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2017

------------1, 2회---------------------------------------------------------------------
감정이 없는 검사가 주인공이라니
칼 같은 수사로봇 정도를 상상할 뿐이었는데
어떤 상황에서든 화도 안 내는 모습은 예상 밖의 멋짐~
그런데 오늘 황시목이 언성을 높였다.
그건 감정이 아니라 뭐였을까.
말아톤 이후로 청초함이 사라지고
어딘가 황폐미(^^)도 풍기는 조승우인데
조분조분한 말투와 풍부한(?) 무채색의 감성을 신비롭게 시전한다. 
침묵취조장면에서는 새초롬함도 약간 살아난 듯^^

기대하던 배두나는 정말 1회 부터
넘치는 기쁨이다.
추적씬에서 달려갈 때 입 꾹 다문 모습에서 플란더스의 개 영화스틸이 생각났다.
열심히 뛸 때 원래 그런 표정 나오나 봐^^
개 시체 보며 중얼거릴 때도 그렇고
형사 배두나 너무 멋있다.
첫 회에서 구두 신고 뛰길래 약간 실망했는데
금방 운동화 제대로 잘 갈아 신고 나왔다.
디테일 하나 까지 여배우의 폐단을 보이지 않아서 급이 달라 보이는. 
감성적인 형사라면 오지랖에 설레발 범벅 투성이들이 대세였는데
한여진은 뭔가 많이 새로운 모습일 듯.
정성껏 그지 같이 그림 그리는 것 포함^^

2회 현장 블랙박스 주인의 황시목을 향한 한 마디
: 저 양반도 참..어디 가서 이쁨 깨나 받겠네...
다시 보다 빵터짐-내가 꼭 이뻐해 줘야지^^

------------3, 4 회---------------------------------------------------------------------
황시목을 국민쌍놈으로 만든 비밀의 숲 버전 '그것이 알고 싶다'
귀에 익숙한 '그런데 말입니다'나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속에 담긴 의도성 표현을 느끼면서
주제에 따라 사람들이 열광하기도 하지만
이런 전개가 의외로 언제든 무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달았다.
그걸 바라보는 황사목의 평화롭고 착찹한 표정 ㅋㅋ은
또다시 냉혈한 버전의 풍부한 감성을 보여준다.
감정이 묶인 캐릭터 안에서 조승우는 아마도 극기훈련 중^^
근데 차는 어쩌고 그 밤에 핑크보따리까지 들고 포장마차 앞을 걸어갔을까..?

근데 3회의 명장면은 이 분

저게 미쳤네


저 놈도, 저 xx도 아닌, 혼이 담긴 빡침이다 ㅋㅋ

뭐 먹고 자라면 사람이 저렇게 되냐-한경위 다운 대사. 
배두나는 어떤 대사보다는 대사 앞뒤 까지 연결된 장면으로, 인물로 뚜벅 뚜벅 걸어 들어오고 있다.
황시목의 사랑과 살인에 관한 질문과 서론에 
콧구멍 만개한 콧방귀를 시전할 때나
느닷없는 박무성 모친과의 애정씬을 펼칠 때 모두 사랑스럽다. 
나오는 모든 장면 자연미가 철철-더 많이 나왔으면.  
오늘은 패션감각이 너무 뛰어나셨던 관계로 약간 실망됐지만
근신 중이어서 멋 부리고 나온 걸로 ㅋㅋ
동료 형사와 둘이 나오는 장면도 쫌 맘에 든다. 

4회의 명장면 '사망하셨습니다'
의학적으로 감정이 제거된 남자 황사목은 냉혈한의 표준을 세우고 있다.
앞으론 곤히 낮잠 자는 사람을 깨운 사람
낙심한 후배를 포장마차에서 외면하는 사람
와병중인 대선배 문병도 안가는 사람
옛 친구들의 팩트폭력에 분노하는 사람은 냉혈한만도 못한 인간 ㅋㅋ

------------5, 6 회---------------------------------------------------------------------

# 최선을 다해야죠, 목격자든 아니든.
박무성의 절대무기였던 희생자 김가영을 응급처치하는 의사.
잠깐 지나가는 인물이지만 그 한 사람이 이런 인물이라는 게 좋았다.

# 답이 아닙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 이창준을 대하는 황시목의 자세.
막강한 힘을 넘겨받을 확률이 99%라는 상사에게도 

원포인트 레슨을 마다 않는 황시목의 상식적인 지적이었지만
현실적이게도 답변은 싸다구^^

아무리 모두를 의심하라지만
그래도 황시목과 한여진은 아닐 것 같아서
의심할만한 상황임에도 별 의심하려 들지 않는 한여진의 물음표는 별로 긴장감이 없었지만
대신 영은수의 자백이 극적인 역할을 담당.

영은수의 자백을 심문으로 받는 황시목은 반응표정이 풍부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자기감정의 표현은 없지만 반응감정을 시작으로 슬슬 감정선이 살아나는 중?

# 그래도 그 쪽은 제보라도 했죠. 댁은 뭐 했습니까?

# 우리끼리...
황시목이 (아마도)난생 처음 동료를 만나는 순간.

조폭을 연상시키는 6회의 엔딩.
형사부가 수장을 배출했다는 말은 우리 부족에서 장수가 났다는 말처럼 들렸고
거기에 조폭스타일의 인사라니.
저렇게 사느라 돈독해지는구나.

------------7, 8 회---------------------------------------------------------------------

수장의 탄생과 이어지는 동문회 얘기는 패거리즘의 극대화이다.
직장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일부를 소외시키는 방법-저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 말고도 스트레스가 참 다양하겠다 싶다.
검사장된 기념으로 명품지갑을 잡아 찢던 이창준-냉정하고 깔끔한 성격을 보여주는 동작이다.

미행에 미행이 꼬리는 무는 반전 상황 덕에
이 대단한 추격전을 별로 조마조마하지 않으며 봤다.
근데, 뭔가 알고 있다는 게 좋으면 이기적이라는 영은수의 말은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다.
설마 핑크핑크인 거?


서동재 무례, 폭력성, 비양심을 앞지르는 그의 능력은 바로-연기력^^
악의는 알겠지만 무슨 검사가 그리 훌륭한 연기력까지?
오히려 적당히 긴장한 듯한 영은수의 연기력이 그럴듯해 보인다.
 
달려가는 이야기의 쾌감 뒤로 등장한
폭력배 경찰, 모사꾼 검찰을 보는 건
아직도 이 모습이 먼 과거만을 아닐 것 같아서 우울했다.

# 검사님이 희생양이 돼 주시죠
# 서검사 주변의 변고를 지켜 보겠습니다
이쯤 되면 황시목은 나의 이상형 ㅋㅋㅋ

#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귀찮음은 별도로.
혹시 이것은 무의식 중 고백이었을까 ^^

# 잠깐만. 
박경환의 폭행상흔을 본 한여진의 한 마디-단 세 글자에 울컥했다.

# 난 이게 더 안돼요, 받아들이는 게. 
울다 부은 눈부터, 제어할 수 없는듯한 울먹이는 목소리, 불규칙한 호흡까지...따라 또 울컥..

# 흉악범 취조하다 맞았다고 해.
심지어 그 현장을 다 봤으면서도 이렇게 후배를 대하는 쿨한 황시목.
역시 말 한 마디로 만냥 빚을 진다는 무감의 명불허전

무려 뇌구조그림에도 '마음'을 그려 넣었던 오지랖 한여진과
그 마음을 기억했다가 이창준에게 되묻는 황시목.
사건 따라 달리기도 벅찬 와중에
이렇게 살뜰하신 작가. 


# 뉴스 보고 아시겠죠.
이제 황시목의 뇌구조를 파악해버린 한여진은 이 정도의 무감한 대사쯤에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모두의 신경이 팽팽하게 맞서는 극 구석구석을 
제 할일 다하면서, 오바 하지도 않으면서 나사를 풀듯 인간미를 풍기고 돌아다니는 한여진의 배두나.
볼 때 마다 기분 좋아진다. 

# 아닌데요.
귀요미 황시목은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니까^^
약간 슬랩스틱 같기도 한 귀여운 포장마차씬의 매력. 

미니 다중이의 면모를 보이는 영은수-신혜선은 듬직한 배우로 쑥쑥 크고 있는 듯.
근데 황시목에게 그 노래를 보낸 뜻이 대체 뭐?

잠깐씩이지만 등장할 때마다 인상 깊은 표정을 남기고 있는 박경완. 
구치소에 들어갔을 때, 할머니와 만날 때 
평범한 사람들이 느닷없이 겪는 불행 앞에서 그럴 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9, 10 회---------------------------------------------------------------------  

# 구속은 이걸로도 충분조건이다. 특임은 길다. 여죄는 남기지 않겠다-라고. 
아, 거래는 없다 라고도 하셨는데.
댁에 가 계시면 구속영장 나올 겁니다. 외출은 삼가시고.

감정이 있는 인간으로서 황시목의 후예가 되신 윤과장 이규형.
처음 등장부터 머리 한톨 흐트러지지 않은 부담스런 헤어스타일의 소유자였는데
특임에서의 강단 있는 모습은
아무리 들은 말을 전하는 거라 쳐도 힘이 있었다.
하나 둘 매력이 꽃 피는 특임팀.


# 왜요, 오빠. 난 콜 부르면 안돼?
황시목 버전의 무감각 여진은 호러^^

# 그런 일도 그럴 일도 없습니다.
갑자기 훅 들어오는 황시목에 대한 감동을 능청 맞게 넘기는 여진.
여진을 따라 나가는 황시목의 보일듯 말듯한 웃음끼를 찾아서 보고 또 보고^^

# 질의권자는 진술자에게 지연사유를 고지하였는가요?
# 그 맘으로 대해, 어떻게 뭘하면 잘해주나...나한테도 좀 이 씨꺄.

무려 황시목을 매 번 당황시키는 카리스마의 부장검사 박성근.
나오는 장면마다 빠져든다-자연스러운 오만함과 집단에 대한 애착과 내공있는 투덜이가 뭉친 이 특이한 인물,
낯이 꽤 익은 것 같은데도 내가 본 출연작이 별로 없어서 이상하다 했더니
-윌리엄 허트 닮았다!

오늘의 상식-질의권자는 진술자에게 지연사유를 고지해야 하는 거구나.

무모한 영은수-민폐의 수위를 넘나들 뻔했는데 쫌 혼나고 말아서 다행이다^^
동료들은 폭행조작, 상사는 정기 미성년자 성매매 라니 
한여진은 극한직장의 생존자이자 멘탈갑이다.

볼수록 어이없는 검사네 동네.
앞동네에서는 바른생활 책 한 권 쓰실 법한 말씀을 몸에 밴 듯 하는가 하면
뒷동네 껄떡거림도 너무 자연스럽다. 
이런 세상 뻔뻔한 동네가 가능한 것은
그래도 명분은 굽힐 수 없을 만큼 괜찮은 검사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다.  
 
10회가 되도록 풀린 궁금증은 하나 없고 계속 더 궁금해지기만 하는 요망한 드라마...
진짜 마지막회가 너무 보고 싶다.  


> 재벌과 권력의 비리, 스폰서, 살인, 납치 등등.
세상의 모든 범죄 전시장 같은 드라마 속에서 같은 메시지가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검사를 못 믿으면 누굴 믿냐고, 
경찰이 달라는데 어떻게 원본을 안 주냐고.
딱히 세상 돌아가는 일에 큰 관심이 없어도 
최근 몇 년간 모를 수가 없던 검찰과 경찰의 비리를 보면서도
그들을 싫어할 수는 있지만 
무시할 수는 없는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검찰과 경찰은 이래서 제대로 서야한다고. 

뜬금, 검경수사권 조정에서 경찰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진다. 
지금까지 그렇게 조작질을 하고도 까딱없는 검찰을 두고
인권을 이유로 경찰만 손발을 묶어둔다는 건 
아무리 경찰조직이 커서 비교가 안된다 하더라도
패거리 기싸움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둘 중 어느 하나도 절대 정의가 아니라면 
둘이 힘을 겨룰수 있을 정도가 되는 게 공공을 위한 것.

또 하나는 주로 여진을 통해 보게 되는 범죄와 피해자에 대한 시선이다.
현대국가에서 국가를 대리하는 검찰과 사법부가 범죄를 처벌하는 것은
범죄를 사회에 대한 위협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때문에 피해자는 복수해선 안되며
공공을 위해 범죄를 증명하는 도구취급을 받기도 한다. 
황시목의 범죄와 범죄자에 대한 시선이 철저히 기능적이라면
한여진의 시선은 보다 근본적인 것에 닿아있다. 
국가나 사회질서가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존재했으며
그 정의감의 뿌리가 되었을 인.지.상.정. <

------------11회---------------------------------------------------------------------

# 스바라시
아마도 '그때 그 사람들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재벌, 독재자들이
특히 술자리에서 왜색을 즐긴다는 뒷얘기가 화면으로 진출한 것은.
그 다음부터 이런 일본어 장면들은 효과적인 장치가 돼주는 것 같다. 

어언 11회차에 들어서면서 드라마 속 인물들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이들을 잘 아는 느낌^^
그래서 서동재나 강부장은 이제 웃음을 담당하고 있다.
이창준 앞에서는 목이 부러져라 꼿꼿한 황시목이 
강부장 앞에서는 건성으로라도 죄송해하는 거 귀엽고 
그런 황시목에게 면박을 주면서도 추레하게 나오지 않는 강부장도 귀엽다. 

강부장은 딱, 이 정도만 해도 욕 안 먹겠다 싶은 
썩은 조직의 실무자다. 
스폰서와 밥 몇 번은 먹을 정도로 청렴숭배사상 같은 건 없고
귀한 형사부 출신 검사장 탄생에 열렬히 환호하고 그 사표에 극렬히 반대하다 
청와대 영전에 다시 궁시렁거리며 인사를 갈 정도로 뼛속까지 패거리주의자.
황시목의 내부감사를 자체진행할 정도로 못마땅해하다가도 
경찰이 들이닥치자 욕하던,
내 식구 내가 갈궈도 남이 갈구는 건 못 참는 조직인. 
그러면서도 저 정도까지 황시목의 합리적인 이유를 빠르게 납득해줄 정도라면 
괜찮은 직장인으로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서부지검과 용산서를 비교해보면 경찰들이 더 똘똘뭉침이 강한 것 같긴 하다.
팀장이 주인 무는 개의 비유를 들었을 땐 진짜 오글오글
-저렇게 생각하면서 직장상사를 대한단 말인가.....

오늘의 베스트는 한경위와 김경사.
저런 조직에서 대놓고 상급자를 까던 김경사도 나름 소신이긴 한데
그게 성차별적이라 워낙 비호감이었던 차에
말 그대로 갈겨주던 장면 속이 시원했다. 
아무리 한여진이지만 그 발끝에 감정이 좀 묻어는 있었을 거야^^

진짜 범인이 누가 되려고 마지막을 거기서 끝내는지. 
볼 때는 범인 생각 안들 정도로 푹 빠져서 보는데 
보고 나서는 범인 관련 진도가 하나도 안 나갔다는 걸 깨닫고 다시 허탈해진다 ㅋㅋㅋ  

+ 오늘 인기드라마의 상징인 '대놓고 PPL'-자동차 회사가 등장했는데 
비리 술자리에서 일본그룹회장이 이윤범에게 차를 너무 많이 팔아먹은 거 아니냐고 농담했다.
PPL낀 날이 장날 ㅋㅋㅋ 

------------12회--------------------------------------------------------------------- 

# 존재가 아니라 존재이유를 지켜주십시오.
이 정도는 돼야 패거리주의도 명분이 있는 거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강부장 멋있었다. 
볼수록 대단한 동네.
지검의 부장만 돼도 저렇게 총장과 맞짱을 뜰 수 있는 직종이라니.
그런데도 서동재는 왜 그렇게 폼 안 나는 선택지를 움켜 잡고 사는 것인지....

# 진짜 팀장님이 너한테 안 그랬어?
# 우리 아빠 칼 맞아 죽었어요. 

이건 대화가 아니다. 
서로 각자에게 중요한 말을 그냥 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순간 자신에게 너무나 중요한 진실이니까. 
이 기묘한 주고받기에서
한여진의 팀장에 대한 신뢰가 엿보인다. 

아빠가 없는 게 이런 건 줄 몰랐단
박경완의 뒤늦은 사부곡은 
다시 한 번 범죄의 상처를 후비고 갔다.
혹시 박경완 보다 훨씬 더 늦게 상처를 맞닥뜨릴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서 라도
진실은 밝혀져야 하는 것이다.

# 저게 다 얼마 같아?
조 단위 거래를 다루던 중 노인이 수레에 싣고 가던 폐지의 값을 생각한다는 것. 
수석님^^에 희망을 거둘 수 없는 이유. 

김가영을 찾아갔던 이연재,
이연재의 목격담으로 보는 김우균.
추리극이라 '누가 죽였을까'가 너무나 당연한 질문이다 보니
용의자의 수만큼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의 수가 많아지고 있었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사람을 죽인다는 것은
절박한 사람이라도
그러고 싶은 이유가 있는 사람이라도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12회.
지금까지도 감탄하며 보고 있었지만
12회의 이야기를 다루는 솜씨 만으로도
나는 열광.
생각해보면 전과 때문에 더 무거운 구형을 받은 강진섭도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죽이냐'고 항변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궁금해지는 범인들.

LCJ-살아서는 피고석에 서지 않겠다는 말이
목숨 걸고 뛰어내리고 있다는 말 같아서
말끔한 법정에 유난히 말끔하게 선 모습도
날이 선 것 같지만 고백 같이 들리던 그 말을 하는 눈빛도 촉촉했다.
단순히 신체조건 만이 아니라
이창준의 유재명은 몸도 자세도 제대로 써먹을 줄 아는 전신배우 같다.

방산비리를 언론사에 넘긴 황시목은
공명심 프리 실리추구형의 바람직한 공무원상을 보여주었고
사과하던 팀장과 장형사-멋있었다.
사과하는 사람들은 항상 용감하고 멋있어 보이는데도
여전히 힘든 일 같은 진심으로 사과하기-힘든 일이라 멋있어 보이는 건가보다...

# 다시 먹어 봐.
항정살을 목살이라고 맞추면 보통은 맛도 모른다고 구박하기 십상인데
구박은 계속 하되 무시하지는 않는 계장님의 유머감각.
진심 속상함도 느껴져서 볼 때마다 빵 터짐^^

변한 눈빛과 비밀문신의 윤과장.
아마도 박무성은 돌발적인 사고
김가영은 자신을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간 이창준에 대한 원망으로...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과연 그는 그런 사람인걸까?
박무성의 살인이 다른 범인라면
대체 김가영은 왜?
한여진이 그 순간에 들어왔던 걸 보면 윤과장의 문신을 봤을 것도 같은데....

------------13회--------------------------------------------------------------------- 
 
# 몽타주 프로그램 가져가 주세요.
너무 공손하잖아 ㅋㅋ 믿음이 부족하네요, 황프로^^

수사를 지휘하고 철저히 조사하는 여진의 꼼꼼함이 돋보인 감시카메라 수사장면 이었지만
CCTV로 보는 하루-가 생각나 씁쓸하기도 했다
-저렇게 누구나의 동선을 맘만 먹으면 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
회식날 한경위 의상이 너무 튄다.
여진은 아티스트지망생(^^)이고 '가든파티'였으니 파티의상 한 벌 쯤 자연스런 설정일 수 있고
급한 연락을 받고 달려갔으니 수사현장에 같은 옷차림으로 간 것도 
논리적으로 이상할 거 없지만
파티에서 힐 신었다고 힐 신고 뛰어가진 않았을 테니.

김경사의 파면과 팀장의 감봉.
사실 밖에서 볼 땐 너무나 당연한-가볍게도 보이는 징계인데
그걸 심하다고 받아들이는 경찰들의 반응과
역시 그 중 하나인 여진이 생경하다.
장형사의 고백과
팀장의 노련한 술수에 충격을 받았겠지만
그럼에도 다시 모두와 잘 지내겠지.
그 마음속은 어떨까?
믿음과 불신이 결정하는 매 순간 싸울까?

나날이 본인은 진지해서 보는 사람이 더 즐거운 
독특한 유머스타일을 완성해가는 계장님, 화이팅.

# 물길 터줘서 될 놈이 아니었어.
이제 알았냐?

# 잘해주는데요?
어이없게 들려서 웃었는데 잘해준 거 맞는 것 같다. 
전 같으면 나가-만 백만 번 했을 걸 오늘은 짧게라도 대답은 해줬으니까.

# 가서 지켜.
라고 결국 황시목을 받아주면서도 회전의자놀이를 즐기는 삶의 여유.
굵고 튀게 한 자리 하는 사람들 말고 적당한 자리에서 적당히 성공하며 사는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아...충격의 영은수.
아무리 생각해도 굳이 이렇게까지?
사람 죽이는 거 아무나 하는 일 아니라고 강조를 하고 있어서인지
어째 세 사건은 모두 조금씩 우발적인 요소가 있을 것 같은데
우실장의 비서와 다시 마주친 영은수가 그를 알아 봤고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검사인지 모른 채 죽인 게 아닐까..싶다.
아무리 윤과장에게 몰아 가려도 같은 직장 다니는 사람을 말도 없이 바로--는 아닐 듯.

 ------------14회--------------------------------------------------------------------- 

영은수.
참 짧고 굵게도 험한 검사생활이었다.
믿는 선배에게 늘 까이고 또 다른 선배에게 목 졸리고, 하늘같은 상사의 뒤를 캐야했던.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자기자리를 만들며 살았던 은수라서
모두에게 충격이 크다.
서동재까지도 꿈틀할 만큼.


어제는 왠지 마음이 좀 아프고 말았는데 
오늘 다시 보는 영은수의 죽음은 슬펐다.
진짜 어린양, 희생양을 보는 기분.
어둠은 빛을 이기지 못한다지만 그럼 뭐해.
싸움이 일어나면 이렇게 무방비상태의 양이 제일 먼저 희생자가 되고 마는데.

# 동료 맞아?
친한 척 다하다가 막상 일 터지니까 저 혼자 살겠다고 부하직원을 까버린 팀장이
어떻게든 범인을 잡고 말 황시목에게 이렇게 말했기 때문에 더 화가 났다.
어제 이후로 이 양반은 뭘 해도 밉상.

    말로 대답할 필요가 없는 얼굴

사라지지 않는 고통을 통증으로 느끼는 황시목-말하지 않아도 짠하다.
내 딸을 내가 죽였다고 절규하는 100점짜리 면접관을 냅두고 수사하러 나가고
그런 악몽을 꾸고도 비명 없이 깨어나는 게 같은 사람이라서.

사과는 해도 진실은 밝힐 수 없을 정도의 거리에 있는 이창준과 그의 아내.
자신에게 반한 게 잘못이라고 하지 않고
그저 그런 검사로 보이지 않은 게 잘못된 시작이라고 한다.
관객이 보는 이연재는 조금 더 믿고 얘기를 더해도 될 것 같아 보이는데
이창준은 아직 많이 불안한가 보다.
사람을 죽였을 지 모를 인간인데
이 장면은 쓸쓸해보였다. 


마지막 한여진의 눈빛.
상황이 끝나고도 제 눈빛을 찾지 못한 여진-이런 여진은 처음이라서
또 슬펐다.

어제 오늘 마지막 장면은 다 좀 충격이다.
원래 추리같은 거 못하는데 그나마 어제부터 나의 예상이 좀 맞는 것 같아서 신기.
제발 우실장 놓치지 말았길.
근데 뭔 범죄물이 이렇게 슬픔......

윤세원-황시목
머리톨 한 올 흐트러짐 없던 사람들인데
흔들리는 두 사람이 이제 그 숲의 이야기를 시작하려나.

오늘의 옥의 티.
문신추리는 인간의 한계라 치고,
가족도 아닌 여진에게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도 읊어주시던 의사.

 ------------15회---------------------------------------------------------------------

#권한이 있는 사람들은 대체 뭘 했는데요?
범인이면서도 
진술 대부분이 피해자로서의 분노와 고발이었던 윤세원 취조장면.
잔혹한 범죄를 두 번이나 저지른 흉악범인데
이 순간의 윤세원은 그냥 제 정신인 연약한 분노를 가진 피해자였다.

#어느 쪽도 접촉시도가 없었습니다.
결론을 종합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한 일을 사실대로 선별해서 보고하는 이창준.
회색인간에게 어울리는 회색의 진실 같았다.
이걸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윤범도 초특급 능구렁이는 아니었던 듯.

울다 만 얼굴로 오타쿠 잠옷과 만화책 사이에서 부스스 일어나
울먹임을 견디며 애써 추스르던 한여진과
황시목의 따로 또 같이 포장마차.

#있겠죠 어딘가에.
뇌물 안 받는 사람이 많겠죠 하다가 있겠죠로 바꿨던 한여진의 대답을 빌려 쓰는 황시목.
굉장히 쓸쓸한 얼굴이었지만
뒤이어 한여진의 훅 치고 들어오는 '검사님은요'이후로
황시목의 얼굴은 다시 은은한 표정으로 덮였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서로를 미워하게 되는 불행한 부부 이야기를 하다가
팀에 문제가 생겼음에도 보듬어주는 파트너를 만난 그 드문 경우임을 깨달았던 거겠지.
어딘가가 아니라 바로 여기 있었으니까.

온전한 로맨스는 이창준과 이연재 뿐인데
키스씬 하나 없는 슬픈 운명의 연인들^^

#그렇게 흐르기만 하다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아버리면요?
그러니까 정신차리고 살아야 하는 거겠지......
....다시 보면 팀장은 그냥 성실한 사람이다.
범죄가 확실해진 순간 서장체포에 앞장 섰고
김경사에 책임을 돌렸지만
야비함이라기보다는 적극적인 변명에 간절함이 더해진 딱한 변명이었달까.
절대 할 수 없는 것도, 절대 해야 하는 것도 없이
상황논리로 성실하게 노동하는 평범한 노동자.
언젠가 자기도 모르는 곳에 닿을 지도 모를.
그래서 섬찟하다.

영장관을 대하는 서동재와 황시목은
그 동안 둘의 직장생활의 요약본 같다.
보이는 공감능력 끝판왕 서동재와
용건만 간단히 황시목.
그런 서동재의 칭찬을 견디는 황시목은 영락없는 서동재 세상의 조연 같아 보였다. 
서동재의 놀라운 인생스킬이라니 진짜 ㅋㅋㅋㅋ

 ------------16회---------------------------------------------------------------------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게 불과 몇 달 전이었는데
비밀의 숲은 갑자기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다.
황시목, 한여진,
마지막 각성의 기회까지 놓치진 않았던 이창준,
강원철 부장이나 장건 형사처럼 외면하지 않는 사람 모두
단 한 사람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일찍이 많은 실망을 준 팀장의 또 한 숟가락 얹기와
비위상할 정도였던 김우균 서장의 반성,
적폐 경찰의 아이콘 같았던 김수찬 경사의 순정(^^),
처음으로 직접 만나는 김가영의 화장한 맨 얼굴.
아무도 모르는 한 길 사람 속을 말이 아니라 사람으로 보여주며 던지는
흑백논리에 대한 집요한 도전장-정말 대단하다. 

마지막회에 와서 더 묘해진 사람 둘-김수찬 경사와 김정본.
김경사는 김우균을 더 깊이 알았던 걸까, 아니면 길들여진 충성의 예의였을까.
김정본은 윤세원 과장에게 가장 동정적인 듯 하더니
결국은 박경완을 대면시켜 실질적인 단죄를 해버렸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윤세원에게 진심 어린 사죄의 기회를 준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에 다 잘됐다는 건 또 무슨 소리인지...
사람의 묘함을 생각하게 한다. 이 사람들.

드물게 초지일관이던 이윤범이지만
본전생각 났을 텐데 개똥밭 얘기를 꺼낸 걸 보면
생각보다 이창준에게 깊은 애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너 살려주려고 범인이 얼마나 애썼는지 알아? 그나마 그런 범인 아니었으면 넌 남의 집 화장실에서 죽었어.
진짜, 이 말 같지도 않은 말이 콕 박힌 건 한여진의 숨은 진심이 튀어나온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사연이 있더라도 죄 값을 물어야하는 이유는
분노를 묻고 질서를 존중하기로 힘든 결심을 한 많은 사람들의 명예를 위해서라고
바로 그 앞에서 부르짖던 한여진 이라서. 

#안 무너집니다.
‘전두환을 죽여야지’의 뒤를 잇는 한 여름 피서 대사.
번외: 오늘 황시목은 세 번째로 사망선고를 전했다^^

#입을 벌려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드러내야 한다. 
나의 이것이 시작이길 바란다.
#좀 천천히 오지
한 마디에 천 개의 표정이 담긴 듯 하던 이창준의 마지막 한 마디.
황시목의 평-혹은 객관적인 정의로는 ‘괴물’이지만, 
이뻐하고 안타까와 할 구석을 남기는 경계선에 선 
그의 양심과 정의감은 애잔하다.
그 촉촉한 눈가는 정말 짠했다. 
화이가 그랬듯
그 안에서 아버지의 심장을 찌른 이창준.
밖에서는 절대 알 수도, 엿볼 수도 없는 첩첩 비밀의 숲이라면
제발 그  속에서 외치고 가리키는 ‘한 사람’의 가치가 더 많은 빛을 발하길 바랄 수밖에.
도를 넘었다는 비관적인 진단 속에서
시작을 꿈꿀 수 있었던 낙관-그런 의미에서도 괴물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용기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창준 게이트’로 남는 사건.
그래, 이름은 원래 이렇게 붙는 거지...유죄 받은 인간들의 이름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영장관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었다면 가만있지 않았을 거란 김우균의 말을 생각해보면
이창준의 운명은 정말 화이 같단 생각이 든다.

마지막회 선물 같은 포장마차씬
-한여진의 웃는 모습을 보니 황시목은 애드립이었을 것도 같은데-,
반가운 특검소식
황시목이 이창준에 반하는(^^) 순간까지 잊지 않고 챙겨준 점 맘에 들었다.
마지막에 시즌2를 상상해봤다. 아예 새로운 제목으로 코믹버전 어떨지 ㅋㅋㅋ

투덜투덜: 모든 성공적인 드라마들의 숙명 같은 마지막회 PPL도배와
뒷부분 배두나의 과도한 패션센스
-그 차림 그대로 이연재 대신 대표이사 취임하러 가도 됐을 듯....
아무리 한여진이 개성 강한 캐릭터라도 봉준호 박찬욱 영화 속 캐릭터였다면 
이런 무리한 설정을 했을까.
TV는 이 정도면 됐지를 시전하는 배두나라니
전도연에 이어 좀 실망.
영장관-이윤범 대면 씬-오글오글 스킵. 
영장관도 뭐 그리 당당할 처지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강부장 이쁘다 이쁘다 했더니 오늘은 조금 오바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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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시목이 감정이 없는 사람이어야 하는 건 필연이었다,
서동재처럼 영혼의 기동성까지 갖춘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나 신경 쓰게 만들던 후배가 살해당하고
미운정이 만리장성 같던 선배는 눈 앞에서 몸을 던진 걸 보고서도
정신줄을 놓지 않고 '정상'적인 자신을 살기 위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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