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꽃게무덤|권지예


"당신은 말이야, 당신은...정말 삶을 사랑할 수 있는 여자요."
 
반드시 그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그는 그녀의 남편이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가 갑자기 생각난 듯 물은 적이 있었다. 청명한 초여름 오후, 어느 시골 국도변에 차를 세워놓고 카페테라스에서 맥주 한잔씩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들은 목적지도 없이 어딘가로 떠나는 중이었다. 함께 살기 시작한 지 오 년이 지나서였다. 맨살갗을 어루만지는 에로틱하게까지 느껴지는 햇빛으로 그녀가 거의 오르가즘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왜 오른손목이었지? 당신은 왼손잡이도 아니잖아?"
그가 조금은 퉁명스레 물었다.
눈을 감고 있던 그녀는 눈을 반짝 떴다. 그녀는 변명하듯 머뭇머뭇 그러나 금세 자신을 조롱하듯 장난스레 말했다.
"글쎄, 음......그러고 보니까 정말 마지막 순간에까지 망설였던 건 칼을 어느 손에 쥐느냐의 문제였어. 우습지? 죽는 순간에까지 생을 가지고 장난을 친 거지. 결국 왼손에 칼을 쥐었지. 나는 지독한 오른손잡이라 오른손의 힘은 센데 왼손은 전혀 그렇지 않아. 이렇게 흉터가 지저분한 거 봐. 오른손이었다면 단 한번만으로도 끝났을텐데......그럼 깨끗했을 거야."
하지만 왠지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찬란한 햇빛 아래서 처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남편이 오른손목에 입술을 오랫동안 가만히 대고 키스를 해주었으면 하고 잠깐 바랐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선글라스를 쓴 남편의 표정은 알 수가 없었다.
아무튼 잘 들여다보면 삶에는 어느 순간, 균열의 순간이 있는 것이다.   
-------------------------------------------------------------------------[뱀장어스튜 中]
`균열의 순간`을 바로 어제 야심한 밤에 '쁘와종'이란 영화를 보면서 느꼈었다.
그런 균열은 수습방법이 없다. 겪지 않는 것 말고는.
  
진짜 웃겨줄까 싶어 제목 때문에 샀던 `폭소`를 재미있게 읽고 나서-진짜 폭소가 터지지는 않았지만- 권지예를 좋아하게 됐다. 은희경의 책읽기가 싫어졌던 이유가 왠지 모를 `오버`기운 때문이었는데, 권지예는 좀 얌전한 것 같기도 하고 편안했다.
`꽃게무덤`엔 좀 쥐어짜낸 것 같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실망했다. 
그래도 책장은 잘 넘어갔고 재미있는 `뱀장어스튜`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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