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만나기 전
함께한 이후
지금은 어지간한 사건들이
다 주인공들을 엮어주거나 뜯어놓으려는 술책이라는 걸 익숙하게 아는 시절인데도
오랜 만에 다시 본 국화꽃 향기는
내 머릿속 '신파'라는 낙인을 지우고 갔다.
극속에서는 평범한(?) '운명적인 만남'은 별 힘이 없었고
지금도 먹힐법한 뚝심도 힘이 없었다.
아마도 많은 시간이 생략되었겠지만
아무튼 둘의 제대로 만남은
기다림이라는 정직한 댓가를 치른 다음.
요즘과는 비교할 수 없는 김해숙의 발연기(^^)때부터 이미 울기 시작했다.
14년 전 영화 인데
이야기만으로는 오히려 세련됨이 느껴지던 21세기 신파.
어떻게 한 사람이 이렇게 불운할 수 있는 거냐고 항변했던 것이
이 영화를 신파로 기억하는 나의 그 시절이었다면
인연이 가고 오는 것이 꼭 죽고 살지 않아도 그렇다는,
참 김 빠지는 답도 끄덕여지는 지금이라
그 애틋함을 함께 울어준 것으로
칭찬을 대신한다.
지금쯤 장진영이 어떤 배우가 되었을 지 알 수 없지만
장진영의 마지막은 싱그러움으로 남았다.
연기에 탄복하자면 소름과 청연,
발랄함으로 치자면 싱글즈나 오버 더 레인보우를 봐야겠지만
국화꽃 향기에서도 이미 '고맙습니다'를 남기고 있었다.
풋풋한 박해일.
지나면 올 시간인데
굳이 미리 할아버지까지 땡겨서 열연을 했던 이유는 모르겠지만
박해일은 자신이 가졌던 빛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대인배로 기억해야 할 듯.
옛날 영화속에서는 항상 예상치 못한 깜짝등장이 있기 마련.
요즘 비밀의 숲에서 황시목을 들었다 봤다 하시는 유일한 인물
3부장님께서 방송작가로 등장-대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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