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이 두 주연을 다 차지했던 '피도 눈물도 없이'가 벌써 18년 전 영화인데
걸캅스는 둘이 경찰이란 거 빼고는 오히려 뒷걸음질 같은 느낌이다.
살아남기 위한 직장생활을 갑자기 인지상정으로 뒤집은 박형사,
특히 팀 내 다른 선배 형사들을 다 오징어로 만들어 버리던 정의감까지 과격하고
애초에 방향성도 없었다가 갑자기 각성하는 조형사는 좀 쌩뚱맞았고,
평소에 욕 잘하다가 막판에 웬 순화버전 십탱아도 뻘쭘하고,
이미 연대감은 확인됐는데 마지막에 굳이 눈빛을 주고 받는 건 좀 과하고...
코미디 영화의 흔한 빈 칸은 변함 없이 이렇게 등장한다.
그게 여주인공 둘이라는 이유로 더 근사해보일리도 없지만
비슷한 코미디 영화들에 한 참 못 미친 흥행 수준 만큼만 욕먹는 게 맞다.
제일 아쉬운 건 N번방 범죄의 전조를 이렇게 보여주고 있는데도
그 범죄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은 전혀 끌어내지 못한 것.
아무리 코미디라도 진짜 힘없는 영화다.
불법이 아니면 범인을 못 잡는 흔한 형사들이
이번에는 근무시간에 수시로 이탈까지...
그러고도 표창을 받으면 아무나 근무시간에 나가서 좋은 일 하고 돌아오자.
그래서 여자형사 기동대들은 시대와 함께 그냥 해체되어버렸다는 거?
궁금한데 안 알려준 것도 불친절.
근데, 웃겼다^^
엄청 꼼꼼하지도 엄청 기발하지도 않은 이 영화의 웃음의 비밀은
다른 코미디 영화를 볼 때와는 다르게 웃기는 듯 했으나
결국은 비슷한 방식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터졌다.
여자주인공 많아 봤자
단순하게라도 일관성을 지키는 건
소신이 연애사에 까지 이르러 항상 '형이 거기서 왜 나와'를 시전하던 윤상현 뿐이었고,
영화 한 편 분량의 욕을 몰아준 한 사람이
하필 샤방의 대명사 걸그룹 출신 수영이었다는 것(수영의 연기력도 이전에 비해 일취월장),
웃기려고 안하는 것 같은데 웃긴 장면을 만드는 라미란과
그에 밀리지 않는 이성경의 조합도 괜찮았다.
(꽤 얘기 나올 법 한데 둘 사이의 서사는 없고 그냥 윤상현 잡을 때만 의기투합 하는 게 좀 아깝긴 했어도...)
안재홍과 하정우의 짧지만 성심성의가 보이는 출연에
좀 게을러 보였어도 반가운 성동일(쫌-실망입니다 ㅋㅋㅋ)도 볼만했고.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양도 질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걸 알려준 것이었다.
대박 코미디 영화들은 대부분 여자캐릭터들의 수가 적거나 보조적이거나
'어머니'와 '여편네'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 때문에 지적받았고
코미디를 뭐 그리 심각하게 보냐는 핀잔이 많았음에도
다음 코미디 영화에서는 조금씩 나아지려는 노력의 흔적이 조금씩 보이는 중인데,
이 영화는 그 상황을 간단하게 반대로 뒤집는다.
누가 해도 아름다울 리 없는 욕이나 폭력은 다른 코미디 영화만큼 나올 뿐이고,
코미디 영화에서는 흔한, 당하면서 웃음을 주는 캐릭터가 등장한 거지만
중요한 여자캐릭터 수를 늘려 다양해졌다.
걸캅스는 해방감의 화살표를 바꾸려는 실험을 한 척 했지만
그 건 다른 많은 오락영화들이 (캐릭터 외에)비판받는 지점에서 벗어나지 못했기에
방향을 가진 도전이라고는 부를 수는 없다.
하지만, 코미디의 기본전략인 익숙하던 것들을 뒤집기는 했다.
그것도 아주 단순하게 갯수로.
이게 콜롬부스의 달걀 같단 생각이 든다.
알고 나면 쉬운데 처음이기는 한.
그래서 다른 코미디 영화의 여자캐릭터들이 불편했던 사람들과
그 영화들을 전혀 불편함 없이 즐겁게 봤던 사람들이
불편함의 자리를 바꿔앉을 법도 했을 듯.
PS. 부당거래를 생각나게 하던 마지막 대결 장면에서 마동석 캐릭터가 좀 새롭게 등장했더라면
주인공을 여자로 바꾼 걸로 충분하다고 만족해버린 건 아닌지-하는 의심이 덜 들었을 지도.
걸캅스|Miss & Mrs. Cops|2018
그냥 웃긴 장면^^
윤상현의 찌질은 언제봐도 성공률100%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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