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2013

 갑씨도 애 많이 쓰시던 걸요^^
별 의미없이 남쪽을 외치는 선명한 제목
색깔론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시작하겠다는 듯이.


주민등록증을 찢고 나면 뭐가 제일 불편할까-를 생각해보려다가 아예 접었다.
꽤 욱-하며 살았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역시 수준미달...
그래서인지 해갑씨가 그저 멋질 따름이다.
게다가 김윤석의 '갑'은 섹시하기까지^^

한 살 한 살 먹을 수록
자신의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들이 점점 더 멋져 보인다.
꼭 맥아이버 수준의 완성도만 그런 건 아니다.
태풍 같은 바람이 몰아치는데도 거침없이 성냥을 그어 담뱃불을 붙이던 아저씨,
굳이 버스가 출발한 뒤에 마구 달려 버스에 오르던 소년 차장,
낡아서 매일 길바닥에 퍼지는 중고 승합차를 뚝뚝뚝딱 고치던 운전기사 등등.
그동안 봤던 맨몸의 가치를 매일매일 증진시키며 사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이 다시 떠올랐다.

낡은 시골집을 고치고
배를 몰고 나가 저녁거리 장만하고
집을 지키려 바리케이트를 쌓는 아버지.
고집불통 같지만
가족에겐 군림하지 않는 해갑씨, 멋져~

동화같은 느닷없는 엔딩도 그렇고
임순례의 향기가 묻어나지 않았지만
두시간 반의 즐거움은 충분하다.

시나리오 크레딧에도 이름이 올라 있던 김윤석.
임순례랑은 왜 싸웠을까.
김윤석 버전도 좀 궁금하긴 하다.


하기 싫은 것 안하고 사는 피가 다른 남자,
엄마와 아내를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여자,
현실적이고 독립적인 딸,
흡수가 빠른 아들,
사랑을 퍼트리는 막둥이.

"누군가는 너를 이해해 줘"
이런 자신감을 주고 받는 해갑씨와 가족의 모습은 든든해 보인다.
그래서 나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가족이 있어야 하는 걸까?
두 모녀, 똑같이 맞고 쓰러져도 민폐로 연출되지 않아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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