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의 다이아몬드 전쟁이야기, 블러드 다이아몬드.
포화속으로 뛰어들어가 그 안에서 외치고 있는 혈기넘치는 젊은 목소리를 들은 듯하다.
아직 다이아몬드의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큰짐을 쾅 내려놓고 사라진 것은 좀 맥빠지긴 했지만 화려한 휴가가 그랬듯이 남들이 돌아보지 않는 사이에도 마음가는 곳을 보며 하고싶은 얘기를 해줘서 고마웠다.
반디의 아들을 위해 몸을 던지기도 하고 결국 합리적인 선택의 희생을 자처하는 인물이지만 그에게도 한때 몸가는대로 순간의 적들을 무찌르던 람보의 시절이 있었다.
디카프리오를 보고 있으면 언제부턴가 드니로가 생각난다. 얼굴은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은데 표정이 그렇다. 남들이 주름 한 개 쎄게 접을 것은 한 반 정도만 접어주면서 그 위에 다른 감정을 쓰윽 덮어주는 듯한 묘한 표정들. `이 소년의 삶`에서 보여준 기가막힌 흉내는 단순한 흉내내기가 아니었던거야?
아프리카의 백인꼬마출신 대니 아처에 비하면 유럽 흑인들의 기구함이란 명함도 못내밀테지.
이 비극적인 영화속에서도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해주어서 반가왔다. 지금 만났는데도 팔고 싶은 게 있을 때면 항상 `마이프렌`을 연발하던 아프리카의 삐끼아저씨(혹은 청년)들, 아무리 그런 게 아니라 해도 맘대로 미스코리아라고 부르질 않나...크하하! 까칠한 구석없이 대강대강 잘 넘어가주던 느긋한 동네 생각이 잠시 났다.
우수한 신체조건으로 손가락도 잘리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자마자 쉽지 않을 취직도 금방 해낸 능력있는 남자, 반디. 교육이라는 건 사실 원래는 신체적인 제약과 신분이 주는 불평등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어쩌다 계급을 다시만드는 이상한 절차가 되어버렸을까.
타고난 우수한 신체조건과 순박한 뚝심, 욕심은 내지 않지만 필요한 것은 해내는 능력. 남들이 만든 운명이 아니라 자신의 운명속에서는 자유로울 수 있는 아프리카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그녀의 용기는 뭔가 보여주고 싶은 욕망을 넘지 못한다. 자책을 하고 정직하게 비판하고 남들은 감히 엄두도 못낼 배짱이 있다 해도 그녀의 모든 노력은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진실만을 위한 것이다.
그런 카메라로 죽을 뻔한 일행을 구해내기도 하지만 여전히 같은 자세로 바라보고 있을 것만 같은 이 사람.
그런데 이상하게도 유난히 바라보기는 편했던 얼굴, 자연산의 느낌이야.
사진찍기로 살아나는 장면에서 진짜 많이 웃었다. 그 상황에서 먹힌 대도 정말 안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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