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녀|1972


신기했다.
지금봐도 범상치 않은 이 영화가
그 시절에 만들어졌다는 것보다
그 시절에 흥행했다는 것이.

인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는데
대사들은 섬뜩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독특한 화면들도 신기했지만
당돌함과 백치미가 기묘하게 섞인 어린 윤여정의 얼굴이 정말 특별했다.
배두나와 문근영이 한 사람 속에 있는 느낌이랄까?
의외로 재미있어서 신선했던 '옛날 영화'.

우연히 등장한 재앙의 상징-설치류^^

업클로스앤퍼스널|Up close and Personal|1996

꽃중년들의 미모가 찬란하게 타오르던^^

요즘 같은 때 이 영화를 다시 보니 참 별 생각이 다 들었다.
처음 봤을 땐
좋아하는 미쉘파이퍼의 매력과
금발바보를 새사람으로 조각해내는
(다시보니 학력위조에 경력조작에 참 골고루 했더군...)
비위상하는 러브스토리의 충돌로 그저그런 영화라는 인상이었는데도
이따금 그냥 남의 로맨스수혈이라도 필요한 꿀꿀하고 한가한 때면
가끔 생각이 나기도 하는 묘한 영화가 됐다.
성공한 남자 옆의 여자는 남자의 성공과 함께 행복해질 수가 있는데
(흔한 스토리는 성공전의 과거까지 묻어버리고 싶은 남자들의 배신이지만ㅎ)
성공한 여자 옆의 남자는 왜 항상 자신을 증명 못해 안달하며 불행해질까.
심지어 그녀의 사기행각을 묻어가며 그녀의 성공을 열심히 밀어준 이 남자 조차도.
딱하게스리...

이만수의 미국구단체험기도 그렇고
언젠가 'Someone you know'보다 'Someone knows you'가 중요하다는
미쿡의 취업추천풍토를 들기도 했기에
전처럼 '비위상하는' 스토리는 아닌데
마침 불거져주신 장관딸스토리가 떠오르면서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나의 불쌍한 도덕관과
폭좁은 업무능력평가방식의 한계는  
'기회의 평등'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뜻에 집착하게 만든다.
'능력'이라는 것은 또 어디까지 일까-도.

우연히 TV에서 아웃어브아프리카의 끝자락을 보다가
생각난 김에 돌린 DVD.
하룻밤에 두번이나,
죽는 로버트 레드포드를 보다니^^
 

U17 월드컵

숙취로 본의 아니게 일찍일어 났다가 우연히 발견한 여자축구.
내가 보기 시작한 무렵은 후반 끝무렵.
녹화인줄 알았더니 생중계라기에 결과나 보자 싶어 시청.
청소년부는 아동보호 차원에서 연장전을 없애고 그냥 승부차기를 하게 하는 게 어떨까 싶을 정도로
일본이나 한국이나 선수들이 어마어마하게 힘들어 보였다.
하이라이트에서는 그렇게나 멋진 슛을 보여주던 선수들인데.
결국 승부차기로 이기고 시상식을 보는데...
난 정말 이 발랄한 소녀들이 부러워졌다.
사진 모두 www.fifa.com

이겨도 울고 져도 울고.
헝그리정신에 푹 절여져 `한`없는 운동은 없다는 걸 늘 보여주던 안타까운 광경은 사라지고,
월드컵우승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건지 나보다 훨씬 잘 알만한 전문가들께서
경기 끝나자 활짝 웃으며 신나게 우승을 즐기고 있었다.
게다가 감격의 도가니에 빠져 실신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3관왕의 여민지까지.
더 보기 좋았던 건,
준우승 일본팀이 입장할 때, 즐겁게 반겨주던 모습이었는데
원래 서로들 장난치고 잘 논다고 캐스터가 얘기를 덧붙였다.

그래, 구질구질한 눈물따위는 늙수레 시청자가 촌스럽게 흘려줄테니
언제까지나 밝고 명랑하게 질주하시게들~

요즘처럼 단체전신성형미인들의 등장으로 어지러운 때에는
민낯 축구소녀들이 아이돌보다 더 이쁘더라.

발레|라이몬다|국립발레단


정지동작이 많아 주인공들이 특히 어려웠을 것 같은 공연.
몸을 도구로 하는 표현의 최전방예술에서 내면연기를 해야하는 것 같달까.
그러다보니 초초특급일 것같은 무용수들의 연기를 보면서도
흔들릴까 조마조마 하기도 했던.
볼쇼이발레단원들이 주연을 맡은 오늘의 출연진.
솔직히 라이몬다보다는 1막에서 솔로를 하던-아마도 박슬기?-가볍고 발랄한 무용수가 더 인상깊었지만,
발레리노의 도약만큼은 정말 높이가 달랐다.
꽤 오래 이어지던 커튼콜에 단장과 안무가까지 무대에 등장했다.
매번 수정을 하기도 하겠지만
이렇게 한번 완성한 작품을 두고두고 여러가지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예술가는
참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조의 호수처럼 여기도 파티를 빙자한 다양한 춤들이 등장하는데
오늘 인상깊었던 건 얼마전 짧은 젬베공연에서 봤던 것에 견줘 흥이 절대 덜하지 않은
아프리카 댄스.
멋있었다.
지난 번에도 느꼈지만
참 이쁜 의상도.
예복으로 입기에도 손색이 없을 듯.
게다가 오늘은 무대장치부터
옷감을 활용한 것이 더 화려하고 분위기 있어보였고
긴 드레스의 아가씨들은 치렁한 치맛자락으로 배경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왜 항상 공주를 괴롭히는 유혹자는 늘 유색인종-아마도 무어인?-일까.
오페라도 그렇지만 발레 역시 구태의연한 설정과 스토리는 쫌 후지긴 하다.
클래식에 혁명을^^

영화애인 정성일

정성일의 책 발간 소식을 듣고
아주 오랜만에 그의 글을 읽었다, 열 시간 여에 걸쳐.
공부 머리가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거라는 이외수의 광고에 심히 공감하던 나로선
내 엉덩이의 능력에 희망이 생기기도 하는 순간이다^^

두뇌와 심장은 거리 만큼이나 독립적이라고 믿던 시절에
그의 평론은 어느 순간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존재였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영화제작현장이 아닌 평론가를 목표로 삼게까지 만들었던 그의 파워는
처음에 강렬했던 만큼
곧 지치게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은 과연 영화를 보며 울거나 웃기는 할까?
라는 것이 나의 개인적인 고별사였다.
내게 시청각적인 자극-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뭘 예술이라 불러야할 지 아직 결정을 못했기에-이란
심장의 영역이었기에.

긴 단절기를 지나고
그 동안, 그의 인용습관과 어려운 어휘들만 쉽게 베끼고 있는
감동도, 자극도, 성의도 없는 프로들의 글에 지치기도 한 와중에
그의 글에 다시금 흥미가 생겼다.
길고 복잡한 그의 글은 여전한데
전처럼 지치지 않는다.
내가 정성일만큼 영화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결정적인 차이였음을 알고 나니
그의 열렬한 애정행각이
많은 깨달음을 준다.

씨네21에 정윤철감독과의 대화가 실려있었는데 그 중에서 흥미로운 대목이 많이 등장했다.
엉덩이 능력확인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인터뷰. 정성일도 정성일 이지만 정윤철도 대단하다.
임시 스토킹이라도 한 듯 별얘기가 다나온다. 게다가 읽기 좋은 글솜씨까지.
이렇듯 성의를 다하는데 어찌 보는 즐거움이 없을소냐...)

정윤철: '키노' 마지막 호에 이런 내용의 글을 썼다. `사람들은 우리가 어렵다고 한다, 그렇지만 대가들에 관한 글을 쓰며 어찌 어렵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는 그런 글들을 쓸 수 있어 영광이었다고.` 하지만 영화가 어렵고 위대하다고 하여 그걸 해석하는 글조차 어려울 필요가 있는지.

정성일: 거기에 관해선 항상 인용하는 아도르노를 인용하고 싶다. ‘자본주의는 지식을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지식을 간단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점점 사고를 마비시키고 논리 자체를 무시한다. 결정적으로 말하자면 철학은 점점 광고 카피가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아도르노는 내 글을 읽는 것은 사유하는 시간이라고 했다. 나는 아도르노처럼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 태도는 배우고 싶다.

이 대목은 내가 정성일 읽기를 포기하던 무렵에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부분이지만, 지금은 납득이 되는 열애자의 충고.

정윤철: 질문을 마저 하자면 결국 비평도 대중성과 심도있는 분석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건 불가능한가. 그런 시대도 이미 끝난 건가?

정성일: 나는 영화에서의 대중성이라는 문제를 다른 판본으로 말하자면 상품성이라고 생각한다. 둘은 같은 말의 말장난이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영화가 대중성을 껴안는 한편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위해서 나아가던 시대는 영화의 고전주의시대였다(3,40년대). 예를 들면 우리는 고전주의 회화를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상주의를 통과하며 그림에서 형상이 부서졌고, 그림은 보는 이에게 교양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소통을 하고 싶다고 고전주의 그림을 그린다면 그것은 퇴행이다. 영화는 계속 앞으로 가고 있는 거다. 그 100년이라는 역사를 왜 무효화시키려고 하는가. 영화도 관객에게 교양과 역사에 대한 이해와 시네마테크적인 경험과 영화에 대한 지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관객은 게으르게 어떤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즉각적으로 자기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영화를 원시적인 상태로 돌려보내는 거다. 영화는 고전주의 시대를 통과했고, 이제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가능성의 길을 가고 있다. 그것을 왜 퇴행적으로 만들어야 하는가, 심지어 감독들이 왜 자꾸 고개를 뒤로 돌려 그런 퇴행을 바라보는가. 나는 거기에 대해서 분개하는 쪽이다.


아마 이 대목이 내가 지금 정성일의 글을 다시 읽고 싶어진 이유인 것 같다.

너도나도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된 이 시점에
하필 평론가 혹은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함량미달이 두드러지는 모순된 상황에서
지금이 90년대의 반발이고 곧 이 상황에 대한 반발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는 그의 예언(기대?)이
내게도 희망적으로 들린다.
사실 그래.
망해 고꾸라질 것 같은데 어떻게 잘들 꾸려나가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참 멋지기도 하다.

그리하여....정성일의 평론집을 향한다.
벌써 2쇄라는 걸 보니 역시 난, 은근 유행 타^^

굿모닝 프레지던트|Good Morning President|2009

신부의 수상한 여행가방을 대신 선택하고 이거나 그거나 그게 그게 아니었을까 후회했는데
극장에서 안보길 잘했다.
개성만 있고 역사는 없는 장진의 인물들.
엔딩의 고두심의 등장이 무색하게 누군가의 아버지로만 끝나는 나레이션의 무신경함까지.
레벨도 안맞는 환타지-이런 대통령이 있는 세상이라면서 토론회의 무력개싸움은 또 뭐야.
설마 떡볶이가 모든 걸 채워줄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남기고픈 한마디,
헐...

시라노;연애조작단|2010

시라노와 이어지는 깔끔한 연결에서 정석을 벗어나지 않는 바른연애강습까지
믿음직한 김현석의 개운하고 귀여운 로맨틱코미디의 탄생.
처음부터 끝까지 하.하.하.
유일한 흠이라면 촌빨날리는 포스터?!

최다니엘로서도 연기변신이었는데 송새벽의 캐릭터와 겹치는 바람에 내내 비교가 됐다.
조연이었지만 밀도로는 누구에게도 뒤지 않던 송새벽의 2연타.
청년, 보는 재미가 있구랴~
좀 오바스럽기는 했어도 감각있는 조연을 보여준 김지영.
우생순에서도 좋았는데 영화에서 더 자주 봐요~
후자도 아닌 주제에..핫핫핫!
코믹의 달인 시절 권해효의 묵직한 재림!
빵빵 터지는 우정출연들 덕에
네 명의 주연들이 좀 머쓱하겠다...
이쁘고 사랑스러운 미모에 심술인지
가끔 등장하던 안티컷들까지 생각하면 말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