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Kim-Gun|2018


이게 뭐가 달라요-라는 질문이 있어서 좋았다.
누군가 어처구니 없는 의문을 던질 때
그것이 아님을 피해자가 증명하는 일,
증명하는 동안 애써 재워둔 고통을 깨워야 하는 데도
그 증명이 피해자의 명예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되는 일,
아직 과거가 되지 못했다.

선명할 것 만 같던 사람들의 기억이
구타와 고문과 충격과 죄책감으로 흔들리는 사이
본인도 친구도 이웃도 알아보기 힘들다는 그 사진의 38년 후 미래를 오차없이 척척 맞춰 
대한민국의 역사와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뒤흔들 힘을 가진 프로그램이라면
그 프로그램을 검증하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그 ‘부족한 믿음’에서 시작한 이 영화는 
그래서 광주의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한 도시에 산다고 모두가 알고 지내는 게 불가능하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인데도
시민의식과 참여를 회고하던 오월광주의 증언들을 들으면서 
당시 광주시민들을 마치 가족공동체 처럼 
그냥 광주 자체를 한 동네처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고
생각보다 꽤 많았으니
왜 사진의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는가-라는 질문이 
이 영화로까지 이어졌겠지.
그냥 상식적으로만 생각했어도 
그 질문은 파문조차 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간다고 해서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의심 받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는 사진의 주인공을 찾는 
궁금증을 자아내는 여정의 형태로 
수 십년간 상처를 헤집으며 스스로 증명해야 했던 
아직 끝나지 않은 오월광주의 지난한 싸움을 보여준다, 
판결이 끝나도 멈추지 않는 망언
진실보다 널리 퍼져버린 왜곡이 이것으로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미래의 절망이라면 
그 망언을 뿌리고 거두고 소비하면서 
기어이 증명까지 하게 만들었다는 건
지금까지의 불행이다. 
이것이 가장 올바른 질문은 아니었더라도 
이 와중에 이렇게 김군을 찾아 나서준 감독에게선
이 인터뷰가 겹쳤다. 
민주화도 뭣도 몰랐지만 피흘리며 쓰러지는 다른 시민들을 위해 일어섰던 것 뿐이라고, 
아마도 강상우 감독은 저런 의혹에 뭐라도 해야 했던 사람.
광주의 기억 아카이브에 이 영화도 같이 남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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