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할 수 없는 존재가 유독 내게만 잔인할 때의 묵직한 고통.
그래서 신애는 신을 신보다 나은 방법으로 이긴 것일까.
이걸 더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몇 번을 망설이다가 전도연의 클라이막스를 기다리며 보는 사이 결말에 이르렀지만 후반부에 이르는 이 길은 너무나도 멀었다.
어긋난 대상에 분노하는 신애를 이해하도록 만든 작위적인 상황들에 비위상하고,
그저 촌스러울 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무신경한 김사장에 어이 없어 하며 보낸 두 시간을 후반부의 몇 십분으로 다 보상해 줄 작정이었다면 실력보다는 시험결과가 중요하다는, 참, 속상한 얘기다.
상황의 재미를 위해 조주연 안가리고 기꺼이 캐릭터를 희생시키는 이창동의 뚝심에는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세상에 별의 별 인간이 다 있긴 하겠으나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꼭 다 만나보고 싶은 것은 아닌데 도대체 인간에 대한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미친년놈들을 통해 말 걸어오는 이창동의 중후한 척 하는 마초질은 너무 위험하다.
그냥 인삿말이었다면, 또는 칸느의 본선진출까지를 의미하는 것이었다면 모르겠지만,
누구에게 감사할 것도 없이 칸느여우주연상은 100% 전도연 당신의 몫입니다.
마음으로는 초반부터 정수리가 쪼깨진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욕 본 송강호에게도 박수 한 사발.
대체 배우들이 생각한 신애와 김사장은 어떤 사람들이었을지 참 궁금하다.
이런 사랑도 있다-라고? 홍보팀의 뻘짓이 아니라 진심이라면 그래, 좋겠다, 열번 찍어 넘어가서....!
PS. 한국영화 최초로 한글자막으로 감상-이 지경의 사운드는 진짜 처음이다.
비디오로 빌렸으면 큰일날 뻔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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