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스티벌|2010

페스티벌|이해영 감독

다른 사람임이 분명할텐데 영화의 느낌은 김씨표류기와 비슷했다.
두 사람이 따로 감독을 하는 이유는 너무 같아서 였던가--;;

반짝이는 웃음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날치알밥처럼 차려지다가
자기만 알고 관객은 모르는 감정의 소용돌이 결말로 마무리.
스틸들을 보고 상상하는 게 더 재미있을 듯.

베스트 커플 1위:중년의 희망이랄까 ㅎㅎ

베스트커플2: 
그게 누구든 깊이 사랑해본 남자이니 좋은 애인이 될거라 믿어
(사실 얼마나 사랑하는 지가 안나온 게 좀 문제...)

무아지경 승범
귀여운 달수씨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The Secret in Their Eyes|2009

엘 시크레토 : 비밀의 눈동자

하나의 사랑이 처참하게 짓밟힌 시간에 싹트는 수줍고 기나긴 사랑의 이야기.
그 긴 사랑으로 다른 사람의 빼앗긴 사랑의 기억까지 더듬어가는 촘촘한 사랑이야기다.
시작부터 끝까지 집중해서 봤다.
유머와 대사감이 살아있으면서
손짓하나, 의미없을 것 같은 말 한마디까지
관객에게 열심히 말을 걸어오는
정성가득한 영화.

사형과 개인적인 복수 둘 다 찬성할 수는 없지만
맺힌 한이 정말 그렇게하는 것으로 풀린다면
사형보다는 복수다.
누구하나는 만족시키며, 애꿎게 남의 손에 억지로 피묻히지 않아도 되니.

쿠바의 연인|Novio Cubano|Cuban Boyfriend|2011

쿠바남자친구와 정호현=쿠바의 연인

용기있는 자만이 사랑을 얻는다?
그들의 삶에도 끊임없이 비바람이 불겠지만 사랑의 기억은 든든한 추억으로 남겠지.
발칙한 연애물이기만 한듯 광고하고 있지만
미쳐가는 자본주의의 한국과 반대끝에서 숨구멍이 틀어막힌 사회주의의 쿠바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한때 혁신이었던 것들이
어느 순간 인간을 믿지못하고 가진 것을 지키려고만 할 때
얼만큼의 불행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완전히 다른 체제의 두 사회지만 닮았다.
크레딧에 영화음악과 인트로가 오리엘비스의 작품으로 나온다.
음악 무척 좋았는데 깜짝 놀람.

소비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짚어주던 오리엘비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연애얘기와 어울리며 더 밀착형 이야기가 된 점도 있지만
연애가 없는, 원래 감독이 생각했던 얘기들은 어땠을까도 궁금해지는 재미있는 영화였다.
하고 싶은 얘기를 참 잘 알아듣게 얘기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이 감독은.

이 배가 등장할때마다 재미있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하지만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누가봐도 운명같은 애인을 만났는데 
그 애인이 우리얘기로 영화를 찍고 싶어한다면...
난 반길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런 점에서 오리엘비스가 아티스트라는 건 
참 운 좋은 운명이었던 듯.


웨딩드레스|2010

 웨딩드레스의 쿨하면서 귀여운 커플

보기 전에 편견이 있었다.
시한부 엄마와 어린 딸. 멜로가 없다 뿐 이지 어쩐지 많이 본 얘기일것만 같던.

그런데,
예상치 않게,
느닷없이,
여러 번 눈물이 떨어졌다.
어른들의 생각으로는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아이지만,
사실 저런 아이, 본것 같기도 하다.

엄마와 딸이라는 전형적인 신파관계를 로맨스풍으로 그려내
서로를 위해 바라는 모습이 되어주려고 노력하는 연인같이 그려낸 것이 좋았다.
자연스럽고, 이따금은 진짜 엄마같기도 했던 송윤아,
거침없는 내면연기의 김향기도 이쁘다.
(근데 이런 애기들을 보자면 좀 소름이...)
피를 넘어 관계의 애정을 보여준 전미선과 전신 오열이 인상깊던 김명국도.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고은을 위한
씩씩한 소라의 엔딩.
혹시 엄마라면 이 엔딩이 참 흐뭇하겠다.

눈에 대한 백과사전|사라 에밀리 미아노

당신이 첼로를 연주한다고 생각해봐요. 당신이 연주하는 음악은 청중 속으로 흘러가지만, 또한 당신 존재의 핵 속으로도 들어갑니다. 왜냐면 어찌되었든 당신은 그 순간 첼로와 조율되어 있기 때문이죠. 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우리가 하나의 현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의 현입니다. 우리의 육체적 특징은 수십억 개의 DNA가 작은 음표들처럼 모여서 이루어진 겁니다. 여기에 지리, 배경, 기타 등등의 요소들이 더해져 저마다의 고유한 음역을 형성해나갑니다. 그 다음에는 또 우리가 행동하고 생각하고 선택하는 모든 것이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심리적 차이를 일으키는데, 이 차이들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음역을 변경시킵니다. 인생은 여러 현들이 겹겹이 쌓인 층이 맞습니다만, 그렇더라도 가장 기저에 있는 현만은 절대로 바뀌지 않습니다. 이 점이 끈 이론과 사랑과의 연관성을 생각하게 합니다. 나의 개별적 현은 타인의 개별적 현에 공명합니다. 그리고 인생은 가끔 우리에게 우리와 완전히 조화되는 타인을 만나게 해줍니다. 이럴 때 우리는 DNA단계보다 상위에 있는 지배적이며 압도적인 매력에 직면합니다. 그러나 한편, 이 세상에는 우리와 정반대로 보이는 사람들도 살고 있으며, 이 '정 반대의 매력'이 생겨난 건 그들이 자신들 현을 다른 방식으로 조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우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선택한 사람들에게 더 끌리며, 자신의 현과 닮은 게 거의 없는 현에 따라 우리의 현을 조절합니다. 그럴 때 현과 현은 충돌하게 되고, 그 충돌에서 현들은 함께 소리를 내며 더욱 커다란 풍부함으로 발전합니다. 때문에 사랑에 빠진 당신이 그 감정을 표현하거나 애정을 전시하지 않을 때에도, 당신은 멜로디 속으로 녹아들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같은 심포니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이니까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당신 때문에 내 가슴이 이토록 아프다는 걸로 알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기쁨을 주기란 아주 쉽습니다. 심지어 잘 모르는 사람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죠. 하지만 고문처럼 깊은 고통을 주는 아는 사랑하는 사람 뿐입니다. 자신이 알아가는 대상 또는 마음을 뺏으려 애쓰는 대상으로부터   거절당하면 순간적인 분노가 치밀기 보다는 당혹스러움에 빠지게 됩니다. 거기서 비롯된 고통은 놀라울 정도로 아주 날쌔고 강렬합니다. 오늘 난 당신이 얼마나 빨리 내 심장에 날카로운 손톱자국을 낼 수 있는지 새삼 확인했습니다.


그대는 유스테 뮤즈, 한기로 사람을 감염시키는 마귀다. 그대에게 감염된 인간은 발작을 일으키고, 이 신경이 죽어 이빨이 떨어져 나간다. 그대는 거인 위미르의 자손 흐림수르사르, 그대는 얼음조각이다. 그대는 눈의 여인 화이트아웃 때 자신을 드러내지. 남자들을 잠에 빠뜨려 죽이는데, 죽기 전에 남자들은 그대의 모습을 꼭 보아야 한다. 


연금술에서 죽은과 대면하거나 연기하려는 욕구, 또는 극복하려는 욕구는 사물들이 가진 생명력의 고통과 부활과 질문들이라는 상징을 낳는다.


저항: 서로 상반된 힘들이 갈등하며 우주를 항진시키는 하나에 통합되는 것


"내 바람은 당신을 지켜보는 것, 오로지 그 하나입니다"라는 글을. 이 글을 해가 떠오르자마자 발견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이 글을 쓴 이는, 내가 잠에서 깨기 전이나 어젯밤에 이 글을 써 놓고 갔을 것이다. 거친 눈발을 헤치며 내 창문으로 다가와 장갑 낀 손으로 썼으리라.


가이아는 자신의 젖가슴에서 흰빛이 도는 달콤한 에센스인 'white snow'를 짜내 은하계를 창조했다. 은하수는 이렇게 창조된 은하들 중 하나다. 스웨덴 사람들은 은하수가 '겨울의 거리'이며 하늘까지 이어져 있다고 믿는다. 고대 스칸디나비아인들에게 은하수는 '유령의 길'이다.


Whimsical
나는 오트라드의 어느 언덕배기 외딴 교회 묘지에 묻혀있다. 하늘에 흐릿한 빗금을 그으며 떨어진 눈이 내 묘비를 감싸는 소리가 들린다. 이젠 더는 춥지 않지만, 넌즈 아일랜드의 나무 아래서 비를 맞으며 내 사랑을 기다렸던 그 날이 떠오른다. 그날 내 몸은 뼛속 낖은 곳까지 냉기에 젖었었다. 골웨이에 살던 시절, 그레타는 더 없이 다정했으며 그 따뜻한 손으로 내 손을 감싸주었다.  시골길을 걷고 있을 때 나는 그녀에게 '오그림의 처녀'를 불러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떠났고, 그러자 나는 죽고 싶었다.

도서관 책꽂이를 지나다 겨울스러운 제목-눈에 대한 백과사전-에 끌려 집어들었던 충동 독서용 책.
추리소설이기도 하고 연애소설이기도 하다는 유혹적인 글귀와 달리 추리소설의 서스펜스는 없고, 절절한 연애사도 없지만, 누군가가 모았다는 설정아래 알파벳 순서대로 이어지는 눈과 얼음과 겨울 이야기는 다 읽고 나면 웬지 모를 온기가 느껴진다.
한귀퉁이를 접어둔 대목들만 적어놓으니 그럴싸한 연애소설 같기도 하지만 저 인용구들은 부분부분 끊어지다 이어지던 연애편지의 일부일 뿐.
사랑하는 사람은 깊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공감한다. 사랑을 잃어 죽고 싶었다던 누군가가 죽어 떠올리는 사랑의 추억이 '기다림'이었다는 것이 옮겨 적으며 느낀 인상적인 구절.

헬로우 고스트|2010


대충의 대박 코미디일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캐스팅대박을 일군 독립영화같았다.
혼자의 삶에 더 집중하고 있는 시선도 그렇고
아기자기한 전개도.
중간이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마지막의 반전은
깜짝 놀랐다.
생각해보면 여러 번 힌트가 있긴 했는데.
암튼 그래서 즐거웠다.


차태현, 고생많았겠다-몸 빌려주느라^^ 
제일 재미있었던 건 할아버지지만 사진은 요게 젤 귀여운 걸~

이야기 파는 남자|요슈타인 가아더|박종대 옮김

수십장에 달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는 작가들이 
단지 아이디어가 부족해 고민한다는 것도 좀 비현실적이지만
-아이디어란 시작할 때만 필요한 게 아니라 
써가는 동안 계속 필요한 것이니까!-
요슈타인 가아더의 작가관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결국은 이 작가가 그냥 페테르라고 믿기로 했다.
그가 여기에 쓴 여러 이야기들은 
그의 고백처럼 진득하게 붙어앉아 쓰는 재주는 없는 작가가
썩히긴 아까운 이야기들을 
진열대에 올려놓았다고 생각하면서.

요즘처럼 원작을 사서 각색을 하기도 하고
드라마를 소설로 다시 쓰기도 하는 시대에
그걸로 큰 돈 버는 페테르는 그냥 운이 좋달밖에.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이야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라도
지나치다 보는 풍경, 지나친 사람들에게서
공짜로 소재를 얻는 작가들도 많으니까. 

소재는 그저 시작일 뿐이고
중요한 건 엉덩이힘이라고 믿기에 
넘쳐나는 아이디어를 돈받고 배설하는 페테르는 
작가로서도,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하긴 스스로도 작가가 아니라고 했긴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