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IDF 2014| 홈스는 불타고 있다|Return to Homs



 감독 : 탈랄 덜키 | Talal DERKI 시리아, 독일 | 2013 | 90분 | 페스티벌 초이스
시리아 소식  http://syrianvoices.wordpress.com/abd-el-basset-el-sarout/
영화를 보자마자 찾아봤던 바셋의 소식
-4월에 친구의 계정을 통해 소식을 전해왔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광주를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다.
공항과 터미널 같은 곳 말고는.
그렇게 15년 전 홈스를 지나간 적이 있다.
배낭족이었던 내게 홈스는
북적거리던 국경도시 알레포와 수도 다마스쿠스 사이
교통의 요지였을 뿐이었고
딱히 기억나는 것이 없지만
시리아가 내게 잊을 수 없는,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어서

시리아 전역에 피바람이 분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그때부터
자꾸만 마음이 갔다.
국민에게 총을 겨누며 해외 보석 쇼핑을 하고
독가스 화학전까지 하는 미치광이라는 것 까진 몰랐지만
시리아의 독재자는 그때도 이상해서
커다란 대통령 사진이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알레포 시내 한복판을 지나는 것을 본 기억도 난다.
대통령 생일 축하 퍼레이드였다고 했다.

그래서 차를 함께 마시던 사람이 죽었다-는 담담한 나레이션이 철렁했다.
그 많은 주검들 속에 분명 나를 반겨주고 차를 권하던 분들도 있을텐데.
혹시 그때 어린 바셋을 지나쳤을지도......
 
2011년 보다 훨씬 이전에도 홈즈에서는 이런 대학살이 있었다고 한다.
피로 뒤덮일 거라는 어른들의 충고는 겪어본 자의 머뭇거림이었고
순식간에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버린 젊은 그들은 그것을 몰랐다고 한다.

하지만 전장의 한복판에 서게 된 바셋은
수없이 많은 순교자들의 죽음을 지나느라 후회할 겨를도 없었을 것 같다.
바셋이 부르던 노래가사의 코피 아난은 이제 반기문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구의 절반이 죽거나 다치거나 조국을 떠났다는 시리아.
세상엔 신도 없고 정의도 없으며 슬픈 주검만 줄을 서는 것 같은데
아무것도 해주지 않지만
어떤 절망에서도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되어주기 때문에 신이 위대한 것일까.
아니면 현실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는 희망의 빈 자리에 앉혀 둘 이름이 신인 것일까.

무어라 하든
감사하기에는 너무나도 가혹하게 살아내고 있는 시리아의 사람들.
해외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사라진 뒤로
지금은 어떻게든 해결된 게 아닐까 막연한 기대도 있었지만
그동안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의 희망은 충분했지만
적은 상상 이상이었기에
지금도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분노를 표현할 충분한 힘이 있지만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희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독재자의 욕망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독재는 언젠가 반드시 끝나고
그들의 숨통을 고통스럽게 끊으며 순교자들 위한 위령제를 지낼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그날을 당신은 볼 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런데도 당신은 무슨 힘으로 싸울 수가 있나요.

죽는 게 더 쉬울 것 같은 그곳에서
그는 노래도 하고 외치고 좌절도 했지만 싸운다.
잊지 말아달라고 관심을 구걸하는 대신
바셋은 이렇게 노래했다.
-그 외침을 외면하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
그런데 부끄러울 겨를도 없이
나는 슬프기만 했다.

인류가 거듭거듭 발전하고 있다면
왜 아직도 누군가의 목숨은 도화선이, 방호벽이, 불쏘시개가, 불꽃이 되고 있는 것일까.

----EIDF 대상을 수상하던 감독의 수상소감.
어서 승리해서 우리나라의 전쟁기념관 처럼 지금의 홈즈-시리아의 싸움이 그런 기록으로 남는 날이 오길 바란다는...너무 기뻐하던 그 모습이 그 날을 앞당기는, 그리고 바셋에게 힘이 되어주기를. 

댓글 2개:

  1. 저도 두번이나 봤는데..사실 UN에서는 뭘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뿐이고
    젊은 바셋의 외침이 침묵하고 있는 온 세계의 "민주주의"라는 국가들이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였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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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절차'라는 게 우리를 죽이고 있다는 바셋의 노래가사가 계속 생각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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