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The Favourite|2018


개운하게 막 웃김^^

배수진을 친 사람을 이기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하지만 승리자의 우승컵이래봤자
좀 좋은 옷 입고 좀 더 높은 주인을 모시는 하녀임을 도장 찍어주는 꽉 막힌 결말로
딱할 것도 미워할 것도 없이 개운하게 끝났다.

욕망의 화신이라고 하면 뭔가 큰 걸 바라고 그걸 위해 소중하고 아름다운 뭔가를 계속 잃어갈 거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아비가일은 할 수 있기 때문에 만만한 라이벌에 계속 도전하는 일상적인^^ 모략가라 신선했다.
결국 원하는 건 얻었지만 이게 그건가...하고 있을 것 같다. 
사라를 찾아오기 전의 삶도 너무나 궁금하네-드라마로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언뜻 조디 포스터의 얼굴이 떠오르는 엠마 스톤-영화를 잘 고르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사라의 실패는 당연히 내 맘을 알아줄 거라고
내가 생각하는 만큼 상대도 당연히 굳건할 거라고 생각하는 무뚝뚝한 연인들의 경우와 비슷하다.
말 안하면 모르고 때가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게 당연.
하지만 계속 전쟁을 원했던 건 정말 돈? 혹은 완전한 승리? 이건 확실히 모르겠다. 
이렇게 또 한 번 구경하는 남의 나라 국정농단-남들은 봉건시대 본 걸 우리는 21세기에 겪었네...

처음엔 미친 건 줄 알았는데
그냥 상처 많은 아이였던 앤.
웃는 남자에 등장해서 그윈플렌에게 작위를 주기도 하고 내쫓기도 하던 그 변덕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올리비아 콜맨의 수상소감을 먼저 봐버렸는데 그 멋진 수상소감보다 강렬한 연기였다.
변덕스럽고 신경쇠약 같은 심리묘사 뿐 아닐 마비증세라는 물리적인 표현까지
성깔부리는 허수아비이자, 11명의 아기를 잃은 상처에서 한꺼번에 피가 터져나오는 고통에 비명지르는 부모의 모습으로도. 

요즘 영화 다 그게 그거지 소리가 쏙 들어가는 신선함.
조악하고 진지한 화장, 정체를 알 수 없어서 더 그럴듯한 춤 등 진짜같은 느낌이 살아있으면서도
화장에 연연하고 비선을 찾아헤매는 귀족남자들
사격장에서 심리전을 펼치며 우격다짐하는 여자들
진짜 한심해 보이게 연출된 귀족들
전쟁같은 구애
그 니콜라스 홀트의 멀쩡한 얼굴이 한 번도 안나오는 등
의도적일 게 분명한 새로운 배치도 재미있었다.
그래도 제일 웃겼던 건
아비가일 충격의 첫날밤 ㅋㅋㅋㅋ

개봉때를 놓쳐서 아쉬웠는데 아카데미 수상과 함께 돌아왔으니 올리비아 콜맨 한 번 더 칭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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