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과연 불편한 '진실'이었을까



나는 음모론이 정말 싫다.
내가 모르는 거대한 천정위에서 나는 느끼지도 못하는 거대한 힘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으며
내가 느끼는 작은 감동이나 작은 반가움, 분노라는 건 사실 아무 힘도 없고
나는 깨닫지 못하는 군중의 하나 혹은 무기력한 대기 희생자 중 하나라는 사실을
속편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싸인의 마지막이 순교자연하는 윤지훈의 선택으로 끝난 것은
씁쓸하더라도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현실적이려 노력하는 듯 달려간 결말에 비해 조립된 살인마는 옥의 티다.
고작 그 정도의 권력만으로 그렇게 허술하게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다닌다?
갈등의 맥이 빠지는 건 악당이 멍청해서다.
모른다로 일관하던-사실은 정말 몰랐을 것도 같은 김영삼의 청문회를 보는 느낌이랄까.
목숨을 걸고 항변을 해도 무기력하게 묻혀버리는 힘 빠지는 현실을 사는 것도
충분히 신나지 않는 일인데,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과 비호감에 전적으로 기대어 만든
이런 불성실한 음모론도 맘에 들지는 않는다.
내가 감동할 수 없었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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