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부름|L'appel de l'ange|기욤 뮈소
장난꾸러기 남자버전의 하이틴 로맨스 같은 느낌이랄까.
그의 로망 속 그녀는 강인함과 여성스러움을 격렬히 직업으로까지 승화시킨
최상위 버전의 자아성취 인간이며,
누구에게나 드러내지는 않는 비밀스러운 상처도 있고,
비슷한 상처를 지닌 타인에 대해 연민을 느끼는 감성과
그 연민에 목숨을 걸만큼 굳은 심지도 있고,
맘만 먹으면 경멸하는 남자도 미소 한방에 자빠뜨릴 수 있는 미모,
소심한 추종자가 주위에 널렸지만 적당히 무심할 수 있는 쿨한 심성도 있으면서,
우리의 남자주인공에게는 자신감 있게 다가갈 정도로 애정의 심미안이 발달해 있다.
게다가 그에게만 보여주는 보너스는
된장명품녀의 첫 이미지를 벗어난 친숙함의 상징, 이웃집 평범녀 스타일.
이쯤되면 재벌회장 아들 정도는 너무 밋밋한 로맨스소설의 주인공이었으며,
남자들이 이쁜 것만 좋아한다고 무시하던 사람들은
모두 두 손들고 반성을 해야하게 생겼다.
살짝 풍겨나오는 위풍당당의 향취랄까.
아무 상관없는 주제와 함께 '이 주제로 로맨스소설을 쓰시오'라는 시제를 받은
재능있고 전투적인 도전자가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말을 달려 넓은 땅을 차지하고 돌아온 것 같은 이야기.
그 가는 길에 등장인물의 성격들은 과감히 포기한다.
인물들은 지 사연 쫓아다니기 바쁘고
정작 둘이 인연은 각자 캐어낸 상대의 사연들 뿐,
성격이라고 얘기할 만한 것도 없다.
그저 둘 다 호기심이 많고 그 호기심을 쫓아갈만한 여력이 되었다는 것 뿐?
종료시간 직전
그동안 싸매둔 사연들을 한방에 대사로 처리해버리는 호방함은 쫌 황당했지만
스타일은 달라도
이것도 어쩌면 알랭 르네 같은 작가의 기본근육단련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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