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귀신:조선 시대 여인의 한과 복수|최기숙|문학동네

 


귀신 이야기는 음파가 잡히지 않는 어두운 내면에 달아 놓은 문학적 확성기와 같다.
살아서는 할 수 없었던 말이 문학적 상상력의 힘으로 태어난 귀신 이야기 속에 고스
란히 담겼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라도 사회의 모순을 뼈아프게 들추는 진실의 음성
에 귀 기울이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바로 이 '불편함이 귀신 이야기가 형성하는 공
포의 요체다. 그리고 역설적이게도 그렇게 형성된 공포는 당대 사회의 건강성을 반
영하는 지표가 된다. 그것이 화들짝 놀라는 단발성 공포의 형식일지라도, 전율이 발
생하는 바로 그 순간만큼은 사회의 그늘을 들추는 불편한 진실과 목도하게 된다. 그
래서 공포의 순간은 차라리 신성하다. 섬뜩하고도 빛나는 여자 귀신들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무수한 현실적 장벽 속에서 그들의 은폐된 목소리를 전파하기 위해 '이야기'
라는 건강한 어둠의 경로로 끊임없이 존재증명을 시도하는 것이다. 사회의 모순이
엄연히 존재하는 한, 귀신 이야기는 불멸의 공포 장르, 비극의 파토스로 살아 있을
것이다.

처녀귀신들은 조선 시대 최약자들로 범죄의 대상이 되기 쉬웠고, 
억울한 모함을 당했을 때 현실에서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기 어려워 
자살한 뒤 원귀가 되는데,
이 원귀들 자체는 이승과 저승 경계선의 난민 같은 존재이고 
이런 슬픈 사연들이 묻히지 않고 이야기로 전해지는 것 자체는 건강한 일이라고 것, 
또 한자로 쓰인 야담집은 생산과 소비가 당시의 사대부들이라는 점을 주의해서 읽어야 하며
처녀귀신들이 관원을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은 정의 구현이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관원들의 유능함을 보여주려는 관점일 수도 있음을 짚어주는 게 신선했다.   

남자귀신들이 대부분의 죽어서도 가장의 도를 다하려는 어른이거나
죽은 뒤에도 벼슬에 오르는 반면
거의 모든 여자귀신은 처녀귀신들이며  
가부장제에서 충분히 보호 받지 못한 존재들이라는 점도 대비되는데 
기록으로 남은 거의 모든 귀신얘기들을 통계 낸 부분도 재미있다. 
 
가장 약했던 존재들이 
죽어서야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건
현실에서의 제약을 반증. 

반복되는 부분이 많지만 
그냥 가볍게 여길 법한 전설의 고향의 기원 찾기를 넘어선
실한 귀신이야기 해설집.

마티|Marty|1955

 


내사랑 못난이 가사 중 '누구나 말리는'을 들을 때면
웬 오지랖? 했었는데 
여긴 진짜 그런 친구들이 나온다ㅋㅋ
지들도 오징어면서 
참 당당한 동네 한량들.
갑자기, 헤어질 결심에서 산오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자들은 저런 쓰레기들이랑 왜 자주는 지 모르겠다-였나, 아무튼 ㅋㅋ

내사랑 못난이 가사를 이 영화 보고 썼나 싶은 줄거리.
반세기 전 영화 지만
8-90년대 한국이라고 해도 믿어질 법한 
정감-이라는 이름의 악랄한 오지랖-넘치는 미국이 오히려 신선했다. 
결국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해피엔딩이고
마티도 꽤 마음고생 했다고는 하는데 
그 시절에도 
못생긴 남자는 연애는 못할망정 놀 여자는 충분하며
못생긴 여자를 불쌍히 여길 여유 있는 형편이구나. 
첫 데이트 때 
한국으로 치자면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 같은 걸 쉬지 않고 떠드는 마티를 보면서 
아이고, 또 상처 하나 더하겠구나 했는데 
와, 그걸 다 들어주고 심지어 너무 즐거웠다는 여주인공
-못생기면 착하기라도 하라는 억울한 교훈ㅋㅋ 
--생각해보니 마티도^^

여섯 개의 시선|If You Were Me|2003

 


그녀의 무게|임순례
취업을 앞 둔 실업계 고3들이 다이어트와 성형수술로 치열하게 취업 준비를 한다. 
진짜 같은 상황들이 펼쳐져서 더 웃음이 나던. 
마지막 쿠키 같은 장면들까지 깨알 재미.
지금은 면접에서 저렇게 대놓고 묻는 회사들이 줄었을 것이고
학교에서 교사들도 저렇게 편하게 다 까놓고 말하는 게 줄었긴 했을 테니
그나마 표면적으로는 변한 게 맞지만
크게 보자면 이제는 성별과 나이를 떠나 모두의 준비 단계가 되었다는 점에서
더 악화된 걸지도.
 
그 남자의 사정|정재은
원래 하려던 얘기가 맞는 지 모르겠지만
엄격함이 곤경에 처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섬뜩함이 느껴졌다. 
미래 같은 설정인데 정작 나에게는 친숙한 공간이라 좀 더 기괴했달까^^
오줌싸개 아이가 소금 얻으러 다니는 것 뿐인데 
그 속에서 이런 이야기라니...제일 예상을 많이 넘어간 이야기.

대륙횡단|여균동
18년 만의 외출, 음악감상시간-웃을 상황은 아닌데 제목 때문에 엄청 웃음^^
뭔가 기발함도 있지만 어딘가 불편해서 여균동일 줄 알았다.
이야기로만 보자면 이 여섯 편이 다루는 현실 중 
표면적으로도 가장 변하지 않은 현실.

신비한 영어나라|박진표
불편을 따질 것도 없이 이건 그냥 박진표 영화.
좀 끔찍했다, 적나라한 수술장면. 
한 때 이러던 시절이 정말 있었지. 
이 점에 있어서는 반기문 총장이 큰 일 하나 했지.
수준 높은 언어 구사 능력에서 중요한 건 내용이라는 걸 알려준 점.
깨알 목소리 출연 류승수

얼굴값|박광수
좀 의외였다, 박광수의 영화라는 게.
결말은 좀 재미있었지만 대사 의존도가 높아서 좀 아쉬웠던?
지진희와 정예연 출연.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박찬욱
이게 실화라니 믿어지지가 않는데 
불운에 불운이 겹치다 보면 또 절대 안 생길 일도 아니라서...
보는 동안 미안해진다. 
게다가 찬드라 씨는 욕 한마디 안 하게 평화로운 표정이라서 더더욱.  

경아의 딸|Gyeong-ah’s Daughter|2022

 


겪은 시간과 사건과 극복경험의 수가 
성숙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이렇게 대비시켜 볼 생각을 못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정말 몰라서 일수도 있는 거. 

울타리라고 생각했고 
진심으로 울타리가 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던 경아와
겪어본 적 없는 재난을 꿋꿋이 버텨가는 연수.
연수의 성숙이 기특했다. 

범죄자 처벌이 정의실현의 완성이 될 수 없다는 걸
피해자의 걸음을 따라가며 보여주는 속도가 좋았다. 
떨어져 있지만
이제 한 걸음 씩 다가가게 될 거고
이렇게 시작하는 새로운 관계는 
더 든든할 것 같다. 
태어나 보니 엄마, 
태어나 보니 딸이었던 관계보다... 

그런 걸 왜 찍니
알고 찍었니
...로 시작하는 경아의 안타까움은 
그냥 뉴스를 보는 사람들 보다 당연히 더 진심일 것인데도
이렇다면
정말 이건 해서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하는 말.
다시 한 발을 내딛는 연수에게도
그리고 연수 아닌 많은 다른 연수들에게도 
힘이 되는 이야기면 좋겠다. 

누군가를 세상으로부터 숨게 만들면서 
누군가는 홧김에 온 세상에 뿌릴 수도 있고
아무렇게나 지껄여 대면서 보기도 하는 
이 수치의 불균형은 
대체 어떤 뿌리에서 난 걸까.

앵커|Anchor|2022

 


비교적 초반에 중요한 단서를 찾았다고 좋아하며 
이거 너무 무리 아니야...했는데 
똥촉이었다^^

오랜만의 천우희에 이혜영에 신하균까지 연기 보는 맛이 쏠쏠했지만
결말은 데우스엑스마키나로군요^^

다시 보면 아마도 많은 단서를 흘려줄 것 같은 이혜영

A.I.|Artificial Intelligence: AI|2001


각인 중


맞춤 옷 같은 주드 로

과거에 만들어진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그런 날이 정말 올 것처럼 그럴듯한 가정이다. 
도시들은 잠기고 
산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인간의 개체 수 조절을 위한 출산 허가제를 실시하는 시절,
허가 받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수퍼토이, 인공지능 아이.
인공지능이 가장 구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기능적(^^) 사랑이 아닌) 
인간으로서도 이상에 가까운 사랑을 목표로 하는 과학은 
곧 날개를 다 태우고 떨어져 버릴 것 같은 비극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처음 발표자리에서 했던 그 도덕적 질문
-그럼 인간은 그 사랑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
그 질문을 미뤄버린 기술의 발전은 결국
피조물에 그 미완의 숙제를 짐으로 얹고 끝난다. 

영화에서도 등장하지만
이건 인공지능과 접목시킨 피노키오의 이야기. 
부모와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인간 아이라면 결코 겪을 수 없는 긴 시간의 기록이다. 
 
누군가의 못다한 사랑이 가득한 인공지능 아이, 데이비드
출산을 제한하고 있는 상태에서 필요한 아이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한다는 건 
충분히 상상가능한 사업의 영역인데 
이 아이를 보고 있을수록 
이런 특성은 부모에게 더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다. 



인공지능 피노키오의 오딧세이라고나 할까. 
엄청 흥행하지는 못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구석구석 예의바른 스필버그는 거장이 맞구나 싶었다.  
다시 보니 
이 어린이는 메카 데이비드와 대량생산형 데이비드의 1인 2역-하...

더 파더|The Father|2020


그동안 내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치매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소재였다면
더 파더의 치매는 눈이 번쩍 뜨이는 놀라운 이해의 순간을 던져주고 갔다. 

눈이 부시게-를 볼 때도 
조금은 더 잘 알게 된 것 같다고 생각했었지만
더 파더는
치매증상이 가장 두려운 건 
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 증상을 겪고 있는 사람이란 걸 
확 와닿게 해준다. 

내가 익숙해질 만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세상과 가족과 경험이 
어느 날은 다 거짓이 되고
심지어 그 두려움과 공포를 다 표현해서는 더더욱 세상과 멀어질 뿐이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니. 

익숙한 것들을 기억하지 못하고 
새로운 것은 더 이상 저장되지 못하여 
알던 것들이 흔들리는 것
죽음이 무로 돌아가는 과정이라면 
이건 그 다리 쯤 되겠지.
그런 와중에 기억하고 싶은 강렬한 것들은
의지로 남을 수 있게 되나 보다.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2017

 

이 두 분은 이 정도 거리가 좋았을텐데...
욕망도 목숨을 구할 수 있다.
 

어떤, 예감에서 였을까, 그런 일기를 쓰기로 한 건. 
일기는 원래 솔직한 거 같지만
어느 정도까지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생관까지 걸려있는 결정일 수도 있다. 
수정한 흔적까지 남기겠다고 시작한 일기였지만
자신도 알 수 없는 자신의 변화는 그냥 혼돈으로 남을 수 밖에.

이미 큰 불행을 겪었고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만
톨러는 어딘가 수도자 같았는데 
다 아는 척 하지도 않고 가르치려 들지도 않으며 대화하고
그 대화를 곱씹어 더 나은 건 없었을 지 찾아보면서도  
즐거움을 느낄 만큼은 지혜롭다. 

그 균열이 오는 건 
울타리 속 성직자를 현실로 끌어내는 한 부부.
남편은 삶의 태도를 
아내는 숨겨진 욕망을 자극한다.  
-사실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나올 때부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긴 했지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은
이루지 못한 꿈을 떠올리지만
톨러는 성직자 답게 스스로 결정한 정의를 향하고 싶어했고
그건 욕망에 좌절된다. 
하지만 그 좌절이 무기력이라기보다는 
인간의 한계를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박물관 안내자 같던 삶이 
인간 세계로 뛰어드는 마지막.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을 때 
정리하고 준비하며 마무리하는 것보다 
그냥 마지막 날도 그런 날들처럼 살아가는 모습이 더 멋있기는 한데
그냥 평범한 남자처럼 말고 
톨러 버전의 좀 더 신선한 선택은 없었을까-생각했다. 
(물론 안 떠오름^^)

에단 호크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이렇게 연기 잘하는 지 몰랐다...

해어화|LOVE, LIES|2015


해어화가 말을 알아듣는 꽃이라며 어려운 수련을 독려해놓고 
정작 재주가 무르익은 제자에게
꽃값을 받는 처지라고 일갈해버리는 전문가는
어떤 자부심으로 그 일을 계속 하는 건지.

그런 성격이면 친구 되게 많을 것 같은데
뾰족한 연희 어디에 끌려서 그렇게 헌신적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 성격이면 흑화하기 전에 한 번 물어나 봤을 것 같은데 
둘 다 안 보고 살 생각도 아니었으면서 왜 그랬는지도 잘 모르겠다. 

아직 낯선 정가를 좀 더 들어볼 좋은 기회.
여전히 패왕별희가 먼저 생각나는 노래풍이긴 한데 
처음엔 너무 티나는 립싱크였지만
마지막 그 노래-한효주의 정가솜씨는 좋았다.


헤어질 결심|Decision to Leave|2021

 

박찬욱 멜로-나는 찬성^^

일요일이라고 살인사건 안 나는 거 아니라니
살인사건으로 만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지 못할 것도 없겠지^^ 
그렇게 시작됐지만 
오랜만의 설렘을 놓지 못해 
끌리자마자 거침없이 뛰어드는 평범한 불륜이 아니라서 좋았고, 
해준이 
욕하고 때리고 실적에 눈 먼 경찰이 아니라서 좋았다. 
사랑으로 갑자기 딴 사람이 되는 것보다 
살던 대로 연애하는 게 훨씬 그럴듯한 거니까. 
둘의 고백과 서로에 빠지는 과정의 번역음성은 
차마 꺼내지 못한 말을 전해 듣는 것 같아 더 속마음 같기도 했고
처음엔 어색하게 들렸지만 뜻을 생각하면 오히려 독특함 될 법한 표현들도 좋았다. 
제목과 포스터의 매력도!

서래와 해준 뿐 아니라 자칭 쓰레기인 산오의 연애담 까지 
사랑은 어디나 있고,
진심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얘기를 
안개를 뿌려서 파도에 실어 보내주는 낭만적인 찬욱씨. 

여자는 사랑에 모든 것을 걸고 
남자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자기가  한 짓으로 붕괴된다는 게 
이 연애에도 한계인 것 같았지만......

서래는 자신의 인생을 맘 가는 대로 풀었지만, 
끌리는 사랑에는 끌리다 멈췄고
지키려던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도 놓친 해준에게는 
남은 모든 것이 미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노력하며 산 사람인데 좀 가혹하기도 하고.  
산에서 서래가 다가올 때 해준의 표정은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얼굴이라
차라리 그때가 더 행복한 결말일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랬다면 그 둘 만의 고백이 오갈 수 없었겠지.

내내 서늘하던 음악이 
마지막 바닷가에서는 
둘의 서사가 흘러가는 듯해서
이 둘의 이야기도 많은 사랑이야기들 중의 하나가 되는 것 같았다. 
탕웨이와 박해일과 박찬욱의 조합을 들었을 때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의 영화. 
강렬한 이미지와 특유의 유머가 짱짱하게 살아있는 
깊은 멜로. 

예전에 박찬욱이 어떤 인터뷰에서 
잔인해서 싫다길래 잔인하지 않은 영화(사이보그지만 괜찮아)를 찍었더니 
사람들이 더 안 봤다고 얘기했던 기억이 나는데 
진짜 왜? 이렇게 재미있는데...
암튼 난 박찬욱 멜로 완전 찬성!

박해일
그냥 딱 한 마디 뿐, 해준 씨는 진짜 좀 괜찮은 사람.
박해일을 이렇게 다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PS. 고운 손 얘기가 나오니 살인의 추억이,
불면증이 나오니 연애의 목적 생각이 안 날 수 없었다^^

탕웨이
압도적인 분위기 속에 천진함까지 맘껏 펼치는 서래는
사실 탕웨이라서 서사에 아무런 의혹이 들지 않았다^^



갑자기 또 생각나서 유튜브를 찾았다가 백만 리뷰를 압도할 알찬 영상 발견
-대화가 되게 재밌기도 하고, 영화가 또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잡힌 표정이 예술^^

수사와 연애가 반반이 아니라 100씩 200이라는 표현은 공감 되고
자부심이 무너지는 게 죽는 것 이상 힘든 사람도 있다-를 못 봤는데
생각해보니 해준은 표현이 많지 않은 사람 치고 비교해보면 서래에겐 특별했지.
그런데 서래는 그렇게 비교해보지 않고서도 찰떡같이 알아들었던 거구나...

인터뷰를 보다 보다 문득 
이렇게 섬세하게 영화를 만들고 그 강렬함에 다 묻어버리지 않는 
헤어질 결심이야말로 박찬욱에게 더 잘 어울리는 목소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본인이 아직 남은 복수가 있다면 어쩔 수 없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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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영화를 또 봤다.
리뷰를 보고 나서 영화를 보는 건 처음 느낌을 뺏기는 기분이라 별론데
왠지 그 파도를 좀 더 즐겨주지 못한 게 엄청난 손해 같아서 도전.
근데 아무리 봐도 심장을 잃은 남자 같이 보이지는 않아서 
이건 정서경 작가에게 낚인 걸로^^
다시 보다가 재미있었던 부분은 취조장면.
거울에 두 사람이 비쳐서 
두 사람의 좌우가 네명처럼 자리잡고 있는데 
카메라는 얘기하는 사람과 듣고 있는 사람의 거울에 비친 모습에 포커스를 주고 있었다. 
다 보여주면서 촛점을 잡아주는 재미있는 장면.

2022 포레스텔라 전국투어 콘서트 - The Beginning : World Tree in Goyang


라이브 잘하는 그룹에게 라이브를 잘했다고 하는 게 칭찬이 될 지 모르겠는데 
오늘 단 한 곡도 컨디션 나쁘게 들린 곡이 없었고 
음향 거슬린 적 한 순간도 없었고
Inner Universe, calling now에서 소름, 
(공연 때 노래에 홀려서 몰랐는데 뒤늦게 유튜브에서 본 빨간 세계수는 탯줄 같은 느낌)
For life, for life에서 눈물 쪼끔, 
나도 모르게 헉-하면서 들은 게 한 두 곡이 아니다. 
특히 오늘 강형호 소프라노는 정말...너무너무너무다!
그 중에서도 나 가거든-나도 모르게 턱이 툭 떨어짐.

드디어 기다리던 멋진 포레의 곡 Save our lives를 들었고 
전보다 길어진 것 같은 Voice-또 듣고 싶다. 

오늘 솔로곡들도 다 한 개성하는데
고우림의 Remember
자기 소리를 펼쳤다고나 할까. 
다른 솔로곡들에 비해 흥이 덜하다고 본인은 아쉬워하지만
가수 고우림의 매력이 물씬물씬.

배두훈의 There's Nothing Holdin' Me Back
아주 그냥 노래와 춤이 섹시미 철철
이 노래는 그냥 배두훈 노래인 걸로^^

전에 비해 대중화(^^)의 길을 택한 강형호의 Teeth
몇 번 뛰고 나니 홀랑 끝나버려서 너무 아쉬웠다. 
뒷부분 그냥 계속 불러줘요^^

그리고 충격의 조민규 Wakawaka
덥고 힘들 것 같지만 이 곡은 조민규의 힐링송 아닐까.
순식간에 밍교주로 무대를 휩쓸어버리는데 
쉽게 끝나지 않는 흥이 너무 이해 돼.
게다가 자칭 몹쓸 골반이자, 뚝딱이는 춤을 본 게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지금은 춤을 잘 춘다고 얘기해도 거짓말이 아닐 것 같다. 
사람이 노력만으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초고속 카메라로 지켜본 기분이랄까. 
보면 따라하게 되는 와카와카 매직.
게다가 배경은 너무너무 귀엽다!

오랜만의 All the kings horses 편곡이 바뀌어서 비트가 약해진 게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불러줘서 너무 좋았고, 
어제 강형호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오늘은 정말 더 노력했다고 했는데 
운 좋은 나를 기뻐하자^^

아, 맞다!
오늘 Shape of you랑 와카와카 후기(^^) 때 넷 다 댄스스텔라-완전 신났다!
숲의 노래 때 비디오 보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영화 코멘터리 보는 기분^^
그리고 지금까지는 댄스팀들이 노래의 시선을 뺏는 거 좀 반대였는데 
이번 공연의 춤은 시선을 끌려하기보다는 곡의 느낌을 살리며 잘 섞여서 
오히려 춤을 보게 되기도 하는 신기한 경험을 선사.
그리고 아주 작은 차이지만 인상깊었던 자기 소개.
강형호가 테프라노, 소프라노, 컬러, 가수를 거쳐
그냥 포레스텔라의 강형호라고 자기소개를 했는데
왠지 멋졌다(이어 조민규와 배두훈도 그렇게 소개했지만).
이제 다른 말은 필요 없는 거 맞아요^^

무엇보다 좋은 것-이제 커버곡에 버금가는 노래들이 드디어 생겼다는 것. 

PS. 오늘 민규어 해석 안해준 거 안 까먹고 있다규!
PS2.공연 후유증-아무 장면이 막 떠오르면서 수시로 실실 웃음이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