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열한번째 정기연주회 (안녕! 아프리카)

참으로 앙증맞던 소년소녀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포스터라 아쉽다는^^


아.프.리.카 라는 네 음절에 끌려 그냥 예매를 해버렸던 공연.
끕끕한 날씨였지만 공연장에 들어서자마자 쾌적해졌다.
아슬아슬하게 입장을 해서 앉자마자 공연이 시작됐다,
하얀 드레스와 양복을 입은 소년소녀들의 합창.
판소리나, 오페라 같은 사람소리감상에 인색했던 지라 별로 기대도 흥분도 없었지만
조금은 연약하고 조금은 불안정하되 사람소리의 아름다움을 느끼게는 해준 것 같다.
노래 좀 못하면 어때, 귀엽던 걸~
어찌나 귀엽던지 앉는 순간 나도 학부모 모드^^

내가 기대했던 것은 2부로 예정된 아프리카 타악그룹의 공연이었다.
처음엔 아프리카 그룹인 줄 알고 흥분했다가,
나중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그룹인 것을 알고 좀 실망했다가,
그래도 북소리가 중요한 거니까-정도의 흥분으로 타협했었는데
웬걸, 전신에 흥을 도배한 두 아프리카 꾼들이 등장했다.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정말 잘 논다.
온몸에 리듬을 감고 태어나는 사람들처럼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기있고 흥겹다.
섣불리 누군가 따라한다면 외설스러울 수도 있을텐데
아마도
뱃속에서부터 느끼고 들으며 함께 어울리던
모태흥겨움의 현신이 그저 신나는 감정만을 몸밖으로 불러내 주는 거겠지.
합창단원들의 가족들이 대부분이었을 관객석도
들썩들썩했다.

기대이상의 흥분을 끌어내던 이들의 공연뒤로는
아프리카틱한 복장의 귀여운 소년소녀합창단이 다시 등장해서
아프리카 노래들을 불렀다.
약간의 연기와 가무가 곁들여져 좀 어설프기도 했지만
그래서 더 귀엽던 마지막 무대.
아쉬움이라면 뱀으로 사자를 잡는다는 아프리카의 흥겨움에서
바로 노예시절 부르던 영가로 넘어가는 바람에
안녕 아프리카라는 깜찍한 제목이 좀 무색하더라는.
게다가 마무리는 찬송가라서 더더욱.

좀 늦게 나왔더니 로비는 출연진들과 가족들이 어울리는 만남의 광장이 되어있었다.
이 어리고 귀여운 친구들은 듣기만 하는 음악보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음악의 즐거움을 부쩍 느꼈을 것이다.
여러모로 미안한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인데
무대에서 직접 느껴보는 흥분과 설렘이 남다른 경험이 되겠지?
그런 이쁜 너희를 위해서라면
다시 한번 소수의 유료관객 중 하나가 기꺼이 되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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