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안티고네|2013






현대라면 절대권력에 맞서는 것은 국민과 정의의 이름일텐데
대신 신의 이름을 빌려 사람노릇을 하고 사람답게 죽겠다고 절규하는 안티고네.
안티고네의 절규와 항변은 크레온의 당위를 덮고도 남는다.
다만, 나는 안티고네는 귀한 것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인정할 수 없는 것을 인정하며 살기를 것을 더 힘들어했을 것 같아서 
과연 어려운 선택이었는지-에는 물음표를 살짝 달아본다.
  
전사같은 짧은 머리, 지금 입고 나가도 될 것 같은 옷차림의 안티고네는
전차 같은 이미지를 나타내려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호정이 살려 낸 안티고네는 그랬음에도 여성성을 잃을 수는 없었지만.
오랜만에 기대를 잔뜩하고서도 만족스러웠던 안티고네.
그리스비극 속 코러스의 존재는 이번에 처음 알았다.
여지껏 현대적인 각색의 흔적인 줄 알았는데.
그 고대극의 특징이 
마치 실시간 댓글처럼 현실감 있게 서로의 반응을 주고 받으며 등장할 수 있게 된게  
세월의 변화라니..재미있다. 

오이디푸스 때와 같은 경사진 무대는
무대가 한 눈에 다 들어와서 
관객 입장에서는 연출가가 특허를 내도 될 것 같이 멋지기만 했는데
거기서 걷고 뛰고 춤춰야 하는 배우들에게는 무척 힘든 무대라 한다.
제대로 설 수가 없어서 약간 구부정하게 서 있어야 한다고.

한태숙 연출가는 
배우가 한 가지를 해내고 나면
다 바꾸거나 뭔가 더한 것을 시도한다는 김호정의 얘기를 듣는 동안
'내일의 왕님'에서 되돌이고개를 연기하던 토야의 불평이 생각났다.
'넌 어째 사람 잡는 생각만 하냐'...였던 것 같다^^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설전이 생각보다 적은 분량이었는데,
그래도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억이 안나는데,
...언젠가 읽어보리라.

극과는 다른 모습이지만 아마 그녀는 이 얼굴로 쓰러졌을 거야.
하지만 나는 당신이 
모두의 기억 속에 저주받은 왕이란 두꺼운 덮개로 봉인된 
그 오이디푸스가 희망이던 시절을 불러일으키려 애쓸 때
눈물이 났었어요. 
이런 진폭을 찾아 연극무대에 서는구나 싶던 그.

오이디푸스 보다 쫌 긴 대사로 쫌 더 긴 기쁨을 주신 박정자 마마님은 
사진 한 장 없으시네요....섭섭하게.



이것은 포토샵 효과가 아니다...
얼굴만 완벽하게 사라진 아이폰 솜씨-헐....

토월극장은 참 오랜만인데,
이름이 바뀌었다.
대대적인 수리를 했다는데
마이크 달고 다니는 게 기본인 뮤지컬이라면 모를까,
연극에는 도통 어울리지 않는 거의 오페라 극장수준의 객석규모부터
언짢았다.
아마도 이곳은 연극배우들의 발성수준 시험장이 될듯.
모든 객석이 R석인 새라새극장에 한 번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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