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hone 3일 천하

3일간 갖고 놀던 아이폰4를 4일째 되던 날 취소했다.
직접적이고 결정적인 원인은 고장.
탈옥같은 건 꿈도 꾸지 않았고 느닷없는 사고 같은 것도 없었는데
침대위에서 얌전히 알람벨소리를 내다가 정지를 틱하는 순간
갑자기 쪼개진 사과와 비밀번호화면이 1초간격으로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그 전날 아이북어플도 약간 말썽이 있었던 지라 껐다가 켜면 될 줄 알고
버튼을 눌렀는데 꺼지지도 않았다.

충분히 긴 설명을 들기는 했지만 결정적인 건 편안대로 기억하고 있던 차라
대리점에 가지고 갔더니
AS센터에 가서 진단서를 끊어오란다.
다행이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센터로 갔는데
사람은 별로 없지만 한 사람 당 시간이 꽤 걸려 한 20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29만원짜리 수리를 하는 사람을 세명이나 봤다.
그 중 둘은 리퍼폰을 받아갔고.
그걸 보고 앉아 있자니 갑자기 쌓였던 불만이 올라왔다.

미리 공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산 지 3일 밖에 안되는 100만원에 육박하는 물건을 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게 된 것도 맘에 안들었고,
이게 과연 내가 그렇게나 갖고 싶어할만한 물건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별도의 공지가 필요할 만큼 까다롭게 팔아먹고 있는 장단에
내가 왜 그렇게 쉽게 맞춰줬을까 싶기도 하고.
30만원 주고 산 나의 중소기업로봇청소기는
2년이 지나도 택배로 보내면 종합검진까지 해서 보내주던데
대체 아이폰은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는데 유혹적일까.

그래, 이쁜 건 사실이다.
스마트폰 보다는 아이폰이 갖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어째 3일만의 싸인은
앞으로도 이런 번거로운 일이 엄청나게 많을 거라는 불길함을 느끼기에 충분.
그래서 갈등 끝에 진단서를 받아다가
그냥 취소를 해버렸다.
취소는 간단했다.
옛 전화기로 모든 것이 돌아왔고
요금제도 USIM도 같이 취소됐다.
아이폰으로 북마크를 해두었던 것이 메일로 들어와 있어 좀 놀랐다.
요건 똑똑했네...
아이폰으로 장난삼아 찍은 동영상이 있었는데
그건 다 지워졌겠지.

이 불만도 아이폰5와 함께 다시 사라져
또 스마트폰에 껄떡댈진 모르겠지만
일단 안맞는 인연은 이걸로 안녕.

그런데 그 전화기의 가격은 과연 적당한 게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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