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코레아니쿠스|진중권|웅진


진중권의 첫 책으로는 좀 무례한 선택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진중권의 `낯선 시각`이라는 것이 유학시절의 관찰로 얻은 샘플과 한국원주민으로서의 관찰을 비교한 하는 정도라 그다지 낯설지 않았고, 약간 흥분을 가라앉힌 강준만 스타일의 서술은 원래 진중권의 글이 어떤 느낌인 건지도 잘 모르게 만든다.
그래도 대강대강 넘어가는 것 같은 본문에 비해 에필로그는 좀 정리가 되는 것 같아 재미있게 읽고 있었는데, 이런 대목이 나왔다.
 
얼마 전 강연 후에 다음 일정을 위해 급히 일어서려는데, 행사를 주최한 아가씨가 즉석에서 핸드폰의 자판을 몇 번 누르더니 이렇게 말한다. "상수에서 양재까지 42분 걸리네요." 함께 일을 하던 방송작가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내 핸드폰을 넘겨받아 새벽 5시부터 5분 간격으로 벨이 세번 울리게 알람을 설정해주었다.
IT의 인프라의 대중화는 한국인의 신체, 특히 젊은 세대의 신체를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화(?)시켰다.
    
점 하나를 놓고도 가로좌표, 세로좌표를 읽는 분께서 일로 만난 사람을 '아가씨'라고 부르다니,
막판에 찬물 한 바가지 뿌려주시는 이 센스.
도대체 양말에 '빵꾸' 안 난 '지식인'은 언제나 등장하실 것인가.
 
그러나 이 책에서 건진 즐거움-옥정호.
사진작가인 것 같은데 '옥정호'라는 유명호수에 가려 네이버로도 검색이 안된다--;;
가명을 쓰시던가 해야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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