 하며 그 가운데 구멍을 드러내기도 하는-작가의 
도전작 같은 느낌이 드는데
경력있는 기자의 소설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사실 내용에 호기심을 느껴 읽은 책인데 
오히려 후반부의 미스테리 전개가 유일한 매력으로 느껴진다.
다 읽었지만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은 없다.
주요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 부분에서 팍 웃었다.

그날 나는 다른 팀원들과 저녁을 먹지 않고 주간지 기자인 휘영을 기다리고 있었다.  휘영이 약속에 늦었지만, 전화를 걸어 어디까지 왔느냐고 재촉하는 일 없이 하급 공무원답게 기다리고 있었다. 휘영도 약속시간에 늦어서 미안하다, 지금 어디까지 왔는데 얼마 뒤면 도착할 것 같다는 전화는 걸지 않았다. 기자답다.

한 가지 더 재미있었던 건 작가가 인용하고 있는 책들 중에서 
내가 읽은 것도 몇 권있는데 
인용한 부분들 중 기억나는 건 하나도 없었다는 것.
이 작가와 나는 같은 책을 좋아라 읽으면서도 
완전 다른 부분에 열광하는 취향^^ 
그래서인지 
읽지 않은 책중에서도 별로 관심가는 책은 없었는데 
딱 한 권 눈에 들어왔다.
제목은 '처녀귀신'.
꼭 읽어봐야지.

PS. 후반부 삼성전자 휴대폰은 소설 최초의 PPL?
삼성이라는 이름이 여러 번 실명등장하는 게 그냥 짜증스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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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긴 해도 연쇄자살저항이 꽤 컸나보다.
문득 그들의 항의를 곱씹게 된다.
우주의 중심이 나인데
왜 그들은 그렇게 거대담론에 목말라했던 것일까.
끝까지 '보여주기'를 포기 못했다는 건
스스로의 행복에는 무관심하면서 
다른 사람의 선망으로만 만족하는 
산업세대 같은 낡은 욕망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뜻한다.
그런, 
거대해야한다는 강박증에 가려
네모난 지구의 끝에서 뛰어내려버린 에너지를 통해
불쌍한 이 시절의 청춘도 청춘임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을까.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창비

그래서 이번에는 바람의 열세 계급 중 0계급에 속한다는 '고요'라는 단어를 읊어보았다. 그것은 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기척이 되어, 세상에서 가장 멀리가는 동그라미를 만들어냈다. 신기한 일이었다. 0계급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줄 알았는데, 0계급이 무언가 하고 있었다.


'.....어릴 때 나는 까꿍놀이라는 걸 좋아했대. 아버지가 문 뒤에서 '까꿍!'하고 나타나면 까르르 웃고, 감쪽같이 사라진 뒤 다시 '까꿍!'하고 나타나면 더 크게 웃었다나봐. 그런데 어느 책에서 보니까, 그건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물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기억을 저장하는 거라더라, 그런 걸 배워야 알 수 있다니, 그렇게 작은 바보들이 어떻게 나중에 기술자도 되고 학자도 되는 지 모르겠어. 나는 처음부터 내가 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나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손을 타야했던 걸까. 내가 잠든 사이 부모님이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가끔 놀라워....

아름이의 몸을 빠르게 자라고 그래서 일찍 늙게 만든 건 병이었지만,
보통, 어른되기의 과정이 그렇듯
아름이의 내면을 좀 극적이지만 평범하게 자라게 한 건
사람과 사연이었다.

'이웃에게 희망을'에서 볼 법한 불치병에 걸린 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
하지만 내용은 전혀 신파가 아니다.
경쾌하고 솔직하게 아름이의 속을 파고들어간 작가의 감성과
아름이의 담백한 시선이 즐거움을 준다.
성석제의 극찬에서 눈치챘겠지만
성석제 스타일의 유머도 대거 등장한다.

결국 잉태의 그 순간으로 돌아가
자신의 역사를 완성하고 떠난 아름이에게 명복을.
 

공연|쿠루리 단독공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의 훌륭한 OST로 기억하고 있던 쿠루리.
달랑 하나 뿐인 앨범이지만 지산락페스티발을 갈까도 고민하게 만들었던
나의 파워라인업 밴드.

공연의 시작은
제법 하드한 곡들이어서
깜짝 놀랐다.
하이웨이의 약간 나른하면서도 담백한 보컬을 생각했기에
쎈 보컬에 잠시 당황.
소리는 좀 더 탁했던 것 같다.
전곡 음이탈의 진기록.
안그래도 전날 한잔했나 싶었는데
전날 막걸리 마셨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했다.

들려준 신곡 중 몇곡 끌렸고
예상과 다른 소리였지만 역시 하이웨이 좋았다.
신나게 놀아보자 했으나
그만큼의 흥이 나지 않아 살짝 미안.
일본의 델리스파이스라고나 할까.

공연장은 체조경기장 수준의 음향이었고
지하 구석에 비해 뭐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지만
코앞에서도 찾을 수 없던,
인근 상인들도 알지 못하던 상호 V홀.
덕분에 생면부지의 커피집 손님에게 부탁해 길찾기를 시도했다.
차라리 서교호텔 별관 지하라는 이름으로 찾아가시라.

그대를 사랑합니다|I Love You|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진짜 울고 웃게 해...

자, 다양한 사랑얘기로 한 걸음.

동감|2000




"선배가 이러지 않아도 내일 대통령은 바뀌어요."
라는 소은의 말이 거슬린다. 
선배가 그랬기 때문에 다음날 대통령이 바뀌었다는 게
내 생각이라서.
상관없을 것 같지만
각자의 분야에서 싸워온 사람들 때문에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가고
그래서 서로에게 조금씩 변화가 이롭게 되는 것이 
사회라고 생각하기에 
늘 움직이는 사람들에 대한 마음 빚이 있다.

그러고 보면 2000년대 영화답지 않게 
등장인물들이 참 구태의연하다.
미래의 남자가 과거의 여자에게
잘 알지도 못하면서 번번이 가르치려 드는 것도 그렇고.
층진 머리의 77년도 대학생도 이상해.
여러모로
헐렁한데 비해 운이 좋았던 영화.
소은이의 시절을 좀 진짜 같게 그렸더라면 
그것만으로도 
두고두고 의미있었을텐데.

유지태와 김하늘을 보는 즐거움,
장자연사건 이후로 짜증나도록 싫은 송병준과 결혼한 
이름이 기억안나는 여배우가 등장한다.
임재범의 노래가 벌써 12년전이었다는 것도 좀 낯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