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실황.
10명의 빵빵한 피아노연주자들과 13명의 빵빵한 현악기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선다.
피아노 치는 손가락 구경에 빠진 요즘
100개의 멋진 손가락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낼름 사버렸다.
아무리 좋은 연주래도
맘에 안드는 곡은 집중해서 듣기 어려운 게 내스타일인데
솔직히 연주곡들 중에 다른 음반을 찾아보고 싶을 만큼 맘에 드는 곡은 하나도 없었는데도
이 DVD는 몇번 씩 돌려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정말 듣는다기보다는 본다.
개성있게 건반을 달리는 손가락들과
자기 이름을 내걸고 무대에 서느라 늘 긴장해있었을 이 사람들이
연주 중에 웃으며 다른 연주자들을 바라보는 장면 같은 걸 보고 있으면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연습하는 연주자 이전에 음악과 연주를 즐기는 사람들이구나
생각하게 된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르헤리치의 건방진 손가락(^^).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건반들은 풍악을 울린다.
10개의 손가락으로 88개의 건반을 제압하는 파워는
악보 한 장을 팍- 넘길 때조차도 멋있어 보일 지경이다.
그 와중에 키신을 향해 날려주시는 미소-더 멋져!
카리스마 넘치는 아르헤리치 옆에서 갑자기 학생(물론 모범생~)이 된 듯
좀 긴장도 한 것 같아 보이는 키신.
손가락 하나하나가 너무나도 자유로워 보이는 키신의 손가락.
신나게 놀고 있는 손가락을 맞는 건반이 강력하게 끌어당겨주는 것 같은
아주 묘한 손가락. 처음 봤을땐 외계인피아니스트 같았는데
꼭 가까이서 보고 싶은 연주자다.
키신에 한 술 더 떠서 손가락 마디마디까지 자유로와 보이는 랑랑.
그래서 움직임이 많은 이 손가락들은 곡에 따라 경쾌해보이기도 산만해보이기도 한다.
캐주얼파티에 정장하고 나타난 사람처럼 약간 레벨이 안 맞는 연주가 특유의 그 몰두의 표정은 역시 내가 감당하기엔 좀 부담.
어쨌거나 이 공연을 본 사람은 랑랑의 이름을 절대 기억하겠지.
->얼굴과는 달리 통통해서 의외였던 안스네스의 손가락.
가운데 아저씨의 손을 보면 효자손이 떠오른다.
자유자재로 조종이 되는 효자손을 대신 내밀어서 치고 있는 것 처럼
자로 받친 듯 손가락 첫번째 마디까지 반듯한 손-사람 손이 이러니까 진짜 멋있다.
현악기 하는 청년 중에 이렇게 훈남이 많은 줄 처음 알았다.
그러고 보니 젊은 처자는 사라 장 하나뿐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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