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모파상단편집|모파상


전에 명언모음 같은데서 고전에 대한 얘기를 읽었다.
고전이란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다-
나 같은 사람이 나 하나가 아니란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10대 중반쯤 되면 계몽사 50권 동화전집을 뗀 청소년들은 이제 청소년 필독서전집에 도전을 해야했는데 세트로 묶여있던 그 책들은 참 보기 싫게 생겼었다.
아마 읽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서 더 싫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때 이후의 나는 제목과 내용은 대충 알고 정작 책은 읽지도 않은 고전의 목록만을 기억할 뿐이다.
 
모파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있어서 목걸이 정도는 읽은 기억이 나는데 아마 그게 단편 모음집이었던지 다른 소설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마침 싸게 파는 책이 한 권 있길래 샀다.
'청목'이라는 출판사가 요즘 책 값에 비하면 아주 저렴한 5,500원에 모파상단편집을 팔고 있다. 그런데 이게 대체 언제 번역한 책인지 주석이 가관이다.
 
주석1) 지참금: 여자가 결혼할 때 가지고 가는 돈.
주석2) 인쇄: 글자나 그림을 종이 등에 박아내는 일.
 
그러나 다행이 번역은 나쁘지 않다.
주석은 뭐 안 읽으면 되니까.    
 
모파상도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10년 동안 300여편의 단편소설을 썼다니 1년에 30개, 1달에 두세편.
그러고 보면 비범한 사람들은 남들은 평생 동안도 다 못 꺼내 쓸 에너지를
너무 짧은 기간에 확 뽑아 써서 수명을 단축시키는 게 아닐까.
 
비계덩어리, 의자 고치는 여인, 미스 하리에뜨, 노끈.
맘에 들었던 단편들이다.
비계덩어리는 명불허전.
왜 유명한 지 알 수 밖에 없는 단편이었고, 그 뒤의 세 편은 사람 속을 구석구석 뒤져 본 것 같은, 소심하고 적극적인 사람들에 대한 단편이었다.
모파상은 1800년대에 살았던 옛날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초냄새가 하나도 안난다.
그래서 그가 만든 여자얘기들은 단추 풀고 읽어도 된다.
보고 배운 것 없이도 혼자 깨어나 보편적인 인류애에 가 닿는 놀라운 재주.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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