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에 행사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덕수궁 교대식 같은 걸 줄 알고 무시했는데
이런 신기한 줄타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원래는 어릿광대와 줄광대가 따로 있다는데
두 몫을 한번에 다 해낸 굉장한 젊은 광대.
정말 신기했다.
화성행궁은 생각보다 작았는데 유난히 나무들이 인상깊었다.
살아있는 나무들은 어린 녹색으로 창창하고
재료로 쓰인 나무들은 결이 참 예뻤다.
비슷비슷한 것 같은데도 늘 쳐다보고 반하게 되는 지붕
시작지점이 나름 경사구역이라
만리장성 같이 걸을 생각을 했던 나를 좀 실망시켰지만
곧 천천히 에둘러갈 수 있는 길이 나타났다.
살짝 오르락내리락도 하는 것이
서너시간 산책으로 제격.
수원시민들은 참 멋스러운 길에서 운동한다^^
걷던 중에 동춘서커스 천막을 발견했다.
없어졌다고 얼마 전에 TV에서 본 것 같은데.
어릴 적에 한 번 봤던 서커스는 동물의 냄새와 기괴한 외모의 사람
(지금도 무서운 '목이 긴 여인'--;;)때문에
그다지 좋은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지만
평생 몸으로 익힌 재주는 참 아깝다.
적당히 화창하던 날씨.
시내 한복판의 수원성은 인상적이었다.
징글징글하게 대한민국의 도시임을 증명해주는 아파트 밀림들로
수원성에서의 전망은 별 거 없었지만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수원성을 내다볼테니 그쪽 전망이 훨 나을 것이다.
사대문과 성벽이 남아있다면
서울의 운치도 살아있었을텐데.
500년 고도라면서 새 것 밖에 없는 서울이 참 불쌍하다.
얼마전의 덕수궁은 제법 운치 있어보였지만
수원의 파릇한 나무들을 보니
먼짓밥의 흔적이 아닐까 싶은 덕수궁의 우중충함이 비교가 된다.
아무리 돈을 부어도 돌이킬 수 없는 게 시간인데
없으면 모를까, 있는 걸 밀어버리고 매끈함에 환호하는 그 가난함을
언제나 벗어버릴런지.
수원의 맛집이라던 갈빗집 가보정.
특별히 맛있는 맛은 아니었지만 반찬에는 만족했다.
호주산을 먹어서 그럴지도.
하지만 맛집이면 재료가 좀 후져도 맛있게 만들어줘야죠?
수원맛집의 감동은 수원천변에 있던 어느 통닭집이었다.
뼈가 하얀-즉 냉동닭이 아닌 중닭을 튀김옷 없이 통닭으로 내줬는데
가슴살까지도 퍽퍽하지 않던 놀라운 맛.
가마솥통닭인가 이름이 그렇던데
우리 동네에도 그런 통닭집 생기면 좋겠다.
닭이 맛있기는 했지만 순댓국 못먹고 온 게 너무 아쉽다.
놀러갔을땐 먹어도 먹어도 다 들어가도록 잘 저장되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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